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2011.07.12 13:32

보대리의 야근 - 10

(*.115.209.124) 조회 수 5177 추천 수 0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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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션.

 

픽션이라고픽션.모르냐.jpg

 

=============================================================

 

"응? 보대린 어디간거지?"

 

사무실 문을 연 김과장의 말이었다.

 

"화장실이라도 간거 아닐까요."

 

김대리가 말을 받았다. 김과장은 무언가 짚히는게 있는지 보대리의 책상을 뒤적였다.

 

역시, 서류에 진전은 없다.

 

"김대리, 화장실로. 박대리, 휴게실로 가서 보대리가 있는지 봐주겠나?"

 

"예."

 

"예."

 

다른 대리들에 비해 몸집이 큰 박대리가 땀을 닦으며 휴게실로 향했다.

 

"어이, 보대리. 있어?"

 

하지만 휴게실은 텅비어 있었다. 김대리가 간 화장실도 마찬가지다.

 

"보대리, 어디로 사라진건지."

 

김과장이 혼잣말을 하며 의자에 앉았다.

 

"어?"

 

박주임이 자신의 책상 위를 보더니 의문사를 던졌다.

 

"왜 그러나, 박주임?"

 

"아..... 컵이......"

 

컵이 없었다. 박주임이 아끼는 고급 머그잔이 사라져 있었다.

 

"음? 누가 포도쥬스 다 마셨어요?"

 

박대리가 냉장고를 연 채 말했다.

 

"아니 분명 어제 사놨는데 그럴리가......"

 

김대리가 머리를 긁적였다.

 

"포도쥬스와 머그잔, 그리고 보대리."

 

김과장이 중얼거렸다.

 

"휴게실에도 없고 화장실에도 없고 자기 자리에도 없다. 옥상은 잠겨 있을 시간이고, 단순히 무언가를 마시기 위해 다른 사무실로 찾아갈리도 없고, 그럼......"

 

김과장의 허리가 홱 돌아갔다. 그의 시선이 향한 곳은 사장실이다.

 

"설마......"

 

김과장이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김대리, 박대리. 따라오게."

 

"예?"

 

"또 어디 갑니까?"

 

김과장의 부름에 반문을 제기하면서도 두 대리는 뒤를 따랐다.

 

"어쩌면 몹시 실망스러운 장면을 보게 될지도 몰라."

 

김과장은 사장실의 명패 앞에서 잠깐 멈칫했다. 설마 보대리가.

 

믿고 싶었다. 하지만 여기가 아니면 설명이 안되지 않는가.

 

"설마."

 

김과장의 손이 문고리를 잡고, 조심스레 소리없이 문고리가 돌아간다.

 

그리고 보대리는, 팬티 바람으로 가죽 의자에 몸을 묻은 채 편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다른 한 손엔 머그 잔을 들고, 그리고 책상 위에 놓인 것은 포도쥬스다.

 

"자, 자네...... 뭐하는건가!"

 

김과장의 외침에 눈을 감고 있던 보대리가 화들짝 놀라며 몸을 일으켰다.

 

그와 동시에 바지를 올리다가 스텝이 꼬여 잠깐 주춤거리고, 결국 남은 포도쥬스를 바지에 흘리며 보대리는 일어섰다.

 

"무슨 일이에요?"

 

외침을 들은 박주임이 급하게 달려왔고 보대리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세...... 세상에."

 

박주임이 입을 감쌌다.

 

보대리의 바지는 포도쥬스로 적셔져 있고 손에는 그녀가 아끼는 머그잔이 있다. 남자친구가 준 선물이다. 회사에 취직한 날, 좋아하는 커피 실컷 타먹으라고.

 

박주임의 시선이 보대리의 온몸을 훑었다.

 

엉거주춤하게 서있는 하반신의 덜 잠근 바지가랑이 사이로 팬티가 보인다.

 

마치 아내에게 불륜을 들킨 후 급히 수습하는 대머리 중년의 모습이- 그녀의 철없던 10대 시절 잠시 만났던 그녀의 후원자다. - 떠올랐다.

 

"뭔 짓이야, 이 씨발새-끼야!"

 

괴로운 기억에 박주임은 머리를 감싸며 주저 앉아 버렸다.

 

"기, 김과장님...... 김대리, 박대리. 이건......"

 

보대리가 손을 가로저으며 서서히 다가온다. 그리고 바짓단이 내려가 그만 넘어지고 만다.

 

쨍그랑 하는 소리와 함께 머그잔이 깨진다.

 

그리고 보대리의 회사 생활도 그렇게 끝이 났다.

 

 

간단한 에필로그.

 

 

탁하는 소리와 함께 소줏잔이 플라스틱 테이블을 두들겼다.

 

"후우."

 

대충 메운 시멘트 바닥의 불균등 때문에 등받이가 없는 의자는 까딱거린다.

 

그 일이 있고도 몇달이 흘렀다.

 

서울에서 충청도로 좌천된 보대리는 오늘도 술로 하루를 보낸다.

 

생활은 그리 달라진게 없다. 다만 전체적으로 회사 분위기가 여유로워졌을 뿐.

 

김대리는 얼마전에 결혼한다는 연락이 왔다. 김과장의 화는 안풀렸다고 한다. 그러고보니 그 날 처음으로 박주임이 험한 소리를 했었다. 하긴 당연한 일이겠지. 그 아끼던 머그잔이 깨져 버렸으니. 엉성한 솜씨로 붙여 보았지만 가능할리가 없다.

 

어쨌든 그 억양이나 태도를 보아 옛날엔 제법 놀았던 모양이다.

 

보대리는 쓴 웃음을 지으며 다시 소줏잔을 채웠다.

 

한 남자가 조용히 들어오더니 소주 두병을 시키곤 주위를 둘러보다 보대리 맞은 편에 앉는다.

 

"회사 문제죠-?"

 

보대리는 고개를 들어 남자를 보았다. 솔직히 잘 생긴 남자다.

 

"그리고 인터넷 문제."

 

보대리의 얼굴이 놀라움으로 물들었다.

 

"어떻게 알아요?"

 

"저 역시 그런 표정을 짓고 살았으니까요."

 

남자는 웃더니 손을 내밀었다.

 

"연예인 사진을 올리다가, 친목종자로 몰려 제 발로 나갔어요. 아니, 추방당했다고 해야하나."

 

보대리가 조용히 그의 손을 잡았다.

 

"이시연이라고 합니다. 무슨 일인지 들어도 되겠습니까? 저도 해드릴테니."

 

한참을 말없이 있던 보대리는 소줏잔을 비우고는 입을 열었다.

 

"저는- 채팅방 관리자입니다......"

 

눈 오는 겨울 밤 두 남자는 서로의 인연이 그렇게 이어지는 것도 모른채 대화를 나누었다.

 

밤은 깊어지고 점점 추워진다.



?
  • ?
    민ㅇ 2011.07.12 13:36 (*.252.130.12)

    "저는- 채팅방 관리자입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불병신 2011.07.12 13:37 (*.161.88.86)

    결말 좋네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봅우상 2011.07.12 13:49 (*.110.82.2)

    시아새낔ㅋㅋㅋㅋㅋㅋㅋ

    난 끝까지왜 안나오냐

  • ?
    납납 2011.07.12 13:50 (*.225.38.5)

    오오미 돋아부렀어잉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Muriel 2011.07.13 22:14 (*.142.113.77)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김크루고인 2011.07.13 22:53 (*.223.2.104)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profile
    ego 2011.07.17 22:34 (*.217.55.213)

    왜 결론이 Ang get s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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