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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2013.02.20 23:32

귀신보는 소년 2

조회 수 943 추천 수 0 댓글 2
1994년 10월 X일


새 집으로 이사온지 6개월이 지났다.

이제 익숙해졌다.

소리도 모습도...

가족 외에 살고있는 무언가에..........


1995년 2월 X일


집에있는 벽시계를 치운지도 반년이 넘었다

그런데 왜 초침소리가 들릴까...

째깍째깍.... 기분나쁘다.


1995년 4월 X일


우리 가족은 다섯식구이다.

아빠 엄마 큰누나 작은누나 나....

그런데.. 어느날 부터 세명이 늘었다...

꼬마아이... 이쁜 아가씨... 얼굴없는 아저씨...

아무래도 난 평생 이러고 살건가 보다.


1995년 4월 X일


남이 살던집이 아닌 새로 지은 집에 불청객이 나타나는 이유가 뭘까?

오늘 이주한 마을 비밀을 알게 되었다.

현재 살고있는 마을이 일제시대 때 

양민 학살 장소였고, 6.25때는 큰 전투가 있었고, 

그 뒤엔 공동묘지였다가 마을이 생긴거란다.

이제야 납득이 된다. 불청객이 왜 있는지....

오늘도 어김없이 꼬마아이는 배 위에서 뛰고 있고

아가씨는 천장에서 내려다 보고 있고

얼굴이 타서 눌러붙은 아저씨는 옆에 서있다.

그만보고싶다.


1996년 8월 X일


중간고사가 코앞까지 다가왔다.

딱히 해놓은 공부가 없어서 며칠 째 밤샘 벼락치기를 하고있었다.

오늘도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새벽까지 공부를 하고 있었다.

새벽 두시쯤이나 됐나? 저 멀리서 기차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마을 뒤쪽에 기찻길이 있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처음엔 멀리서 나는가 싶더니 점점 가까워졌다.

기찻길은 집쪽이 아니라 반대방향으로 놓아져있는데........

귀를 막았다. 기차소리가 지척에서 들렸기 때문이다.

귀를 막아도 이불을 뒤집어써도 기차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 커져만 갔다...

드디어 멈췃다. 온몸이 땀 범벅이다.

세수를 하기위해 욕실로 갔다.

세면대 물을 틀어놓고 찬물로 세수를 했다.

세수를 하다가 나도 모르게 욕실 창문을 봤다.

창문을 본 순간 난 얼음장 처럼 굳어졌다.

움직이지도 소리를 지르지도 못한 채 한동안 그대로 멍하니 서서 사라질때까지 보고만 있었다.

창밖에서 날 바라보는 새빨간 무언가가 사라질때까지........


[참고로 기찻길은 있는데 기차는 다니지 않는다]


1997년 5월 X일


가위에 눌렸다.

자주 눌리는 가위지만 이번엔 특별했다.

가끔 겪는 끝나지 않는 네버엔딩 가위(깻다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가위가 반복)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꿈속에서 난 잠을자고 있었다.

잠을자면서 꿈을 꿧는데 마을 입구에서 하얀 소복입은 여자가 서있었다.

처음엔 가만히 서있다가 잠시뒤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걸었는지... 미끄러졌는지... 아직까지 잘 모르겠다]

버스 승강장을 지나고, 굴다리를 지나고, 농협을 지나고....

천천히 움직이는데... 방향이 우리집이엇다.

입가에 싸늘한 미소를 띤채 아주 천천히 움직였다.

입도 눈도 웃고있었다. 꿈속의 꿈속의 나를 보면서....

삼거리에서 우회전하고 식당을지나고 집대문을 넘어 내방까지 왔다.

그러고는 목을 졸랐다. 보통은 영문도 모른채 가위를 눌렸는데

이번엔 영화나 만화를 보듯이 당했다.

글짓기엔 소질이 없어서 필력이 떨어져서 안무서울것이다.

하지만 상상해보라. 가위 눌릴것 알고있는데 깨지 못하고 떨어야 하는것을...


예전에 겪은일을 나이먹고 적은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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