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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2012.03.21 22:48

당구

조회 수 1131 추천 수 0 댓글 3


"하아하아...."



몇분을 뛰었을까,

인구 50만이 살고있는 도시라고 하기엔 너무 어둡다.

어둡다못해 한밤중의 공동묘지같을 정도이다.



공동묘지에 걸맞게, 내 뒤엔 노란색 옷을 입은 묘지 관리인으로 보이는사람이 서있다.







.

.

.

노란색.?!























-12월 01일



"삐리리릭. 일어나세요 주인님"



오늘도 어김없이 핸드폰에 알람소리에 깬다.

어라? 시계를 잘못본건가?



난 분명히 오후 6시에 일어나서 7시에 알바를 하러가야 했었는데..?



시계는 분명히 20시 라고 말해주고있었다.

난 깨달았다.

"아.. 지각인가.."







...

"자네, 요즘 왜이렇게 지각을하나? 사장말이 말같지 않아?!"



기껏해봐야, 아파트 경비실만한 편의점 알바가 1시간정도 늦었다고 이난리다.

뭐, 시급 4000원에 내 하루 양식이 걸려있는문제니까 때려칠수도 없는 현실이고.



나름대로 열심히 일은 하지만 손님이 없다.

있어도 졸다가 잠에 빠져들때쯤 정적을 깨고 들어와 담배를 사가는 노숙자 뿐이다



그렇게 일하는시간 반 조는시간 반으로 이튿날 새벽 2시에 일이 끝났다.



일을 마치고 다음교대를위해 물품정리를 하던중에 핸드폰에 한통의 문자가 들어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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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문자메세지-

당신은 저와 목숨을 담보로

당구를 하게됩니다.

이 문자를 보신 시점부터,

게임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12월 1일 23:59

01049493939





문자를 보는순간 기분이 팍 상했다.



"아나 어느놈이 장난문자질이야.."

겉으로는 태연한척했지만,

집에와서 잠자리에 드는 오전 11시까지 내내 '목숨을 담보로'라는말이 속에서 되풀이되었다.

또 왜 하필 당구인지.

대체 어디서 당구를 친다는거지? 게임이 시작됐단말은 또 뭐고?!

...

난 당구에는 소질이 없다.

요며칠전에도 친구놈들과 4구를 치러갔다가 된통 당하고만왔다.



덕분에 시급 4000원의 운명에 2시간 당구장값 16000원, 짜장면값 14500원까지 내가 다냈다.

나쁜새끼들, 보태주지는 못할망정 게임이 끝나기도전에 나가버린다.



그날 잠자리에들고 꿈을꿨다.



난 어느 당구대앞에 서있다.

내 맞은편에 마치 가면무도회의 가면을 쓴 남자가 서있다.



난 자의와는 상관없이 그 남자와 당구를 쳤다.

현실에서도 일명 '봉'인 나는 꿈속에서도 그 남자에게 무참하게 지고있었다.



'이번만은 꼭 점수를 따겠다.'

이렇게 다짐한 나는 힘껏 큐대를 밀었다.

심기일전하여 난 정확히 아무 스핀도 주지 않고 정중앙을 쳤다.

근데 이게 왠일인가, 내 흰공이 90도 꺾어지더니 그 남자의 노란공을 강타했다.

파울이다.





그때, 파울을 했던 내 흰공이 심한 진동을 하더니 깨져버렸다.

한참동안 아무말없던 남자는 입가에 입이 찢어질듯한 웃음을 피어냈다.

보는 나로썬 썸뜩하기 이를데 없었다.



"아 빌어먹을 악몽같으니..."



난 다시 잠에서 깼다.

이번엔 악몽덕분일진 몰라도 4시에 깨버렸다.

알바까진 3시간이나 남아있어서 잠도깰겸 오랜만에 뭉친 몸도 풀겸 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이상하다. 이상해도 확실히 이상하다.



평소같으면 학교에서 끝난 초딩들이 바글바글할 공원에는

사람은커녕 사람 그림자하나 보이지 않았다.



이상하게 생각한 나였지만 이미 나를 괴롭히는 '당구'에대한 문자때문에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도로에 차도 다니지 않는다.

나는 마치 핵전쟁이난 도시에 홀로남은 생존자같이 주변을 경계하며 편의점으로 갔다.



편의점에도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사장이 감시하고 있을거같단 생각에, 일은 했다.

정확히말하자면, 편의점에앉아 컴퓨터로 인터넷을 접속하려했다.



하지만 인터넷도 먹통인가,



접속이 되지 않았다.

마치 무인도에 고립된듯 했다.



평소같으면 나의 졸음을 깨우던 허름한차림의 노숙자도 보이지 않았다.

나름대로 멋진면이 있는 아저씨였는데...

난 계속 인터넷 연결시도와 실패를 반복했다.









그렇게 초조함에 떨었던 7시간,

알바시간이 끝났다.



습관적으로 주머니를 뒤적거리던 나는 손에 핸드폰이 잡힘을 느꼈다.

왜 이런 생각을 못했을까



핸드폰으로 친구에게 연락을 하면 불안함이 나아질거란 마음에 얼른 슬라이드를 밀었다.



...

새문자가 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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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턴입니다.

서두르지 마세요.

12월 2일 23:59

01049493939





난 순간 성질을 참을수 없었다.



네놈 목소리나 한번 들어보자.

그런 심보로 난 그 회신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지금 거신 전화는...."



이런.

결번이군.



겁많은 고양이처럼 조심스럽던 출근과는 달리,

대전투에서 이기고온 병사가 성에 당당히 입성하듯이 집에 들어갔다.



아까 산책하던 공원을 지나가고있을 즈음이었다.



멀리 빨간색의 물체가 빠르게 움직였다.

다리 두개, 팔 두개.



사람임이 분명했다.



나는 오랜만에 사람을봤다는 안도감 섞인 기대감에 손을 흔들려고 했으나



이내 멈출수밖에 없었다.



그 붉은옷을 입은 사람은 뭔가에 쫓기는듯 뛰고있었다.

그러더니 이내 두명으로 늘어났다.

아니, 원래 두명이었다.





그들 뒤로는 노란옷을 입은 남자가 칼을들고 광기에 사로잡힌 눈으로 쫓고있었다.



그걸 조용히 지켜보던 나는 덜컥 겁이났다.

그렇다.

꿈에나온 그 남자였다.



분명히 옷차림은 달랐지만 분명히 꿈에서본 남자였다.



붉은옷을 입은 두 사람은 결국 노란옷의 남자에게 잡혀 칼로 난자당했다.



난 사람이죽는것을 눈 앞에서 똑똑히봤다.

몇분이 지났을까, 노란색의남자가 더딘걸음을 이끌고 사라졌을때 난 난자당한 시체곁으로 다가가봤다.



왜 두명이 같은옷을입고 같은남자에게 쫓기고있었을까..



그런 생각과 함께 시체에 도래했을때,

이 얼굴은..?



며칠전에 당구치러갔던 친구중 2명이었다.

"이...이런 젠장..!!"



나는 그들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것에대해 미안하기보단

친구를 죽인 노란옷의 남자에게 복수하고싶단 마음뿐이었다.



눈에 뵈는게 없없다.

머릿속에있는건 오직 복수, 복수, 복수뿐이였다.



집에 들어가 장농에 거의 묻혀있다시피 했던 오래된 엽총을 꺼냈다.



어렸을적에 아버지와 함께 사냥을 했던적이 있어서 작동구조는 어렴풋이 기억난다.

그리곤 무슨옷을 입을까 하며 장농을 열었는데,

평소에 안입던 흰색 점퍼가 유난히 내 눈에 띄었다.

난 그 점퍼를 입었다.



막상 총을 잡으니 내가 이총으로 사람을 죽여야한다는 마음에 두려워졌다.

하지만 죽은 친구를 생각해서라도 내손으로 복수를 해야겠단 생각에 문을 박차고 나갔다.



아직 햇빛은커녕 동도트지 않았다.



이것이 새벽의 정적인가,



아까 그 공원으로 가서 주변을 배회하기 시작했다.

아까와 다른점이 있다면

옷의 색깔이 흰색으로 바뀌었다는점과...



흰색..?

우연일진 모르지만 그제부터 내가 겪은 일들은 당구의 룰과 흡사했다.



아까 공원에서 칼을들었던 노란색옷을 입은 남자.. 노란색공..

바로 상대방의 공..



난자당한 2명의 붉은옷.. 붉은공..

바로 맞춰야 하는 공..



그럼 난 흰색이니까....





...

꿈의 내용이 내 뇌리를 긁고 지나갔다.



분명히 내 흰공이 파울을 범했고, 내 공은 깨져버렸는데...

그렇담 놈의 목표는 내가 틀림없었다.



난 공원을 피해 계속 전력질주하기 시작했다.



"하아하아...."



몇분을 뛰었을까,

인구 50만이 살고있는 도시라고 하기엔 너무 어둡다.

어둡다못해 한밤중의 공동묘지같을 정도이다.



공동묘지에 걸맞게, 내 뒤엔 노란색 옷을 입은 묘지 관리인으로 보이는사람이 서있다.



잠깐,



노란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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