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만화가 좋았다. 무언가를 인식하기도 전부터 나는 텔레비전에 푹 빠져 있었다. 매일 여섯시면 공중파 3사에서는 우리말의 주제곡과 함께 만화영화가 시작되었다.
다음날이면 동네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흙장난을 하며 기술 이름을 외치며 어제 본 만화영화에 대해 토론했다. 내가 흙먼지를 뿌리며 외치는 기술 이름에 친구들은 비명을 지르며 나가떨어져 줬다. 나는 모두의 중심이었다.
내가 나뭇가지를 검 삼아 거리를 달리면 내 소꿉친구 민희는 만화 영화 속 히로인 마법사가 되어 주문을 외웠다.
지금은 볼 수 없는 그녀다. 얼굴도 목소리도 흐릿하다.
생각해보면 하나하나 유치하지만 그 때문에 아름다웠던 시절이다.
글자를 수월히 읽을 수 있을 때부터 만화책을 읽었다.
어머니께 억지로 끌려 치과에 갔을 때 울며 집에 가겠다는 내게 포켓몬스터 만화책을 쥐어준 간호사 때문이었다.
매월 25일이면 서점에 가 '팡팡' 신간이 나오지 않았나 두리번 거리곤 했다.
세월이 지났고 민희와도 헤어졌다. 그녀는 여중으로, 나는 남중으로.
형이라며 따르던 준영이는 졸업식 날 미친듯이 울더니 정작 그 자신은 졸업하지 못한 채 어디론가 사라졌다.
중학생이 된 나의 관심은 웹툰으로 이어졌다.
웹툰에서 팬카페로, 팬카페에서 전문 커뮤니티로.
거기서 추천해주는 애니메이션을, 비공식적인 루트로 다운 받았다.
더 큰 교복을 입을 나이.
이 때 만든 친구는 평생간다고 한다. 하지만.
친구들과의 대화보다 PMP속 애니메이션이 더 재밌다.
교과서의 무거운 문자보다 애니메이션의 자막이 더 의미있다.
자막 다운받는 것이 귀찮아 일본어를 익혔다.
그렇다. 나는, 모두가 말하는 '오타쿠'가 되었다.
그 후 30년. 나는 이제 무언가 이루려고 한다.
마법시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