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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2013.05.12 02:34

[2ch] 미치카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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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척 중에 초능력자가 있었다. 그분은 그 지역에서 나름대로 유명했던 분이었다.
 
사람들은 본명 대신 [미치카씨]라고 불렀다.
 
지금 현재 홋카이도의 M시에 살고 있고, 45살이다.
 
그분이 젊었을 때는 도쿄에 있는 부동산 회사에서 일했는데, 사소한 계기로 그만 둔 것 같다.
 
그 원인은 지금도 말해주신 적이 없다. 남편분과도 그 시기에 헤어졌고,
 
자식도 남편분이 데리고 갔다. 내게는 영감 같은 것도 없을뿐더러 귀신같은 게 무서워서,
 
그녀, 즉 미치카씨라고 부르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처음 대화를 했던 때가 초등학교 4학년 때, 내가 교토에서 살고 있던 때다.
 
그 시기, 우리 가족은 예전에 아버지가 살았던 홋카이도에 가 있었다.
 
 
[너, 집 근처에 무덤이 있는 공원 있지?]
 
 
나는 어? 하고 생각했다.
 
 
[함부로 쳐다 보면 안 돼. 영혼이 따라오니까.]
 
 
처음 보는 자리에서 갑자기 그런 말을 했다. 어떻게 그녀가 그런 사실을 아는 걸까?
 
그때까지는 잘 몰랐다. 단지, 당시 친구들 사이에서 무덤을 숭배(?)하는 것이 유행이었고,
 
나도 흉내를 내며 놀던 시절이었다. 부모조차 모르던 일이었다.
 
그 이후 그런 숭배놀이는 그만뒀다.
 

 
 
두 번째로 만났을 때가, 도쿄에서 살다가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장례식이 있던 날이었다.
 
미치카씨는 홋카이도에서 장례식에 참석하려고 도쿄까지 왔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그때부터 이미 초능력자 뺨치는 능력을 보여주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때는 이렇게 말했다.
 
 
[고생 좀 하겠구나. 하지만 돌아가신 너의 할머니께서 좋으신 분이라서,
 
너를 지켜주고 계시는구나. 너의 아버지도 고생 좀 한 사람이지만,
 
할머니, 즉 너의 아버지의 어머니 되시는 분, 그분에게는 힘이 있으니까 지금은 행복하지?]
 
 
우리 할머니는 내가 태어나고 몇 년 후에 돌아가셨다.
 
할머니는 나를 정말 귀여워해 주신 것 같다.
 
나는 그때 중학교 1학년이었는데, 솔직히 그런 말이 대단히 기분 나쁘게 느껴졌다.
 
왜 그런 소리를 하는 것인지.. 그렇게 생각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내 인생은 특별히 불행한 건 아니지만, 딱히 행복한 것도 아니다.
 

 
3번째로 만났을 때가 할아버지의 제삿날 때였다.
 
어릴 때부터 봐왔던 미치카씨에게 싫은 느낌을 받았던 나는,
 
최대한 서로 부딪치는 자리를 피하려고 했지만,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찾아왔다.
 
 
[어머, 잘 지냈니?]
 
 
내게 처음으로 그런 다정한 말을 건네서 깜짝 놀랐다.
 
 
[만날 때마다 따로 잔소리하고 싶어서 하는 건 아니야. 그냥 궁금해서 그랬던 거니까..]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초능력자 같은 일을 하신다며요?]
 
 
나는 과감히 물어봤다.
 
 
[글쎄.. 가끔 그런 부탁을 받긴 해. 하지만 좋아서 하는 건 아니야. 별로 대단한 것도 아니고.]
 
 
속으로는 거짓말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냥 가만히 있기로 했다.
 
 
[너는 특별하단다. 마치 내 마음속을 볼 수 있는 것 같아..]
 
[그런 건 어떤 느낌인가요? 영혼인가요?]
 
[어떤 느낌? 그런 거라면 여러 가지, 정말 여러 가지. 사람의 사념중 하나인 셈이야. 알겠니?]
 
 
알 리가 없었다.
 
 
[한 개인의 어떤 생각이 영혼이 되고 혼령이 되고 귀신이 되는 것...
 
그러니까 그 생각을 아는 것이 중요하지. 단지... 가끔 터무니없는 것이 있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네?]
 
[듣고 싶어?]
 
 
그렇게 말한 미치카씨는 나에게 지금까지 겪었던 일을 이야기해주었다.

미치카씨는 지인의 부탁으로 홋카이도에 있는 K라는 마을에 가게 되었다. 

거기에는 2년 전부터 원인 불명의 병에 걸린 14살 소년이 기다리고 있었다. 


가슴이 계속 가렵다고 말했다. 의사들도 원인을 알 수 없다고 말했지만,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위험한 건 아니라서, 입원 비용을 생각해서 집에서 

요양생활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학교는 기분 좋을 때 가는 것 같다. 


[가보고 깜짝 놀랐어. 정말로.]


그녀는 흥분한 기색으로 말했다. 


[처음에는 나 같은 인간에게 부탁할 정도니까, 당연히 귀신과 관계됐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곳은 홋카이도 지방 특유의 뾰족한 삼각형 지붕을 한 일반 가정집이었다. 

벽은 엷은 황색이고, 지붕은 빨간색. 당시에는 특별히 이상한 느낌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런데 집에 들어가니까 가슴이 뭔가에 긁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지인에게 이끌려 집안으로 들어가니, 그 아이의 어머니가 기다리고 있었다. 

당연히 아이의 아버지도 일을 쉬고, 소년이 자는 침대 앞에 앉아 있었다. 

그래서 인사를 하고 [미치카입니다.]라고 자기소개를 했다. 

아이의 아버지가 상태를 말하기도 전에 미치카씨는 아이를 만나러 갔다. 


[그렇게 드디어 아이와 만나게 되었어. 물론, 어떤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소년의 가슴에 자리 잡고 있었어.] 


그때 아이의 아버지는 화장실에 간다고 아래로 내려갔다. 곧 제령을 하려고 하는데 확실히 뭔가 이상했다고 한다. 


[확실히 이상했어. 그래서 자세히 보니까, 그 영의 얼굴이 보이는 거야. 

아이 아버지의 얼굴이었어.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정말 놀랐었어.]


그래서 어머니에게 사정을 들어보니, 그 아이는 어머니의 딸려온 자식이었다고 한다. 

아이의 어머니 되는 사람이 3년 전에 지금의 아이 아버지와 만나서 재혼했는데, 

2년 전부터 가슴이 답답하고 가렵고 고통스러웠다고.

분명히 아버지가 그 아이를 역겹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꽤 곤란했어. 나도 그때까지는 생령이라는 걸 제령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야. 

고인의 영혼이라면 문제가 없는데, 살아있는 경우에는..] 



[그때였어. 갑자기 그 아버지의 생령이 나를 무서운 얼굴로 노려보고, 내 가슴을 양손으로 마구 긁기 시작한 거야! 

갑자기 숨쉬기가 힘들어서 켁켁거렸지. 지인을 불러서 겨우 밖으로 나가서 숨을 쉴 수 있었어.] 


[그래서 결국 어떻게 됐습니까?] 


[포기했어.] 


[네?] 


[왜냐하면, 그 아버지의 사념이 항상 강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야. 언젠가 사라지겠지.] 


[대충하네요..] 


[왜냐하면, 난 따로 돈 받고 일하는 것도 아니거든. 뭐, 이건 그냥 농담이고. 

생령을 잘못 취급하면 정말로 큰일나. 당연하지만 말이야. 죽은 사람보다 살아있는 사람의 생각이 훨씬 더 강하거든.] 
 

그 후 그 소년의 이야기를 계속 들었는데, 결국 그 부부는 이혼했다는 것. 

그리고 소년의 가슴 통증이 사라졌다는 것. 하지만 그때 가장 무서웠던 건, 

미치카씨의 이야기 마지막 부분이었다. 


[지인이 나를 밖으로 데리고 나오면서, 우연히 거실에 있는 아이의 아버지를 본 것 같은데... 

가만히 앉아서 두 눈을 부릅뜨고 우리를 쳐다보고 있더래. 오른쪽 주먹으로 책상을 쿵쿵 치면서. 

그 소리 듣고 어설픈 영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는 걸 느꼈어.] 




괴담돌이 http://blog.naver.com/outlook_ex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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