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2011.07.12 00:13

보대리의 야근 - 9

(*.115.209.124) 조회 수 4899 추천 수 0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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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션.

 

픽션이라고픽션.모르냐.jpg

 

=========================

 

다시 한 잔을 따랐다.

 

적자색의 액체를 보며 bans는 희미하게 웃었다.

 

"난 말야. 이 세계가 싫어......"

 

Bans 씨의 눈동자에 보대리가 비친다. 그는 너무나 나약한 존재다. 라스베가스에 별장을 소유한 Bans 씨와는 달리 한국의 작은 방에서 하루하루 힘겹게 먹고사는 보대리.

 

Bans 씨에게 물처럼 흔한 와인도 보대리에겐 1년에 한번 먹을까말까한 진귀한 음료다.

 

"큭큭큭......"

 

Bans씨는 창문을 열었다.

 

"하하하하!"

 

한번 웃은 뒤 다시 한 모금.

 

그리고 Bans 씨의 눈동자에 다시 한 영상이 맺힌다.

 

아까 비서가 사라진 곳에 흑발의 미녀가 나타났다.

 

보대리의 뒤틀린 욕정이 Bans 씨의 힘을 빌어 형상을 취했다!

 

"Bans 씨."

 

생긴 것만큼 끈적끈적한 목소리다.

 

"마리아."

 

보대리의 컴퓨터에 존재하던 혼혈의 미녀는 요염한 자세로 걸어와 사장의 책상 위에 허벅지를 걸쳤다.

 

"한잔 하겠소?"

 

Bans 씨는 잔을 내밀었다. 마리아가 받았다.

 

"이 향. 좋은 술이네요. 어디거죠?"

 

"그런건 중요하지 않잖아."

 

Bans 씨는 팔짱을 낀 채 그녀를 보았다. 둘의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Bans 씨의 허리가 느슨하게 풀어진다.

 

 

한편, 김과장은 김대리와 박주임에게 컵라면을 사먹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래서 자네가 볼 땐 어떤가?"

 

박주임이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

 

"보대리 님은...... 어......"

 

"너무 난처해 하지말고 말해주게. 솔직히 말해서 많이 화가 난단말야. 난. 매일 지각에, 맡은 업무도 대충대충에 성격도 어딘가 엉성하고. 그러면서도 동기들이나 후배들한테 열등감은 가지는 것 같고."

 

"과장님, 하지만 보대리 말도 들어 봐야죠. 무슨 고민이 있는지도 모르잖습니까."

 

그래도 입사 동기라고 김대리가 편을 들었다.

 

그리고 박주임의 흔들리던 눈빛이 차츰 가라 앉았다. 입술을 몇번 지근거리던 박주임은 두 손을 모은 채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화, 확실히...... 보대리님은 근무 중에 이리저리 화들짝 놀라는 일이 많으세요. 그리고 저도 모르게 조금...... 불쾌한 웃음을 지으시고. 근데 그것이 또 여사원을 향한건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딱히 신경은 안 썼지만, 생각해보면 시선은 늘 화면에 가 있던 것 같기도 하고...... 혹시 회사 컴퓨터로 야한걸 보는건 아닌지."

 

"그런 일은 아닐걸세. 거의 모든 사이트를 차단해놨으니. 그래도 모를 일이군."

 

"하, 하지만 과장님. 그런건 아닐겁니다. 아무리 보대리가 굶주렸어도 회사 컴퓨터로 그러리라곤......"

 

김대리가 보대리의 편을 들며 외쳤다.

 

"그래. 그건 아니겠지. 정신이 박혔으면 말야."

 

그 때 김대리의 머리에 하나의 사이트가 떠올랐다. 아까 보대리가 보던, 그리고 자신이 퇴근 후 들어가던......

 

'설마......'

 

보대리는 고정닉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모를 일이다.

 

'믿고 싶어. 보대리. 설마 아니겠지......'

 

"오늘도 내가 미리 그 친구 파트를 빼돌려놔서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거래 망칠 뻔 했어. 감봉을 넘어서 스스로 직장을 말아 먹을 뻔 했다고. 이정도 참아준 것도 한곌세."

 

김과장의 말은 사실이었기에 이번엔 김대리도 아무 말하지 못했다.

 

"그럼 김과장님은 어쩌실 생각인가요?"

 

침묵을 깬 것은 박주임이었다.

 

"며칠 유예를 주고 맡은 바를 못해내면 정말 사장님께 진지하게 보고 드려야지. 좌천되든 실직되든 난 이제 해줄만큼 해줬으니. 자, 들어가지. 이제."

 

"네."

 

"예."

 

세사람과 그 외 사원들은 조용히 회사를 올려다 보았다.

 

새까만 고층 빌딩에 한 층의 유리창이 환히 빛나고 있었다.

 

저기가 그들의 회사, 그리고 보대리의 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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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Ƹ̵Ӝ̵Ʒ 2011.07.12 00:15 (*.225.38.5)

    오오미....다음부터 그냥 감칠맛나게 이렇게 짧게 짧게 쓰지말고 며칠에 한번 길게 올려주세요

  • profile
    불병신 2011.07.12 12:54 (*.161.88.86)

    오오미

  • ?
    보노보노유동 2011.07.12 13:07 (*.252.130.12)

    고정닉이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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