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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24 19:49

The Bitch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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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itch 1  Fiction / 이야기 

2013/08/16 00:33

복사http://blog.naver.com/daetaryugeon/50177577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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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정이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초등학교 2학년 때다. 그 때가 생각나냐고 묻는다면 거짓말처럼 들리겠지만 난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내가 망가지기 시작한 첫 해니까 말이다. 그 동기가 수정이와 상당히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나는 수정이를 기억하고 있다.

당시 TV에서는 다간이나 선가드가 방영되고 있었고 한창 강호동이 인기몰이를 시작하고 있었다. 유재석이나 박명수는 듣보잡이었지. 유재석은 그냥 메뚜기 탈 쓰고 점프하는 재미없는 개그맨 A였고 박명수는 우쒸 밖에 없었다.

당시의 나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잘 어울리는 9살짜리 어린 아이였다. 히키코모리인 삼촌 - 당시에는 히키코모리라는 단어는 없었지만. - 덕분에 하이텔이나 나우누리 같은 선진문물을 미취학 아동 시절부터 접했고 남들이 모르는 어른의 세계라던가 세상의 비정함을 잘 안다고 생각했다. 또 그것을 잘 드러내고 뽐냈기에 친구들은 나를 무서워하면서도 따랐던 것 같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왕따가 아니었다. 오히려 리더격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는 - 당시는 국민학교였다. 내가 2학년에 올라간 뒤 초등학교로 바뀌었다.- 반장도 한 번 해보았다. 생일 때는 당연하다는 듯이 롯데리아를 가서 불고기 버거를 주문해 쐈고, 누군들 안 그러겠냐만은 초등학교 1학년 성적은 모두 '수' 였다.

수정이는 그런 나를 8살 때부터 지켜 보았다고 했다.

"언젠간 그 아이에게 시집을 갈 것"이라고 말하면서 말이다.

내 유일의, 그리고 최후의 전성기인 국민학교 1학년이 지나고 2학년이 되었다. 나는 어머니가 사주신 당시 최신 유행이었던 하얀색 떡볶이 코트를 입고 낡은 교실에 들어섰었다. 아니나 다를까 시선이 꽂혔었다.

그 때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 시선중에는 수정이도 있었던 것 같다. 그 당시 수정이는 무척 예뻤었고 시골아이 답지 않게 하얀 피부에 크고 쌍꺼풀 진 눈을 가졌었다. 운동도 공부도 완벽했던 그녀에게 한가지 단점이 있다면 부모님의 경제적 능력이 매우 낮아 외할머니와 살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동거지가 매우 가지런했기에 모두들 그녀가 동네의 부촌인 A동 주민이라고 생각했었다.

수정이에 대해 이렇게 잘 기억하는 이유는 나를 쫓아다녔던 내 인생 유일했던 여자였기 때문이다.

고작 9살 때의 고작 몇 달 간의 소꿉친구를 두고 여자라고 칭하는 것은 26살 먹을 때 까지 여자 손 한 번 못 잡아본 나 자신에 대한 동정심의 표출일 것이다. 그러니까 다시는 나를 무시하지 말아라.

어쨌든 나 박광태는 1996년 어느 날 수정이의 기대 어린 눈빛을 받으며 반장 선거에 출마했다.

후보는 총 다섯명이었다. 부잣집 도련님인 백도형, 축구를 잘하는 장동수, 안경잡이 공부벌레였던 김수진, 박광태, 그리고 이쁘고 착했던 안수정.

우리는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를 받으며 교탁 앞에 섰다. 먼저 백도형의 차례였다.

"어, 안녕. 내 이름은 백도형이야. 1학년 때 2반 반장을 맡았어서 반장 잘 할 수 있어. 나를 뽑아줬으면 좋겠어. 우선 내가 반장이 된다면 한 달에 한 번 씩 햄버거 데이를 만들게. 그 날은 우리 학교 끝나고 햄버거를 먹으러 가는거야. 롯데리아 말고 맥도날드로! 그러니까 나를 꼭 뽑아줘. 부탁할게!"

벼락 부잣집 아들답게 애미애비 돈 쓰는 얘기를 자연스럽게 하는 녀석이었다. 나는 조가았지만 같으 반의 친구들은 마음에 들었는지, 아니면 단순히 예의상이었는지 박수를 무척 거세게 쳤었다.

장동수는 다른 반, 그리고 같은 유치원에서 다른 학교로 간 아이들과의 축구 시합을 공약으로 걸었다. 당연히 낙선이었다. 축구란 볼 땐 몰라도 할 땐 호불호가 갈리는 게임이다. 특히 애새끼들 축구에서 수비수나 골키퍼만큼 좆같은건 없지. 그건 왕따 포지션이니까. 응원만 해야하는 기집애들은 또 뭔 죄람. 골 넣으면 목 아프게 소리나 질러야 한다.

김수진의 공약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보나마나 공부 얘기 했겠지. 아무튼 재미없고 못 생긴 년이었다.

"저는-"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나는 마른 침을 꿀꺽 삼키고 전원을 둘러 보았다. 1학년 2반의 반장이 백도형이라면 1학년 5반의 반장은 나 박광태였다. 나는 백도형에게 지기가 싫었다.

"박광태 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제가 반장이 된다면 여러분들을 위해 주번일을 매일 하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 고개를 수였다.

"오-" 하는 환호 소리가 울렸다. 나는 나 역시 엉성한 조건을 내건 주제에 내가 반장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안녕? 안수정이라고 해. 나는 나 스스로 반장감은 아니라고 생각해. 하지만 나는 누가 반장이 되든 그 사람을 도와서 좋은 반을 만드는 부반장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잘 부탁할게."

그러면서 수정이는 내 쪽을 보았다. 난 분명히 그렇다고 확신한다.

담임 선생은 이사한데서 민주적인 인간이었다. 보통의 국민학생에게 투표란, 생각할 틈을 주지 않고 공약을 듣기도 전에 나랑 친한 놈, 안 친한 놈을 뽑는 것인데 이 인간은 아홉살짜리들에게 누구의 공약이 반장으로써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토론할 시간을 주었다. 물론 난장판이었지만 이 인간은 그것을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십년이 지난 뒤에야 그 인간이 전교조의 일원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그에게서 받은 가르침 때문에 누군가가 좌익사범이 되었다거나 반국가적 행위를 했다거나, 자유민주주의를 지양하고 공산주의를 지향하게 되었다는 소식은 아직 듣지 못했다.

"장동수."

선생의 호명에 이어 칠판에는 한 획이 추가되었다. 장동수가 예상 외로 첫 득표를 한 것이다.

"장동수."

다음도 장동수였다. 장동수는 "아싸!" 하고 외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다음 표는 김수진이었던 것이다.

거두절미하고 본론을 말하자면 나와 백도형의 백중세였다. 백도형이 한 표 정도 앞서기는 했지만 나역시 만만하지 않았다.

"박광태."

마지막으로 내 이름이 불려졌다. 결과는 13 대 12로 나의 패배였다. 백도형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띄며 나를 바라보며 안경을 올려 썼다. 너무 화가 나 몸이 부들부들 떨렸지만 부모로부터 결과에 승복하라는 가르침을 받았기에 나는 이를 악물고 분노를 억제했다. 하지만 진짜 화가 나는 것은 진 것 때문이 아니었다. 2등인 나는 결국 부반장을 , 해야 했는데 이는 실로 반장의 꼬봉이요, 이미지는 범생이라 남자가 하기엔 영 별로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로써 2학년 1반에 새로운 반장 부반장이 탄생했다. 모두 박수!"

담임은 나와 백도형을 앞에 세우고 아이들에게 말했다. 아이들은 열성적으로 박수를 치며 우리 둘을 축하했지만 왠지 모르게 그 박수는 나를 비웃는 것처럼 느껴졌다.

박수치는 사람들 속에 수정이가 있었다. 당시 9살인 내가 뭘 알겠냐고 묻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그것이 사랑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수정이는 이뻤으니까.

 The Bitch 1|작성자 Rhani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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