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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2011.06.25 00:24

[기묘] 곰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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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이 세상에 관하여 얼마나 방대한 인식의 크기를 가지고 있는가.』



[단편]곰팡이









"박..박사님?! 이 곰팡이 뭔가 이상한데요?"

"무슨소리야?"

"이 곰팡이들..다른 곰팡이들과는 다릅니다. 이건 마치..."

박사는 연구원 조교가 보고있던 현미경에 자신의 눈을 가져다대었다. 그 곳에는 조그마한 먼지덩이들이
서로의 몸을 탐하듯 얽혀있었는데, 그들의 증식모양은 다른 곰팡이들과는 다른 특징을 보이고 있었다.

먼저, 그들의 번식은 다른 곰팡이들과는 달리 '방향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들은 샬레에 담겨져있었는데, 마치 그들이 샬레에 담겨저있다는 것을 눈치라도 챈 듯
샬레의 가장자리를 향해 빠르게 증식하고 있었다.
무작위한 방향으로 무질서하게 증식하는 다른 곰팡이들과는 차원이 다른 패턴이었다.

또하나는 '모체'로 추정되는 곰팡이 군진이 형성되었다는 점이다.
곰팡이들의 특성 상, 그들에게는 우성인자나 열성인자가 나타날 수가 없다.
그러므로 모체의 등장또한 일어날 수 없었고, 그렇기에 모체를 중심으로한 군집은 상상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나 이 곰팡이들은 달랐다.
일정한 방향의 선봉에는 우성인자들로 모인 군집이 존재하고 있었다.
마치 인기 스타를 따라다니는 팬클럽처럼 그 우성인자를 중심으로 그들은 빠르게 증식하고 있었다.


"이..이건 마치.....두뇌를 가진 존재처럼 보이지 않는가..?"

"하,하지만 곰팡이들에게 두뇌라뇨..이것들이 사유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을리가..."

"하지만..이건 생각하지 않고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현상일세!"

"일..일단 지켜보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마치 인류의 성장과정을 나타내는 듯한 곰팡이의 움직임에 박사와 연구진은 관심을 집중시키기 시작했다.




#





"말..말도 안돼..."


박사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조그마한 샬레에서 큼지막한 비커로 곰팡이를 옮긴지 일주일만에
그들은 비커 벽의 반을 점령했으며, 그것도 모자라 비커벽을 조금씩 용식시키고 있었다.

더욱 더 놀라운 사실은 이들의 방향성은 더욱더 뚜렷해져서,
비커의 가장 약한 부분을 정확하게 공격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건...곰팡이의 수준을 넘어서서..."

"상당히 호전적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확실해!! 이녀석들에겐 분명 생체학적 메카니즘이 존재하고 있어! 이것들만 잘 연구한다면.."

박사의 얼굴에 탐욕스러운 웃음이 번졌다. 연구원들은 그를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연구원들 중 한명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박사님...만약 정말로 이들이 사고능력을 가지고 있다면..연구하기에는 너무나도 위험합니다..
저 호전적인 증식을 보십시오.."

박사는 그 연구원을 비웃었다.

"푸하핫! 사내자식의 간이 그렇게 조그만해서야 어떻게 대업을 이루겠나!! 겨우 손톱만한 크기일세!
지들이 아무리 호전적이라한들 뭐 어쩌겠나? 다윗이 골리앗을 상대하는 꼴이지!!"

우려를 내비친 연구원은 얼굴이 새빨개져서 자신의 현미경만 우두커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고,
박사는 이미 노벨상을 받은 사람처럼 들떠있었다.



#



곰팡이들은 날이가면 갈수록 그들의 전투성을 여지없이 증명해보였고, 그럴수록 박사의 연구 또한
순풍에 돛을 단 듯이 빠르게 이어졌다.

『新곰팡이의 생체학적 메카니즘과 사고회로에 관한 고찰』

그들이 명명한 논문의 이름이었다.



#



연구 한달 째에 접어들자 곰팡이들은 더이상 비커에 담아둘 수 없을 만큼 거대해졌으며, 공격적이어졌다.
박사와 연구진은 그 곰팡이들을 커다란 수조에다 옮기는 과정에서
그들이 공기중에 부유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新곰팡이의 사고 메카니즘과 그 한계에 관한 심층적 고찰』

그들은 연구의 방향을 조금 바꾸었다.



#



연구 두 달째,
곰팡이들은 우성군집을 '분화'하는 과정을 터득한 듯이 보였다. 그들은 자신들을 이끌던 우성인자들을
여러 갈래로 분화시켜서 조금 더 빠른 속도로 그들이 원하는 방향을 향해 증식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하나의 방향으로만 뻗어나가던 곰팡이들은 이내 두갈래로 나누어지고 네갈래로 나누어지더니
며칠 사이에 몇백개의 갈래로 나뉘어져 그들만의 방향성을 가지기 시작했다.


『新곰팡이의 우성분화와 그 메카니즘에 관한 심층적 고찰』

곰팡이들이 그들의 진화속도를 기하급수적으로 높이면 높일 수록
박사의 연구는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



연구 일 년 째,
곰팡이를 연구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특별 연구실은 이미 공기중에 부유하는 곰팡이들로 꽉 차버렸고,
그들은 그 안에 있던 종이와 책상에 존재하는 무기물들을 분해하여
산소와 이산화탄소, 그리고 수분을 생성해내기에 이르렀다.




박사의 연구는 더이상 진척될 수 없었다. 아니, 그 방에 접근조차 할 수 없었다.
연구실에 존재하는 산소는 이미 곰팡이들에 의해 오염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



연구 삼 년째에 그들의 연구는 국가적으로 금지되었다.
그들은 더이상 연구소에 들어갈 수도 없었으며, 곰팡이를 관찰할 수도 없었다.
이미 연구소 자체가 곰팡이들에게 점령당했기 때문이다.

국가에서는 이 연구를 금지시킴과 동시에 연구소 근처에 1급 생화학적 접근금지 조치를 취하였다.




#




연구가 금지되고 일년이 흐른 후,
연구소 근처에 거주하던 인근 마을 주민들에게 조금 특별한 질환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이따금 자신들이 하던 행동을 멈춘 채 어디론가 떠돌아다니다 정신을 차리기도하고,
조울증 증세를 동반한 극도의 히스테리 증상을 보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더욱 놀라운 사실은 질환 발병자들이 그러한 사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새로운 질환의 발생은 의학계를 긴장상태로 만들기에 충분했고 그들은 곧바로 연구에 착수했다.



#



연구소 주위에서 발병하는 증후군을 연구하던 의사들은 그들의 뇌와 신경계통에 이물질이 끼어들어가
사람의 신경 작용에 오류를 불러일으킨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것들이 연구소에서 연구하던 곰팡이의 일종이라는 사실 역시 알아내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의사들은 그러한 질병에 대해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사라진다.'라는 결론을 내리고 말았다.

연구진과 의사간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하였기때문에 의사들은 新곰팡이에 대한 아무런 정보를 가지지 못하였다.
그렇기에 의사들은

'사람의 몸은 곰팡이가 서식하기에 부적합할 뿐더러 전투능력이 전무한 곰팡이들이 백혈구를 이겨낼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라고 단정지어 버리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의사들의 성급한 결론은 후에 어마어마한 대 참사를 가져오고야 말았다.



#



新곰팡이 증후군이 처음 발병한지 일년이 지나자
지구의 절반 가까이가 이 곰팡이 증후군에 의해 무너져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뇌와 신경계통 사이에서 증식하던 곰팡이들은
이내 일정한 방향성을 띄고 그들 자신을 증식시켜 나가기 시작했다.
그들은 백혈구들에게까지 기생하여 그들의 전투능력을 흡수하였고, 적혈구를 통해 신체 곳곳에 퍼져나갔다.
그러한 와중에도 우성인자들은 '뇌'와 '연수'를 향해 빠르게 증식하기에 여념이 없었고,
급기야는 인간의 뇌와 연수를 침투, 그들의 호전적인 습성을 인간에게 반영시키기 시작했다.


『新곰팡이 증후군이 발병하면 처음 한시간 동안은 백혈병의 증상처럼 백혈구가 사람의 신체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발병 두시간 째에는 사지가 말을 듣지 않고, 언어 계통에 문제가 생기게 되고, 각종 장기들의 활동이 무뎌지기 시작하고,
세시간 째에 이르면 '연수'와 '척수'를 점령당한다. 이때문에 그들은 '전투'에 대한
무조건바ㄴ사적인 행동을 취하게 되고, 폭력성이 극도로 증가하기 시작한다.
발병 네시간이 흐르면 인간의 뇌는 곰팡이의 영향 하에 들어가게 되고
일절 사고활동을 중지한 채, 오로지 '살육'에만 몰두하게 된다.
발병 한시간 째의 인간은 약물로 치료하고
발병 두시간이 지나면 정신병원에 감호,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
발병 세시간이 지난 인간은 폐쇄한 연구소에 격리조치 취하며
발병 네시간이 지난 인간은 사살한다.』


이것이 新곰팡이 증후군의 대처방법에 관하여 각 국가에 하달된 UN의 칙령이었다.



#



新곰팡이 증후군 발병 이래로 삼년이 흐르자,
세계 인구의 2/3이 군대에 의해 몰살당하거나 그들만의 살육에 의해 지도상에서 사라졌다.

남아있는 생존자들은 기아와 가난, 각종 질병에 허덕이고 있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음식물들은 이미 新곰팡이가 증식하고 있었으며,
동시 다발적인 혼란으로 인해 각 국의 통화체계는 붕괴되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자신들의 교역에 화폐를 사용할 수 없었고,
원시시대의 물물교환조차 新곰팡이들에 의한 부식으로 가능하지 못하게 되었다.

또한 곰팡이의 증식은 공기의 오염과 지구환경의 파괴를 가져왔고, 굳이 증후군이 발병하지 않더라도
부차적인 질병에 의해 사망하는 인구가 살아남은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




"생체 실험을 단행하자는 말씀이십니까?"

"위험부담이 너무나도 큽니다!"

"우린 아직 곰팡이들의 매카니즘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구요!"

"연구 비용은? 연구실은? 누가 대준답니까?"

"그렇다면 이렇게 당하고만 있자는 말인가?"

"우리가 곰팡이들보다 지능이 뛰어난 만물의 영장인걸 잊었단 말인가?"

인간들은 그들의 잃어버린 '수적 우월성'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로 생체실험을 단행하기에 이르렀다.
생체 연구의 희생양이 된 사람들은 두번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




新곰팡이 증후군 발병 5년 차.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는 곰팡이들 뿐이었다.
살아남은 인간들은 무리한 생체실험을 단행,
급기야는 생존인간들의 증후군 발병에 도화선을 마련해주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곰팡이들의 매카니즘은 인간들이 생각하던 수준을 뛰어넘어버린 상태인데다
겨우 살아돌아온 인간들 역시 그들의 몸에 부유하고 있던 곰팡이들이 그들의 호흡계에 침투,
폐활동을 정지시키기에 이르렀다.

新곰팡이 증후군의 피해는 비단 인간에게만 작용한 것은 아니었다.
각 지역의 생태계는 '곰팡이'라는 무분별한 포식자의 등장으로 그 체계를 상실해버렸고,
이내 인간들과 같은 종류의 비슷한 증후군의 발병을 통해 유기체들의 멸종을 가져오게 되었다.



#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의 모습은 하나의 곰팡이 천국에 불과할 뿐이었다.

죽어버린 인간의 시체와 썩어가는 토양 위로 곰팡이들이 증식하고 있었다.




#




"박사님 이것 좀 보십시오."

"말..말도 안돼...이건 정말 엄청난 곰팡이군, 그래."

박사가 들여다보고있는 현미경 안에서는 새로운 종류의 곰팡이들이 다른 종류의 곰팡이를 공격하기 시작했고
불과 몇분이 지나지 않아 샬레에 존재하고 있던 열성 곰팡이들은 우성곰팡이에 의해 멸종당하고 말았다.

"이..이건 노벨상감이야!!어서 연구를 진행하자구!!"

"하..하지만 이것들의 공격성은..."

"걱정말게! 설마 우리가 '이렇게 조그마한 것들'에게 '전멸'이라도 당한단 말인가?
괜한 기우는 떨쳐버리고 노벨상을 향해 한걸음 나아가 보자구!"

박사는 얼굴에 핏대를 세워가며 연구진을 진두지휘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곰팡이들은 '또다른 곰팡이'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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