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2013.08.31 14:01

The Bitch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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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예상 외였다. 백도형과 한참을 이야기한 선생은 나를 혼내는 대신 교무실에 앉혀둔 채 이야기만 한참 했다.

부반장과 반장이 갖는 부담을 본인도 잘 안다고 하면서, 이해한다고 하면서 말이다.

자세한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 당시 난 9살이었다.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그 일을 기억할 수 있을리가 없지 않은가. 어쨌든 아무 사건도 사고더 없이 그 날은 끝이 났다. 생각보다 밍밍한 결과에 얼떨떨할 정도였다. 하지만 사건은 다음 날 터졌다.

교실에 오자마자 나를 반긴 것은 아이들의 싸늘한 눈초리였다. 어제도 부정적 감정이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노려 보았지만 오늘은 어제와는 다른 개념의 부정적 감정이었다. 바로 무시였다.

무시. 보이지 않는 것처럼 행동한다는 뜻이다. 사랑의 반댓말이 무관심이라는 말이 있듯 어쩌면 무시라는 것은 인간이 인간에게 가하는 가장 큰 증오의 표현일지도 모른다.

9살의 나는 활달하고 당당한 편이었지만 그 분위기에 눌려져 위축되고 말았다.

'왜 그러지.'

원인을 한참동안 분석해봤지만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왜 그런 눈빛으로 나를 보는 것일까.

한가지 위안이 되는 것은 수정이만은 언제나와 같은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이다.

무표정하게, 그리고 약간 눈썹을 모은 채, 이제와 생각하면 동정심이 아니었을까 생각도 들지만 상관없다. 이제와 그런 일로 상처받기엔 그 후의 17년이 너무나 고통스러웠으니까.

"도형이랑 화해는 한거야?"

수정이가 물어왔다. 그렇다고 대답하자 수정이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 아무래도 억지웃음일 가능성이 높지만.- 답했다.

"다행이네. 반장 부반장들이 벌써부터 싸우면 어떡하니?"

"뭐...... 나도 반성하고 있어. 서로 잘못한 것 같애."

사실 내가 일방적으로 욕하면서 가방을 발로 찬 덕에 일어난 문제지만, 당시 나는 백도형이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지 관리를 위해 그렇게 답했고, 답하면서도 머쓱해져서 머리를 긁적였다.

"그래, 그래. 사이좋게 지내야지. 다들!"

수정이는 활짝 웃으며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 손을 맞잡았다. 손이 덜덜 떨렸지만 수정이는 개의치 않고 환하게 웃으며 잡은 손을 아래위로 흔들었다. 그 때 나는 그녀를 보며 생각했다. 수정이를 위해서라면 죽어도 좋다고 말이다.

인생의 무게를 깨닫기 전의 이야기이다.

잠시 후 백도형과 담임 선생이 동시에 들어왔다. 항상 웃는 편이었던 담임 선생은 그 날 유난히 굳은 표정이었다.

남슬기가 식은 땀을 뻘뻘 흘리며 내 옆구리를 찔어왔다.

"어, 어떻게 해? 담임 선생님 많이 화나셨나봐. 무슨 일이지?"

"나한테 물으면 내가 아냐?"

나는 매몰차게 대답하곤 돌아섰다.

남슬기는 고개를 푹 숙이며 뭐라 중얼거리다가 고개를 팩 돌려 버렸다. 하지만 나는 그녀에게 신경쓰지 않고 담임 선생의 말을 기다릴 뿐이었다.

"다들 조용히 해!"

처음으로 담임 선생이 소리를 질렀다. 새학기 시작한지 한 달도 안 된 만큼 담임 선생도 우리도 서로 조심하고 있었는데. 처음으로 담임 선생이 화를 낸 것이다. 그 여파는 대단했다. 뒤를 돌아보며 한창 시끄럽게 떠들던 장동수조차도 정색을 하며 앞을 보았다.

"자아! 잘 들어라. 오늘부로 도형이가 반장을 그만두게 되었다."

그 말에 주변이 웅성댔다. 그리고 나는 내게 엄청난 시선이 쏠리는 것을 느꼈다. 무거웠다.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로 그 시선들의 무게는 엄청났다.

"이유는...... 책임감이 너무 막심해서 라고 하는 구나. 모두들 알다시피, 반장이라는 자리는, 또 부반장이라는 자리는 그리 좋기만 한 자리가 아냐. 모두를 대표하는 자리다 보니 자연스레 책임감도 따른단다. 개인적으로는 도형이가 계속 했으면 좋겠어. 도형이는 1학년 때도 성공적으로 반장 일을 했고, 리더쉽도 있다고 생각되고, 또 솔선수범하고 성적도 우수한 아이니까. 하지만 이제 본인이 싫다는데 무슨 소용이 있겠니? 그러니까 어쩔 수가 없구나. 근데 문제가 있는데, 도형이가 반증을 그만두면 누군가 반장을 해야하는데, 저번 반장 투표에서 2등했던 광태가 반장을 하고 3등했던 수정이가 부반장을 하는 것으로 할까? 아니면 재투표를 할까?"

나는 화들짝 놀라 눈을 번쩍 떴다. 자연스레 고개도 들려졌다. 하지만 나를 향한 시선은 전혀 줄지 않았다. 오히려 늘어났을 정도다.

하지만 너무 놀란 내게는 그 시선의 무게가 더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잠시 교실에는 정적이 흘렀다.

"아니요!"

정적을 깬 것은 장동수였다. 언제나처럼 녀석은 나서기를 좋아했고, 또 나섰다.

"그냥 추천하면 안 되나요?"

"추천?"

담임 선생이 눈썹을 찌푸렸다.

"네. 제가 볼 때 이렇게 하면 반이 더 잘 될 것 같아요. 우선 부반장에 안수정."

나는 그 때까지 장동수를 무시하고 있었다. 욕쟁이에 축구만 잘하고, 머리에 든 것 없고, 다혈질인 저돌적인 놈. 그 것이 내가 장동수에게 내리는 평가였다. 하지만 다음 한마디에서 장동수는 내 예상을 뒤엎고, 내게 박힌 이미지조차 뒤엎었다.

나는 반장으로 본인이 나서겠다고 할 줄 알았으니까.

하지만 다음에 나온 말은 그 누구도 상상하기 힘든 말이었다.

"...... 반장에 백도형."

 

모두들 놀라 장동수를 보았지만 나는 분명히 보았다. 백도형의 얼굴에서 살짝 스쳐간 미소를 말이다.

 

그리고 그 날, 나는 부반장을 그만두게 되었다.

 

=====

 

흐지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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