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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2012.03.18 23:38

비밀의 추억 Chapter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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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0.

김준식 실종 4일째 9월 25일 오후.

차가운 회색 시멘트벽에 습기가 가득찬 듯한 공간. 곳곳에 철골 구조물이 드러나 있고, 가녀린 백열전구 불빛 만 이 군데 군데 어둠을 밝히고 있다.

유난히 어둠고 축축한 구석진 공간에 누군가 속옷만 걸친채로 바닥에 앉아 있다.

양 손이 하늘로 향해 묶여 있고, 양 발은 서로 묶여 차가운 바닥에 놓여 있다. 정신을 잃은 듯 고개는 가슴팍까지 쳐져 있다.

천천히 고개를 든다. 그리고 눈을 뜬다. 준식 이다. 고통스러운 듯 얼굴을 찌푸린다. 고개를 들어 묶인 손을 바라본다.

양 팔은 피가 안 통해 감각이 없다. 코끝을 진동하는 썩은 냄새. 다시 한번 얼굴을 찌푸린다. 고개를 내려 천천히 주위를 둘러본다.

눈에 들어오는 건, 조잡한 해부용 철재침대와 바닥에 응고된 피, 오래된 서랍장안에 쌓여있는 의약품들.

그리고 뒤을 돌아서 무언가를 준비하는 한 사람. “준식아…정신이 들었어?” “준식아…정신이 들었구나?”

남자가 뒤를 돌아 입을 연다. 얼굴은 쓰고있는 망토에 가려 보 이지 않는다. 남자가 가까이 다가오자,

그가 쓰고있는게 망토가 아니라 검 은색 우의를 뒤집어 쓴 것이라는 판단이 든다. 남자는 다가오면서 천천히 후드를 뒤로 넘긴다.

서서히 드러나는 얼굴. 유난히 넓은 이마. "노....민.....우...?" 준식이 힘겹게 입을 연다. "헤헤헤헤...알아보는구나?

고맙네... 15년만인데....헤헤헤헤 헤..." 노민우는 기분이 좋아 보인다. "헤헤...잠깐 기다리고 있어....금방 파티 준비 할께....헤헤헤 헤..."

준식은 말할 기력도 없이 힘이 빠졌다. 다시 돌아가는 노민우를 반쯤 감긴 눈으로 바라본다. "나...나 한테 왜그러는거야,,,,?"

노민우는 돌아가다가 다시 돌아와서 "왜그러냐고? 그걸 정말 몰라?" 노민우는 준식 앞에 쪼그리고 앉아 준식의 볼을 한 손으로 툭 툭친다.

 "왜....왜지?..." 준식이 힘겹게 입을 열어 반문한다. 민우는 내내 웃고있던 표정을 거두고 준식을 노려본다.

"정말 몰라?..." 순간 준식은 민우의 살기를 느끼고 등골이 서늘해 진다. 죽을 수도 있다 라는 느낌.

민우는 정색한 얼굴에서 다시 미소 띈 표정을 지으며, " 니가 내 초대장에 이름을 적었잖아..."

진호와 진철 차안. 어느새 해는 산마루 끝에 걸려있고, 진호와 진철은 양 쪽으로 산들이 끊임없이 이어져있는 영동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

차 안에 둘은 아무 말 없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아이돌 그 룹 노래에 빠져있다. “이거…소녀시대 냐?...노래 좋네…

” 진철이가 웃는다. “하하…선배님…얘네들은 소녀시대가 아니고 카라 라구요…카 라…” “그래?,,,,너는 어떻게 그렇게 잘 아냐…?

난 다 비슷비슷해서 잘 모르겠던데…” “소녀시대와 카라는 기본이죠…하하…” 흐르던 노래가 끝나고

[네…지금 들으신 곡은 씨스타의 ‘니까짓게’ 였습니다…]

DJ의 멘트가 나오자, 진호는 진철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한심스러운 듯 “ 니까짓게 뭘 알겠니…” 라고 한다.

진철은 쑥스러운듯 머리를 긁적이며 “카라가 아니였나….” 라고 중얼댄다. 이때, 진철의 휴대폰이 대쉬보드 위에서 요란하게 울린다.

[204기 명진] 진철이가 바로 받는다. “여어~ 명진…왠일이야? ” “요 진철! 여전히 현장 잘 다니시나?...”

“크크크 그렇지 뭐…지금도 연쇄살인마 잡으러 대관령 가고있 다.. 너 같은 사이버 수사대에선 상상도 못할 일이지…”

“어쭈?...앞으로 연예인 유츌 동영상 받기 싫다 이거냐?...” “….아…그건 아니고…내가 사이버 수사대 마음속 깊이 사랑하 는 거 알면서 그러냐….”

“하하…알았다…알았어…그건 그렇고,어제 내 앞으로 팩스 보 냈더만…” “아…팩스…” 팩스라는 말에 진호가 진철을 쳐다본다.

진철도 진호를 보고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는 적으라는 사인을 보낸다.

사이버수사대. 진철의 동기 명진의 자리 명진은 여러대의 모니터가 놓여있는 책상에 앉아 진철과 통화 를 하고 있다.

“어제는 내가 시간이 없어서 못봤고, 오늘 오전부터 살펴봤는 데...” “어…그래서…무슨 말인지 알겠어?...”

“이거…니가 보내준 거에 해답이 적혀있두만…” “해답?” “그 하단에 적혀있는 말 ‘카이사르’ 코드…”

“아…아…그 케샤르 코드란 말?...” “뭐…카이사르나…케사르나…어쨌든…시져코드 라고도 하 지…” “시져?....양주…?”

“크크크…양주 시져 말고 로마황제 시져 말이야…” “아..그건 모르겠고…빨리 답부터 말해봐…” “짜식…급하긴…

이 시져라는 황제가 쓰던 암호문 인데…알파벳 을 정해진 key에 맞춰서 뒤로 돌리면 돼…” “그게 뭔말이야?...”

“예를들어,,, F 라는 알파벳이 적혀있고 key가 3 이라면 뒤로 세 번 물려서 ‘C’가 되는거지…”

“아...그래…그래…뭔지 알겠고…그래서 그 말을 풀면 뭐가 되 는데…?” 명진은 모니터를 유심히 보며 대답한다. “

니가 보내준 거에는 key가 없어서 내가 프로그램으로 전 경 우의 수를 돌려봣거든….그 중 대충 말이 성립되는게 key 넘버 4…”

“……” “이거를 지금 문자로 보내줄께…밥한번 사라…” “밥 뿐이겠냐…시져 사줄께…명진아.. 빨리 좀 보내줘…”

“알았다….” 명진은 전화를 끊고 모니터에 나와있는 문장을 본다,

[mrzmxexmsr. tevxc는 tyrkret 617-9. 69.wit]

Key 4 를 입력하자,

[invitation. party는 pungnap 617-9. 69.sep]

태우의 사무실 주차장. 태우가 바쁘게 계단을 내려가 차 쪽으로 걸어간다. 표정이 다소 비장하다.

태우는 빨강색 머스탱 운전석을 열고 시동을 건다. 그리고 네비게이션을 작동 시킨다.

[주소검색] [클릭]

태우는 주머니에서 쪽지를 꺼내 살펴보며 천천히 입력한다.

[서울시] 다음

[송파구] 다음

[풍납동…]

입력을 마친 태우는 차를 빼면서 “미친새끼…이게 파티라고?...” 라고 중얼댄다

다시 진호와 진철의 차안. 진호가 진철의 휴대폰에 찍힌 문장을 보며 말한다. “인비테이션….초대장?....

파티는 풍납 617-9. 69 샙?...뭐야 이 거..” “글쎄요…파티 초대장 인 거 같은데…뒤에는 주소 아닌가요? 풍납동…”

진철이가 대수롭지 않은 듯 말을 한다. “…..” 진호는 말을 듣고 ‘맞다’ 라는 표정으로 진철을 바라본다.

“맞아…주소…송파구 풍납동….진철!” “네?” “아까 니까짓게 라는 말 취소할께…”

“하하…” 진철은 멋쩍은듯 웃고, 진호는 바로 네비게이션을 이용해 주 소검색을 한다.

[서울시. 송파구. 풍납동. 617 다시 9 번지]

진호는 잠시 멈칫하고, "그럼…이 뒤에 69 sap 은 뭐지?....무슨 아파트 호수 인가…?”

진호는 다시 한번 해결해 주길 바라는 듯이 진철을 바라본다. "…..글쎄요… 69…sap이 뭐지…”

진호는 다시 고개를 돌려 “그냥 일단 검색…” 하고 검색 버튼을 누른다.

[등록되어 있지 않은 주소 입니다]

네이비게이션의 차가운 안내 목소리.

납치된 공간. 준식과 민우 준식은 여전히 묶여있고, 민우는 무언가를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민우는 희열을 느낀 듯 살짝 웃고, 하고 있던 동작을 멈춰 준식 에게로 다가간다. “준식아! 헤헤..”

준식은 숙이고 있던 고개를 천천히 든다. 민우는 준식 앞에 쪼그리고 앉아 뒷 춤에 감추고 있던 것을 준 식 앞에 내보인다.

“이걸로 달아줄까? 아니면 이걸로 달아줄까?...헤헤…” 민우가 준식 앞에 내보인건 신원을 알수 없는 사람의 양 쪽 팔 이다.

피부는 썩어있고 내부에 피는 이미 응고되어 떨어지지도 않는 다. 악취가 진동한다. 준식은 의사이지만 썩은 시체 토막을 눈 앞에 들이밀자,

역겨 운 표정으로 얼굴을 찌푸린다. “신중히 선택해…헤헤헤… 너의 새로운 오른팔이 될꺼니깐…헤 헤헤…”

준식은 민우가 미쳐있다는 걸 직감한다. 이 자리에서 공포에 떨고 소리를 질러봤자, 그것이 더욱더 민우를 기분 좋게 할 뿐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이성적이어야 한다. 준식은 미친듯이 밀려오는 공포를 다 잡고 최대한 차분해 지 려고 노력한다. “여…여기….풍납동 인가?....”

민우가 준식의 말에 살짝 놀란다. “너 그거 알고 있었어?...” 준식은 태연한 척 아니 태연하게 보이는 척 살짝 웃는다.

“…니..니가 초대장 보냈잖아….나랑 태우한테….” 민우가 미친듯이 웃는다.

“헤헤헤헤헤헤헤…역시 내가 골라도 잘 골랐어….어떻게 그걸 풀었지?...” “카이사르…시져 코드라 생각했지….

니가 학교에서 날 납치해 서 데려올때….머리속으로…계속 생각했어…” 민우가 들고 있던 시체의 팔로 준식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헤헤헤헤 ….역시 대단해…대단해...파티에 참석할 자격이 충 분해…헤헤헤…” 준식의 코끝으로 썩은 냄새가 진동한다.

“헤헤헤헤….자…이제 파티복으로 갈아입어야지…어느 것으로 할래? 이 거? 아니면 이 거?,...

너 줄려고 특별히 준비했단 말 야…” “아…아무거나 상관없어….” 준식은 체념한 듯 대답한다.

“알았어…헤헤헤…그럼 내가 알아서 잘 해줄께 ..” 민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작업대로 돌아가서 의약품 서랍 장에서

마취제을 꺼내 주사기에 담는다. “헤헤헤….준식이는 착하니깐…특별히 마취해서….갈아 입혀줄 께….”

준식은 마취제를 보자 죽을 거라는 생각에 온 몸이 떨려온다. 침착해야 한다. 침착해야 한다…

속으로 몇 번이고 되뇌인다. 마취제를 담고있는 민우를 유심히 지켜본다.

‘졸레틴 인가….”

다시 진호와 진철의 차 안 “선배님…주소가 아닌가 보네요…” “그런가….”

진호가 등록되어 있는 주소가 없다는 말에 크게 실망한다. 진호는 나즈막하게.

“파티 초대장….주소를 알아야 찾아갈텐데…미친 살인마새 끼…” 진철은 진호를 보고 이상한 듯 물어본다.

“선배님…혹시 그 문장을 범인이 남겨놓은 메시지라 생각하시 는 겁니까?...” “맞아…틀림없어…”

“왜죠?...저희 지금 범인 잡으러 가고 있잖아요…김준식…” “김준식은….범인이 아니야…”

“네? 이제와서 무슨 말씀이세요? ” 진호는 진철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직감이야…김준식은 범인이 아니야…”

“선배님의 직감이라..” 진철은 진호의 직감을 누구보다 신뢰한다는 표정이다. “선배님…주소가 아니면 뭘까요?...”

“글쎄….이거 어떻게 풀었다고 했지?...” “그 적혀 잇던 알파벳을 뒤로 4칸씩 돌렸다고 하던데요?....”

진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래?....의외로 간단하군…근데 잠깐…” 진호가 멈칫한다. “왜요? 뭐가 잘못됐어요?...”

“그게 디코드 규칙이라면….숫자…여기 숫자도 뒤로 돌려야 되 는 거 아니야?....” “….아…그래야 되겠네요….”

진철은 살짝 웃으면서 수긍한다. 진호는 수사 노트를 펼쳐 다시 한번 문장을 디코드 한다.

[mrzmxexmsr. tevxc는 tyrkret 617-9. 69.wit]

[invitation. party는 pungnap 273-5. 25.sep]

그리고 바로 네비게이션에 주소검색 칸을 누른다.

[서울시] 클릭

[송파구] 클릭

[풍납동] 클릭

[273-5번지] 쿨릭

Loading......

[(구) 한서 시멘트 공장]

진호의 눈이 커진다. “있어….한서 시멘트 공장이라고…” 진철은 운전을 하면서 살짝 네비게이션을 보고 신기한듯.

 “와…진짜 있네요?...’구’라는 말이 붙은걸 보니…지금은 폐공장 인거 같은데요…” “이제,,,너한테도 냄새가 솔솔 풍겨오지?...”

진호가 살짝 웃는다. “네…확실히….뭔가 있네요… 그리고 선배님…이거 뒤에 ‘25.sep’은 날짜 같은데요…파티 날짜…9월25일….”

진호는 진철에 말에 수사노트를 다시 한번 본다. “그렇지…september….9월…..그리고 25일…”

진철은 대쉬보드에 있는 시계를 보고 “….오늘 이네요….” 라고 말한다. “…..” 진호는 아무말 없이 네비게이션을 보다가

[안내시작] 클릭.

[위치 안내를 시작하겠습니다]

“진철….차 돌려….우리는 여기로 간다….한서 시멘트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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