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2011.12.16 12:27

금빛 소녀 - 1

(*.165.104.125) 조회 수 1370 추천 수 2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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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래프트 소설 중 리치왕의 탄생편을 보면,

로데론의 왕자 아서스 메네실의 첫 사랑인 제이나 프라우드무어를 황금의 여인이라고 묘사한 대목이 있다.

소설 게임 작화 속 제이나가 금발인 것도 그 이유 중 하나겠지만 다른 것보다도 그녀의 성격이나 행동이 그렇게 묘사하게끔 한 것이 클 것이다.


금의 여인이라는 이름처럼 제이나 프라우드무어는 아서스 메네실의 인생에서 가장 빛났고 그가 죽을 때마저도 그녀의 펜던트는 그를 가슴아프게 했다.

그런 것처럼

내게도 그런 여자가 있긴 했다. 오래된 일이고 지금과는 무관한 얘기다.

2009년 겨울 수능 끝나고서였다.

쭉 사귀던 여자친구와 깨졌다.

서로 헤어지잔 말은 없었지만 잠정적으로 결론이 났다.

그 아이의 색을 고르라면 보라색이다.

그 애는 보라색 원피스를 즐겨 입었고 그 보랏빛의 까탈스러움을 누구보다도 잘 소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 여름의 장마처럼 지속되던 사랑은 잠깐의 냉전 후 겨울의 빙판길처럼 얼어 붙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점점 쳐져가는 마음을 위로해준 것이 내가 말할 금의 여인이다.



금의 여인을 여자로 인식하게된 것은 2010년의 어느 날이었던 것 같다.

당시의 나는 입영 통지서라는 아주 끔찍한 것을 받았고 세월의 무상함과 내가 성인이라는 것에 대한 불안감에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내게 그녀가 와주었다.

오빠라는 마법같은 언어로.

안 믿기겠지만 당시의 난 인기가 많았다.

한 살 어린 스토커 후배도 있었고, 친구도 많았다.

금빛의 소녀는 그들과 무관한 사이였지만 내 주변에서는 어렴풋이 그녀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었다.

스무살이 되고 첫 사랑의 그림자가 점점 짙어감에 따라 기분은 심연의 나락으로 빠져가고 정신은 서리한을 뽑은 듯 흉폭해져갔다.

스무살 졸업식에도 그랬다.

잠정적으로 이별이 결정된 나의 첫 사랑, 보랏빛의 그녀와 두 달만에 만났을 때다.

사복차림을 못 본 것은 아니지만, 교복대신 처음보는 정장을 입고 옅지만 티나는 화장을 한 그녀를 보며 다시 공황상태로 빠졌다.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가 조심스레, 떨리는 입술로 물어왔다.

"나..화장 처음 해봤는데, 어울려?"

그 말에 화가 치민 것은 왜 일까.

머릿속은 복잡해져 갔다.

내가 사랑한 것은 고등학교의 그녀인가

그녀 자체인가.

아니면 그제서야 생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불러 일으킨 일시적인 현상인가.

나는 왜곡되게 답했다.

"안 하는게 더 낫겠다."

그녀가 원한 답과 한참 벗어났단 사실은 잘 안다.

그녀의 손에 들린 카메라가 그제서야 보였다.

사진 찍는걸 원했을까?

그 땐 그런 그녀보다 내 감정이 중요했기에 나는 그냥 달렸다.

그리고 이 날을 나는 영원히 후회한다.

 


계속 쓸려니까 눈물나서 담에 더 씀
 
조금 오래된 이야기 시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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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통령 2012.02.11 13:17 (*.155.153.56)

    형이 실제로 겪은 경험....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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