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2012.02.15 19:27

와갤 판타지 월드 - 3

(*.115.209.124) 조회 수 801 추천 수 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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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애미애비없이태어난새끼라도할배눈엔똑같은손자야

 

 

일주간의 여유가 생겼다.

 

징집 대상에 없는 앉은뱅이나 애꾸눈같은 장애인을 제외한 모든 마을의 청장년층은 가족, 연인, 친구들과 마지막 추억을 나누곤 했다.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놀랍게도 그 마지막 일주일은, 수많은 동정남들이 동정을 탈출하고 사랑이 이루어지는 것이었다.

 

비록 일주간의 성냥개비같은 사랑이지만, 비트스누프 역시 아랫마을 술집 여자와 눈이 맞아 일주간의 동거에 들어갔다.

 

정확히 말하면 이제 나흘 남았다.

 

 

"전쟁이라니 실감이 정말 안나네."

 

그러거나 말거나 존은 오늘도 일이다. 장작을 패고, 열매를 따고, 풀에 붙은 해충과 새를 쫓아내는게 그의 하루 일과다.

 

해가 떨어질 때까지, 오늘도 할배는 그를 놓아주지 않는다.

 

"하루하루가 똑같은데, 이제 나흘 뒤면 전쟁이란 말이지."

 

사실 이미 전쟁중이다. 정규군과 국경 인근의 주민들은 이미 징집되어 이웃나라와 싸우고 있다.

 

존과 비트스누프 등은 국경과 한참 떨어진 곳에 있기에 일주간의 여유가 생긴 것이다.

 

평소 알고 지내는 여자도 없고 하루 일과라곤 일과 술 뿐인 존이기에, 다른 이들처럼 일주간의 로맨스를 즐길 수도 없었고, 그 일주간의 로맨스 덕분에 비트스누프라는 친구 아닌 친구도 잃을 위기다.

 

"어이, 존! 엄마가 치즈랑 와인을 준비해줬어."

 

애꾸눈의 목소리였다. 고개를 돌려보니 애꾸눈이 앉은뱅이의 수레를 밀고, 앉은뱅이가 무언가를 무릎 위에 든 채 걸어오고 있었다.

 

"너희들......"

 

지금으로썬 존에게 남은 마지막 두 친구다.

 

존의 목소리가 조심스레 떨려온다.

 

 

늦은 밤, 오늘 존은 아랫 마을에 내려가지 않았다.

 

존과 앉은뱅이, 애꾸눈 셋은 존의 집 거실에서 애꾸눈의 모친이 준비해준 와인을 마시고 있었다.

 

비록 나무로 깎은 잔에, 벌컥 거리는 소리가 가득한 품위없는 모습이었지만 존의 모습은 어느 때보다도 경건했다.

 

"형은 동정을 뗀 모양이더라고."

 

애꾸눈이 중얼거렸다.

 

원래 말이 없던 세 사람이지만 이번으로 인해 더욱 분위기가 가라 앉았다.

 

"나도 할거야."

 

앉은뱅이가 이루어지지 못할 꿈을 말하며 주먹을 쥐었다.

 

"그래. 나도...... 나도 만질거야!"

 

존이 나뭇잔을 세게 내려놓으며 다짐했다.

 

존의 할배는 방에서 그 모습을 보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두 사람이 돌아가고 존은 조용히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할배?"

 

놀랍게도 해가 떨어지면 잠이 드는 할배가 오늘은 잠에 들지 않았다.

 

"나도 귀가 있다."

 

전쟁이 일어난다는 소식을 드디어 들은 모양이다. 할배는 무슨 종류인지 몰라도 독한 냄새가 풍기는 액체를 한 모금 들이키고 말을 이었다.

 

"살아와라. 일할 놈 없다."

 

존은 왠지 가슴이 찡했다. 할배의 어투에서 그에 대한 걱정을 느낀 것이다.

 

"하... 할배. 나, 꼭 살아올게. 그리고 할배. 이런 집 말고 좀 더 크고, 하인도 부리면서 살 수 있게 해줄게. 그러니까 할배...... 오래 살아."

 

할배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말도 안되는 소리 마라. 넌 동정도 못 뗄 팔자야."

 

"......"

 

"그냥 살아만 돌아와다오. 애미 애비 없이 컸어도 넌 내 손자니까."

 

"......할배......"

 

할배는 조용히 방을 나갔고 존은 그 자리에 한참 엎드려 울었다.

 

지도 동정으로 죽는건 서러운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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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통령 2012.02.16 08:31 (*.155.153.56)

    형 글은 재밌는데 한참 감동적일때 마지막부분이!!!!!


    너무 슬프지 말라고 의도적인것인가?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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