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2013.08.25 08:31

The Bitch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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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itch 3  Fiction / 이야기 

2013/08/25 08:31  수정  삭제

복사http://blog.naver.com/daetaryugeon/50178175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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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부반장으로써의 생활은 1주일을 넘기지 못했다. 반장에게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가 부반장에게는 얼마나 큰 상처인지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화가 나는 것은 백도형 새끼가 나를 종처럼 부렸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나로선 정말 하기 싫었던 화장실 청소라던가, 방과 후 유리창 닦기라던가.

 

그 놈은 학급 대표로써의 모범을 핑계로 나에게 이런 잡역을 함께하자고 권유해왔다.

 

"씨발."

 

나는 유리창을 닦으며 욕설을 내뱉었다. 백도형은 잠시 화장실에 가 있었다.

 

철퍽하는 소리와 함께 걸레가 바닥에 내동댕이 쳐졌다. 벌써 네시였다.

 

집에 가서 만화봐야 하는데...... 오늘은 세븐체인저가 나온단 말이야.

 

세븐체인저는 다간에서 악역으로 나왔다가 선역으로 죽는 멋진 캐릭터다. 그러니 다시는 세븐체인저를 무시하지 말아라.

 

걸레를 내팽개친 나는 그대로 바닥에 내려와 백도형의 자리로 걸어갔다. 그리고 책상에 걸려있는 그 녀석의 가방을 거세게 발로 갈겼다.

 

펑하는 소리와 함께 가방이 진자운동을 했다. 나는 내 쪽으로 기울여지는 가방을 다시 한 번 걷어찼다.

 

그리고 네 번 쯤 걷어찼을 때, 왠지 모를 싸늘한 기운에 교실 앞문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곳에는 백도형이 얼굴을 굳힌 채 서있었다.

 

우리 둘은 한참동안 서로를 노려 보았다.

 

백도형은 화가 난건지 아닌지 모를 눈빛을 띄며 나를 보았고 나는 - 이제와 솔직히 고백하자면 - 심하게 당황해 있었다. 누가 보아도 내가 일방적으로 잘못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백도형은 천천히 내게 걸어왔고 나는 반사적으로 움찔거리며 뒷걸음을 쳤다. 자기 자리까지 온 백도형은 식은 땀을 흘리고 있는 나를 향해 작지만 분명하게 말했다.

 

"유치한 놈."

 

그리고는 조용히 가방을 들고는 밖으로 나가버리는 것이었다. 한참동안 멍하게 서있던 나는 황급히 걸레를 치우고 교실 문을 잠궜다.

 

교실 열쇠를 교무실에 반납한 나는 도망치듯 집으로 달려갔다. 가방도 챙기지 않았단 것을 깨달은건 그 날 9시 뉴스가 끝날 때 쯤이었다.

 

다음 날, 교실의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내가 들어서자마자 모두들 나를 한 번 노려보더니 자기네들끼리 수군대는 것이었다. 나는 직감했다. 이대로 나는 왕따가 되는 것이구나, 하고 말이다.

 

20세기 후반에 들어서 왕따, 이지메, 다굴 등 다수가 소수 혹은 개인을 정신적, 육체적으로 폭행하는 문제가 늘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문제에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너무나도 어린, 10살도 되지 않은 나이기에 더욱 더 잔인해질 수 있는 시기였다.

 

그들이 나타내는 감정은 어떤 이해관계도 성립되지 않은 채 나타나는 순수한 적의였기에.

 

나는 조심스레 의자를 당겨 자리에 앉았다. 어제 놓고간 가방이 보였다. 갑자기 눈물이 핑 고였지만 나는 하품하는 척, 눈곱을 떼는 척하며 그 눈물을 닦아냈다.

 

"광태, 왔구나."

 

백도형이 안경을 밀어 올리며 내게 악수를 청했다. 나는 반사적으로 그의 가방을 보았다.

 

평소 백도형이 입고 다니는 옷처럼 하얀 그 가방의 옆면에는 내 실내화 자국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갑자기 분노가 치밀었다.

 

"손 치워."

 

나는 오기있게 녀석의 손을 쳐냈다. 하지만 그로 인해 돌아온 것은 아이들의 비난이었다.

 

"박광태, 나쁜 새끼!"

 

"니가 그러고도 사람이냐?"

 

"쪼잔한 놈."

 

"씹새끼."

 

그 한마디 한마디가 비수가 되서 내게 꽂혔다. 백도형은 내게 비난을 퍼붓는 아이들을 제지했다. 너무나도 비참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백도형이 내 편을 들어준다는 사실이 말이다.

 

제 1의 피해자가 나를 보호하니 제 3자인 아이들은 더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그들의 눈에 비친 적대감을 말이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수정이만은 얼굴을 굳힐 뿐 내게 어떤 비난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과, 과, 광태야. 너 정말 그랬어? 네가 도형이 가방 막 발로 차고 그런거야?"

 

옆자리에 앉은 남슬기가 안절부절 못하며 물어왔다. 남슬기는 금속테 안경에 주근깨 진 얼굴, 피부에는 아토피가 가득한 아이였다. 그 애는 늘 긴 팔 옷만 입고 다녔는데, 후에 알게된 바에 의하면 아버지의 가정폭력으로 인해 팔뚝 곳곳에 담배빵이 가득하다고 한다.

 

"꺼져, 좀......"

 

당시의 나는 이 착한 여자애를 이렇게 홀대했다. 그 때의 내게는 안수정 말고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몇 년 뒤 나는 남슬기하고라도 친해져볼걸 하고 후회하게 된다.

 

"너무해......!"

 

남슬기는 안경을 살며시 벗고는 책상에 얼굴을 묻었다. 간간히 들리는 히끅거리는 소리와 규칙적으로 들썩이는 어깨와 등이 그 아이가 울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뛰쳐 나갔다. 등 뒤에서 수정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어디가! 곧 선생님 오실건데!"

 

아니, 수정아. 선생님은 지금 오지 않아. 왜냐면 지금 내 눈 앞에서 백도형이랑 얘기를 하고 있으니까. 아마 저건 내 얘기일 것이다. 존나 혼나겠지. 어쩌면 부반장에서 잘릴지도 모른다. 그게 비약이라고 하더라도 역할 수행하는데 무리가 있을 것은 당연한 일이고. 어쩌면 부모님을 모시고 와야할지도 모른다. 어떤 미래든 끔찍했다.

 

======


군대에서 옮겨쓰는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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