찬현이 마냥 꿈 속에서만 사는 것은 아니다. 연애를 하고 싶은 마음을 가진 그는, 주변에 여자를 물색하는 것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문제는 여자가 없다는 것이다.

여자가 없다.

좋아하고 싶어도 여자가 없다.

짝사랑이라도 하고 싶은 것이 그의 마음이다.

휴대폰에 등록된 여성의 번호라고 해봐야 모친이 전부다.

찬현이는 정말 연애를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얼마 전 랜선 친구가 소개해준 "인기없는 남자들의 모임" 이라는 카페가 떠올랐다. 거기엔 같은 처지에 놓인 백여명의 남자들이 있다.

인기가 있었던 적은 없지만 정말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찬현이의 외로움은 역설적이게도 사회 생활을 할 때 더욱 짙어졌다.

일본에서도 문제시 되는 히키코모리는, 사회, 경제적 활동을 하지 않고 방에 쳐박혀 게임과 애니메이션에 빠져 사는 이를 말한다.

하지만 찬현은 히키코모리와 조금 달랐다.

찬현은 일이라도 하고 있는 것이다. 거기다 돈을 벌어도 쓸 곳이 없으니 모아둔 돈도 제법 있었다.

<쓸 곳이 없으니.> 이 말이 너무나도 슬프다.

하다못해 친구라도 만나고 싶지만 친구들 역시 죄다 군대에 가거나 연락이 끊긴지 오래다.

대학 친구들은 휴학과 동시에 연락이 끊어졌다.

생각해보면 밤에 야식 먹고 다같이 수다떤 것 외에 별 추억이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이대로 죽고도 싶지만 연애 한 번 못해본 것이 한스러워 그러지도 못했다.

사람은 늙어서 추억을 먹고 산다고 했다.

찬현에게 추억이란 여자와 같다.

사람의 인생을 80세까지라고 하면, 40, 50대에는 여유가 없는 한 외도가 불가능하고, 결국 연애를 할 수 있는 기간은 10대에서 30대까지. 겨우 20년 남짓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10대를 찬현은 아무런 추억없이 보내버렸다.

이제 남은 기간은 10년이다.

누군가는 말년에 교복입은 첫 여자친구, 대학 가서 만난 여자친구, 군제대하고 만난 여자친구, 직장다니다 만난 여자친구, 결혼 전 잠깐 만난 세컨드 등등을 회상하며 흐뭇하게 웃고, 찬현은 편의점에서 바코드 찍던 기억만 떠올리고 이를 간다.

이미 교복입은 첫 여자친구에 대한 추억은 더럽혀졌다.

2주일은 너무나 짧았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