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2011.07.10 23:52

보대리의 야근 - 8

(*.115.209.124) 조회 수 4939 추천 수 0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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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션임.

픽션이라고픽션.모르냐.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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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이렇게 됬을까.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을까.

 

이젠 되돌릴 수 없다.

 

스스로 모순된 감정을 느끼며 보대리는 문을 열었다. 식은땀이 흐르며 목젖이 한번 크게 들썩인다.

 

보대리는 긴장하고 있다.

 

현재 시간 9시 30분. 모두 야근으로 지쳐 간단한 야식과 함께 친목을 도모하러 요 앞 편의점에 간 사이, 보대리는 금단의 구역에 숨어 들었다.

 

보대리가 스며든 어둡고도 세련된 공간, 그곳을 여는 문에는 세글자가 새겨져 있다.

 

사장실.

 

보대리의 한 손에는 과일촌 포도쥬스 100%와 박주임이 정성스레 닦아둔 머그잔이 있다.

 

검지 손가락을 머그잔의 손잡이에 끼우고 다른 손가락과 엄지손가락으로 쥬스의 뚜껑 부분을 집은 채, 창 밖의 네온사인들을 보며 보대리는 당당히 섰다.

 

영화의 한 장면이 이 순간 그의 눈 앞에 펼쳐진다. 지금 이순간 이곳은 서울의 한 구역이 아닌 저 먼 아메리카 대륙의 라스베가스다.

 

창문 앞에 서 있는 남자도 보대리가 아니다. 이순간 보대리는 라스베가스에 별장을 소유한 동부 아메리카의 명문 부호다.

 

"토미-"

 

보대리는, 아니 이제 유럽의 대 부호 'Bans' 씨는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어두컴컴한 구석에서 올백머리에 나비 넥타이를 맨 중년이 걸어 나온다.

 

"따라."

 

그리고 Bans 씨의 귓가에 그의 목소리가 들린다. 목소리는 김과장을 닮았다.

 

"예- 주인님."

 

꼬록 거리는 소리와 함께 머그잔에, 아니 이젠 굽은 잔에 얇은 목, 우아한 받침대를 가진 와인잔에 신의 물방울이 담긴다.

 

Bans 씨는 말없이 한모금 들이킨 후 탁 소리를 내며 사장실 탁자에 잔을 올렸다.

 

"아름다운 밤이지. 그렇지?"

 

Bans 씨는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웃었다. 보대리 시절에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오늘 밤엔 저 카지노로 가봐야겠어. 듣자하니 Hollywood의 유명 배우가 단골로 찾는 곳이라던데."

 

"주인님이 가시기엔 너무 수준이 낮은 곳이 아닐지......"

 

"자네, 그 곳에 가보지도 않고 가치를 매기지 말게. 나보다 능력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가치는 있는거야. 암...... 그렇고 말고."

 

늘 자신넘치던 Bans 씨의 입가에 쓴 미소가 흐르며 말의 끝이 흐트러졌다.

 

"자네 설마 늘 그런식으로 일해 온건가?"

 

"죄, 죄송합니다."

 

고개 숙이는 중년의 남자의 뒷통수는 영락없이 김과장을 닮았다.

 

한참을 말없이 Bans 씨는 머그잔, 아니 와인잔을 들이켰다.

 

사막에서 한참을 헤메다 발견한 오아시스에서 퍼낸 성수같이 이 세상 무엇보다도 달콤한 음료였다.

 

Bans 씨가 잔을 들었다 놓는 소리만이 텅빈 사무실에 가득했다.

 

"그러고보니 자네는 늘 오만했어. 내 밑에서 일하는게 그리 대단한 일인줄 아나?"

 

"죄송합니다. 주인님."

 

"죄송하다는 말로 되는게 아니네. 그런식으로 매사에 남을 무시하면......"

 

"......"

 

"아닐세."

 

"아닙니다. 다 제 잘못입니다."

 

고개를 숙인 후 드는 중년 남자의 얼굴은 김과장과 거의 같았다.

 

"조심해주게. 앞으로도 이런 식이면 정말 크게 화날지도 모르니까."

 

"예. 주인님."

 

"아 참, 그러고보니 그건은 어떻게 됬나?"

 

"서부의 j 가의 따님과의 혼담 말씀이십니까?"

 

"그래, 그 이름이 pure 라고 하였나. 풀 네임 pure. j. 순수한 j라......"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만, pure. j. 씨의 현재 애인, Sed라는 친구로 인해 pure 님께서 마음을 정할 수 없는 듯 합니다."

 

"Sed 라는 친구는 뭐하는 친구인가."

 

"지하철에서 안전 요원으로 근무하고 있고 취미는 뉴욕 양키스의 경기를 보는 것이라고...... 그 외에는 잘 모르겠습니다."

 

"으음...... 그런가. 본인이 싫다면 놓아줘야지. 어쩌겠나."

 

Bans 씨는 쿨한 척 와인을 마무리하고 웃었지만 씁쓸했다.

 

"이만 물러나보게."

 

"예."

 

Bans 씨는 가죽 등받이 의자를 꺼냈다. 그리고 몸을 깊숙이 묻고 조용하고 우아한 동작으로 두 다리를 꼬아 책상 위에 올려둔 채 팔짱을 끼었다.

 

"후우...... 인간들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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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Ƹ̵Ӝ̵Ʒ 2011.07.10 23:54 (*.225.38.5)

    대작엔 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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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Ƹ̵Ӝ̵Ʒ 2011.07.10 23:55 (*.225.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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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Ƹ̵Ӝ̵Ʒ 2011.07.10 23:55 (*.225.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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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Ƹ̵Ӝ̵Ʒ 2011.07.10 23:55 (*.225.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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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Ƹ̵Ӝ̵Ʒ 2011.07.10 23:56 (*.225.38.5)

    오오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상상력 돋네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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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걸리버 2011.07.11 00:01 (*.37.130.32)

    퓨어정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Muriel 2011.07.11 00:09 (*.142.113.77)

    퓨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보부상 2011.07.11 15:07 (*.110.82.2)

    갑자기 작품성이 높아졋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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