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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2012.04.22 10:16

문방구의 괴한

조회 수 1064 추천 수 0 댓글 12
어릴 적 우리 집은 대단한 시골에 있었습니다.



정말 아무 것도 없는 촌구석이었기 때문에, 일용품을 사기 위해서는 산을 넘어가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그 날도 우리 가족은 해가 지고 쇼핑을 하러 갔습니다.







어머니가 운전을 하고, 나와 여동생은 뒤에 탄 채였습니다.



슈퍼 2곳과 약국, 문방구를 들리는 평상시와 똑같은 루트였습니다.



문방구에는 1장에 30엔짜리 예쁜 종이접기가 있었기 때문에, 나는 그것을 살 생각이었습니다.







슈퍼와 약국에서 필요한 것들을 하고, 드디어 내가 가려던 문방구에 도착했습니다.



차를 근처에 대고, 나만 내려서 문방구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문방구는 임시 휴업이라는 벽보를 붙여 놓고, 문을 닫은 채였습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차로 돌아가 어머니에게 다른 문방구에 데려다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아무 말 없이 차를 출발시켰습니다.



어째서인지 차는 무척 빠른 속도였고, 나는 여러 가게를 들르게 해서 어머니가 화가 났나 싶어 기죽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가자고 했던 문방구에 도착해서, 나는 혼자 내려 종이접기를 사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차에 올라타 문을 닫은 순간 갑자기 어머니는 차를 급발진시켰습니다.



대로를 엄청난 스피드로 달려, 교차로에서 차가 다니는데도 억지로 파고 들어 U턴을 했습니다.







반쯤 패닉에 빠져 있는데, 등 뒤에서 쾅하고 큰 소리가 났습니다.




뒤를 돌아보자 교차로에서 교통사고가 일어난 것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어머니는 차를 세우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겨우 집에 도착했을 때는 완전히 지쳐있었습니다.



어머니 역시 얼굴이 새파래져서 [배가 아파서 그랬어. 미안해.] 라고 말한 뒤 바로 잠자리에 드셨습니다.



그 후 나는 이 일을 잊어 버렸지만, 2년 뒤 여동생에게 진상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 날 여동생은 드라이브에 따라나선 것이라 쇼핑에는 따라오지 않았고 계속 차 안에서 만화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러던 와중 이상한 것을 깨달았던 것입니다.



아까 전부터 계속 같은 차가 주변에 있다는 것을요.







자세히 보자 40대의 남자가 차에서 내리고, 어머니와 내 뒤를 따라 약국에 들어가더라는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우리가 나오자 마치 따라오는 것처럼 그 남자도 바로 따라 나왔다고 합니다.



손에는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문방구에서 나만 혼자 내렸을 때, 어머니에게 여동생은 그것을 말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자동차가 있으니까 괜찮다고 생각한 어머니는 별 생각 없이 나에게는 말하지 말라고만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두번째 문방구에서 또다시 내가 혼자 내렸을 때였습니다.


또 그 남자가 차에서 내려 문방구로 향했다는 것입니다.



[그 남자야, 엄마! 언니가 위험해!]



여동생이 그렇게 말하자, 어머니는 [언니가 타면 바로 출발할 거니까 안전벨트 매고 있으렴.] 이라고 말하며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시동을 걸었다는 것입니다.







내가 돌아오자, 아니나 다를까 뒤에는 그 남자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동차의 라이트에 비춰진 그 남자의 손에는 커터칼이 들려 있었다고 합니다.



어머니와 여동생은 할 말을 잃고 있다가, 내가 차에 타자마자 바로 출발했던 것입니다.







여동생은 계속 그 남자를 보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는 곧바로 자신의 차에 타서 우리를 따라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 차의 갑작스러운 U턴에 대응하지 못하고, 그대로 교차로에서 맞은편 차와 충돌했던 것입니다.







지금 나는 대학생이고,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언제나 어머니와 여동생에게는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운동 신경도 전혀 없고, 언제나 느리게 운전하던 어머니가 그 날 보여줬던 모습을 떠올리면, 정말 어머니는 무엇보다도 강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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