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2011.07.29 03:33

취미는 수능 -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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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연말도 어느 때처럼 시끌벅적하게 다가왔다.


2010년 11월말 생일이랍시고 친구들이 불러대 나가서 맥주를 퍼먹고 노래방에서 노래를 하고 있었는데 전화가 왔다.


방에서 나가 전화를 받았는데, 이미 전화번호부에서 지워버린 그녀였다.


사실 번호를 외우고 있어 무척 반갑고 가슴이 뛰었는데도, 나는 모르는 척 누구냐고 물었다.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익숙한 것을 넘었다. 내 마음 속에는 아직도 그녀의 목소리가 노래를 부른다.


오늘 생일이네. 축하해.


너였구나......


나는 이름을 얼버무리며 답했다. 축하한단 말 외에는 어떤 말도 꺼내지 않았던 그녀고, 고맙단 말을 본능적으로 피하던 나다. 이대로 고맙다고 하면 그것으로 끝날 것 같았다. 장난스레 선물이라고 요구해볼까. 아니면 전화로 하지말고 얼굴보고 하라고 찔러볼까.


어느 쪽도 택하지 못한 채 나는 답했다.


고맙다고.


화장실로 간 나는 술기운으로 시뻘개졌던 얼굴이 많이 가라 앉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차라리 술기운을 빌어서 매달려봤으면 좋았을려만.


그놈의 자존심이 뭔지. 그녀 때문에 매번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번복하게 되면서 다시 기회를 날려 버렸다.


그러고 보니 10개월 전에 온 곳도 이 노래방이었다. 졸업하고 술을 먹고 이 노래방에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 때도 이 노래방 건물에서 그녀의 친구들과 마주쳤는데. 그 때도 말 한마디 못한 채 스쳤는데.


그리고 그러기 한나절 전 졸업식에도 그녀를 힘겹게 지나쳤었다.


그래 난 병신이야. 히히!


나는 거울을 보며 머리를 매만지고는 다시 휴대폰을 켰다. 문자 두 통이 와있었다.


하나는 그녀였고, 다른 하나는 중학교 3학년 때 알아서 고등학교 2학년 때 재회하고 친구가 된 여자애였다.


생일 축하한다고, 밖에 눈이 오고 있다고 했다.


생일에 첫눈이다. 축하해주는 친구도 있다. 근데 왜 이렇게 미치게 허전할까. 히터도 잘 나오는 실내인데 왜 추울까.


왜 갑자기 추위를 느끼는 것일까.


더이상 부를 기분도 아니고 해서 친구들 노는 것을 바라만 보다가 집으로 향했다. 하늘에선 여전히 눈이 왔다. 눈물이 나는걸 참으며 나는 애써 활기차게 말했다.


야, 눈온다! 저거 봐라! 재작년 크리스마스 생각 안나냐? 그 때도 그랬잖아. 우리 점보는데 눈오고. 씨발! 하하하! 근데 왜 하필 내 생일이야. 젠장할! 또 녹으면 좆같겠네!


내 친구들의 집 방향은 다 비슷했다. 다 중학교 때부터 같은 학교였던 놈들이 대부분이고, 아니더라도 우리 동네가 이래저래 교통이 편해 정류장이 많기 때문이다.


한놈 두놈씩 떠나고 마침내 다른 한 녀석과 나 둘이서 남았을 때 그녀석이 말했다.


술 한잔 더 할까. 하고.


편의점에서 맥주와 소주와 과자류를 산 우리들은 근처의 정자로 가 마시고 씹어댔다.


이래저래 슬프고도 기쁜 날이다.


나중에 그 놈이 말하길 진짜 그 날 내가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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