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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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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오래된 이야기 - 6 ver.ilbe

오
오타쿠첨보냐Lv.71로스터
15년 전인 2011년 6월에 올라온 글이에요 · 댓글은 지금도 달 수 있어요

다음 날, 같은 동에 사는 친구 N과 함께 학교로 가던 나는

저 멀리서 다가오는 친구 I를 발견했다.

 

"술은?"

 

"챙겨왔지."

 

I는 자랑스레 배낭을 가리켰다. 자취를 하는 I는 평소 동네

사람들에게 백수같은 모습을 많이 보여 술담배를 자유롭게

살 수 있는 몇 없는 아이 중 하나였다.

 

분명 교복을 입고 다니는데 왜 그런지는 알 수 없다. 거기다

이 놈은 술담배를 즐겨하지도 않는다.

 

그러니까 단순히 얼굴이 삭은 것이다.

 

어쨌든 I가 준비한 술과, 다른 아이들의 과자 안주, Y의 치

킨 안주 등등 수학여행의 밤은 즐거울 것 같았다.

 

캐리어를 밀어 버스에 넣고, 그 버스가 다시 김포 공항으로

출발했다.

 

나는 친구 K, S, Y, N,J 등과 수학 여행에서 만들 추억 등을

얘기하며 웃었다.

 

어쩌다 그녀를 보았는데 그녀도 무척 즐거운 듯 웃고 있었다

. 평일이고 막히는 시간이 아니니까 금방 김포 공항에 도착

했다. 도착한 우리는 비행기 표를 기다리며 또 삼삼오오 모

여 대화를 나누었고 공항은 그로 인해 소란해졌다.

 

비행기에서 나와 S가 함께 앉았는데 나나 S나 딱히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없어 무척 조용했다.

 

반면 뒤에서는 두 모범생이 입시에 대해 논했는데 여기까지

와서 그걸 듣고 있자니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다.

 

한시간 가량 비행 후 도착한 곳은 제주공항이었다.

 

제주 공항에서 내려 다시 짐을 챙기고 버스를 통해 식물원을

들렸는데, 낯이 익은 어투가 들려 왔다.

 

경상도 사투리였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린 나는 낯익은 이름을 발견할 수 있었

다.

 

내 고향 소재의 여고였다.

 

아, 어릴 때 저기 다니던 여고생 누나들한테 인기 많았는데.

그 때 은근슬쩍 가슴도 만지고 그랬어야 했는데.

 

나는 후회하며 그녀들을 보았다.

 

그리고 자연스레 고개를 돌리고 식물원으로 들어갔다.

 

밖에서 딴짓하다 들어간 탓에 우리반 애들하고는 멀어진 상

태였다.

 

나는 문자를 통해 애들을 찾아냈고 이윽고 연못 근처에 있는

그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뭐함?"

 

나는 웃으며 다가갔다. 그리고 이건 내 실책이었다. 당시 주

변에는 바지가 죄다 젖은 O나 L등이 울상을 지은 채 서 있었

는데 나는 그들을 발견하지 못 했다.

 

"GDS"

 

K가 다가왔다.

 

"왜?"

 

나는 아무 것도 모른 채 그 놈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그놈은

내 양 손을 잡아 봉쇄했다.

 

"뭐하냐? 아, 잠만 뭐야!"

 

그리고 S가 내 엠피쓰리와 카메라, 핸드폰을 빼 Y에게 건넸

다. 그리고 O와 L등이 달려들었다.

 

"아, 씨발! 미친 새끼들아!"

 

그 놈들은 나를 연못으로 던져 넣었다. 다행히 눕혀 던진 것

도 아니고 연못도 깊지 않았기에 무릎까지만 젖었지만 기분

이 뭣 같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한 번 빠지고 나니 은근 시원해서 좋았다.

 

"야, 내 이름을 말해봐라."

 

이왕 온 거 추억을 만들기로 한 나는 아이들을 선동하기 시

작했다.

 

K를 필두로 아이들이 "GDS" 연호하기 시작했다.

 

흥분한 나는 연못 위 바위에서 연못으로 뛰어 내려버렸고,

결국 허벅지까지 젖어버렸다.

 

박수 소리가 울렸고 근처의 여자들이 수군대는 것이 보였다.

그 여자들은 내가 살던 동네 출신의 여학생들이었는데, 이

때까지만 해도 이 일로 인해 그 지역에서까지 이름이 오르내

릴 줄은 몰랐다.

 

어쨌든 버스에 도착한 나는 젖은 바지째로 좌석에 앉았다.

 

흥분한 K가 버스 내 노래 연주기를 통해 랩을 하겠다고 선곡

을 했다. 그리고 그 순간 여학생들이 올라왔다.

 

싱거운 K 자식은 그 자세 그대로 멈추더니 결국 음악을 취소

했다. 아이들의 야유가 터져 나왔지만 원래 이놈은 그런 것

에 연연해하지 않는다.

 

대신 이 놈이 선곡한 것은 내 노래방 애창곡이었다.

 

그리고 이 새끼는 나를 지목했다.

 

쏟아지는 박수 속에 그녀가 날 바라 보는 것이 느껴졌고 나

는 그녀에게 무언가 멋진 모습을 보여야 겠다고 생각해 자리

를 박차고 일어났다.

 

"마이크 내놔."

 

나는 K에게 손을 내밀었고 K는 마이크를 건네 주었다.

 

그리고 나는 노래를 시작했다. 솔직히 나는 노래 못한다. 목

소리도 기본적으로 낮고 쉽게 갈라지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릴 적 악기를 다룬 경험 때문인지 박자나 리듬감은

있었다. 마침 노래도 신나는 템포의 곡이었기에 버스 내 분

위기는 금새 좋아졌다.

 

그 기세를 몰아 나는 친구 L이나 N에게 노래를 시켰고 둘은

시뻘개진 얼굴로 노래를 했다.

 

그리고 숙소에 도착한 우리는 녹초가 되어 몸을 던졌다.

우선 우리는 씻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빗물에 푹 담궈

진 신발에선 아주 해괴한 냄새가 난다.

 

모두들 신발을 베란다에 거꾸로 널어두고 2인 1조씩 조를 짜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했는데 마침 방은 홀수였고 나는 남자

와 목욕하기 싫었기에 홀로 들어갔다. 때문에 처음의 큰 비

누는 군데군데 쪼개지고 뭉개져 있었는데 나는 그 비누를 물

에 헹군 뒤 샤워를 했다.

 

샴푸가 없었지만 크게 상관하지 않는 성격이라서 비누로 머

리를 감고 나오니 모두들 티비 앞에 모여 있었다.

 

사정을 들어보니 아직 술먹고 화투를 치기에는 이른 시간이

고 다들 피곤해 해서 우선 쉰다고 했다.

 

그날 티비에서는 미이라를 하고 있었다.

 

나는 옛부터 보고 보고 또 본 거라 보기 싫었지만 의외로 방

안에 안 본 놈들이 많았다.

 

때문에 지루한 미이라를 보면서 꾸벅꾸벅 조는데 초인종이

울렸다.

 

친구 Y가 아는 제주도 사람이 보내준 치킨이 도착한 것이었

다.

 

우리는 담임 선생을 기다리며 장난 전화 놀이를 했다.

 

S가 아는 다른 학교 여자애에게 발신자 표시 제한으로 전화

를 했다.

 

우선 I가 전화를 받아 뭐라고 욕을 해댔고, 다음은 K였다.

 

그리고 그 다음이 나였는데 나는 경상도 사투리로 그 여자

아이를 놀려대며 계좌번호를 부르고 입금하라고 깽판을 쳐댔

다.

 

그러자 그 여자 애는 쌍소리를 해대며 욕을 퍼부었고 같은

방의 아이들과 나는 몹시 즐거워하며 전화를 끊었다.

 

잠시 후 담임 선생이 들어왔다.

 

말로는 방 인원 체크를 위해서라고 했지만 아마 우리 방을

감시하기 위해서 였을 것이다.

 

당시 우리방은 모범반이었던 우리반에서 가장 문제 있는 놈

들만 모아둔 곳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래봐야 정말 사고를 치고 다니는 애는 아무도 없지만

말이다.

 

어쨌든 담임 선생은 우리 방에 들어와 치킨을 발견했고 우리

는 어쩔 수 없이 다리 하나를 넘겼다.

 

담임 선생은 우리 방에 술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고는 의심

스런 눈빛을 보내며 나갔다.

 

그 때부터가 우리의 축제 시작이었다.

 

생수통에 주사기를 이용해 물처럼 넣어둔 소주와 사와서 숙

소 으슥한 곳에 숨겨뒀던 맥주를 가져왔다.

 

S와 K는 준비해온 스낵들을 꺼내 방 한구석에 풀고 종이컵에

소주를 가득 따랐다.

 

그리고 거기에 모여 우리는 대화를 나누며 술을 마셨다.

 

술을 마시다 보면 좋아하는 여자라던가 고민 등을 토로하는

경우가 있지만 우리는 반대였다. 오히려 평소 때 여자 얘기

를 하고 술이 들어가자 모두 개소리를 해댔다.

 

 한 놈은 덥다고 옷을 벗다가 욕먹고 맞기도 했고, 다른 한

놈은 몇 잔 마시더니 구석에 쳐박혀서 잠을 잤다.

 

모두들 종이컵에 가득 따라 원 샷을 했기 때문에 제정신이

아니었는데, 그렇게 이틀분의 술을 다 동내고 나니 다들 취

했고 장난기가 올라 조금 무모한 짓을 하기로 했다.

 

그 제안은 또 S에게서 시작되었다.

 

S는 전화기를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그 다음엔

우리 방 모두에게 그 전화기를 돌렸다.

 

모두들 전화기를 붙들고 뭐라고 개소리를 해댔는데, 맨 마지

막 직전에 그 전화기가 내게 왔다.

 

이런 일에는 또 안 빠지는게 나의 성격인지라, 나는 전화기

를 받았다.

 

"여보세요?"

 

나는 잔뜩 취한 목소리로 전화기를 받았다. 상대방은 여자였

다.

 

-여보세요?

 

왠지 귀에 익은 목소리였지만 술에 취한 나는 그 것도 모르

고 거기에 트로트를 불러대며 헛소리를 해댔다. 여자가 뭐라

고 해댔는데 무슨 내용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데, 아마 실망이

니 뭐니 한 것 같다.

 

아이들은 무척 즐거워하며 내 전화기를 뺏었고 마지막으로 I

가 헛소리를 해대고 전화를 끝냈다.

 

모두들 폭소를 터뜨리며 마지막으로 술잔을 기울였고 몇몇은

화투를 치고 몇몇은 라면을 끓여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다음 날, 숙취로 아픈 머리를 감싸쥐며 한라산 등반

을 준비했다.

 

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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