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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2012.03.31 23:22

봉제인형

조회 수 9133 추천 수 0 댓글 23
나는 남편과 어린 딸을 키우며 셋이서 살고 있습니다.



직업 사정상 남편은 언제나 밤 늦게서야 돌아와서, 나와 딸은 보통 먼저 잠에 들곤 했습니다.



방에는 딸이 태어나기 전 남편과 둘이서 잔뜩 사온 봉제인형이 많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딸은 그 인형들을 무척 싫어했습니다.



[무서워! 무서워!] 라며 피하는 것이었습니다.



봉제인형의 얼굴이 무서운 것이냐고 물어도 고개를 흔들 뿐입니다.







익숙해지게 하려고 인형을 가지고 놀았지만, 딸은 계속 무서워해서 결국 인형은 전부 버리게 되었습니다.



그 날도 나는 여느 때처럼 딸과 함께 이불 속에서 잠을 청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남편인가...?



오늘은 일찍 왔네.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계속 잠을 청했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소리가 났습니다.



방금 전 들렸던 소리가 아니였습니다.



두근거리는 내 심장 소리였습니다.







갑자기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습니다.



그것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알 수 없는 공포도 나를 덮쳐오기 시작했습니다.








어째서지...?



돌아온 것은 분명 남편일텐데.



집에 들어온 것은 남편일텐데.







어째서 무서운거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발소리가 평소 들려오던 남편의 것과는 달리 너무나 가볍다는 것을 나는 알아차렸습니다.



기분 나빠...







오지마...



점점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습니다.



가슴이 아플 정도였습니다.







철컥.



누군가가 방에 들어왔습니다.



...







절대로 보고 싶지 않다...



가위에 눌린 것이 아니었기에 몸은 움직였고, 눈을 뜬다면 그것의 정체를 알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무서운 것이 보고 싶지 않았습니다.







한심할 정도의 감정이었지만, 본능에 충실한 것이었습니다.



나는 눈을 꽉 감은채 공포와 대항하고 있었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어떤 소리도 들려오지 않습니다.







가슴의 두근거림도 가라앉아, 어느새 평범히 뛰고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남편이 아침에 오늘은 집에 못 온다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나는 그냥 꿈을 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딸은 괜찮은가 싶어 나는 시선을 딸에게 돌렸습니다.



딸은 눈을 뜨고 있었습니다.



어느 한 곳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습니다.







내 뒤쪽입니다.



나는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분명히 버렸던 봉제인형들이, 방 한 가운데에서 우리를 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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