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쓰기

단편
2012.01.24 16:36

한밤의 드라이브

조회 수 651 추천 수 0 댓글 0

[여기서 조금 더 가면 있어.]



[상태는 어떠신데요?]

[나도 잘 몰라.]

어쩐지 매정한 대답 뿐이었습니다.



운전은 제대로 하고 있었지만 감정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계속 차를 타고 가면서 점점 이상한 점들이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차가 계속해서 교외 쪽으로 나가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대부분의 병원은 모두 시내에 있는데다, 시 바깥쪽은 산지여서 다른 도시까지는 한참 걸립니다.

내가 질문을 해도 매정하고 짧은 대답 뿐이고, 옛날 이야기를 꺼내려 해도 [그래...] 라는 대답 뿐이었습니다.

내 옆에서 운전하고 있는 이 사람이 정말 T씨인가 의심이 될 정도였습니다.



그 사이, 자동차는 다른 시로의 경계까지 도착했습니다.

어느새 주변에는 가게 하나 보이지 않고 산 속에 민가가 몇 곳 보일 뿐입니다.

나는 위험하다 싶어 아직 문을 열고 있는 슈퍼마켓 앞에서 [동아리에 연락할 게 생각나서 잠깐 전화 좀 할게요.] 라고 말하고 억지로 내렸습니다.
슈퍼마켓 안에서 창문으로 몰래 밖을 내다보니 T씨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천천히 가게로 오고 있었습니다.

몹시 기분 나쁜 예감에, 나는 서둘러서 반대편으로 달려나갔습니다.

다행히 도로에 지나가던 택시를 잡아서 그대로 집까지 갔습니다.



집에 도착한 나는 어머니에게 택시비를 부탁하고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아버지가 편하게 거실에 앉아서 맥주를 마시며 TV를 보고 계셨습니다.

[왜 그러냐? 숨을 헐떡이고...]



아버지는 느긋한 표정으로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T씨에 관한 이야기를 하자 아버지의 얼굴은 점점 굳어갔습니다.

T씨는 남편이 죽은 후에는 정신과에 입원을 했고, 그 이후 연락이 끊겼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도 없이 혼자 남겨진 T씨는 정신적으로 많이 지쳤던 것 같다고 아버지는 말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는 T씨의 집에 전화를 했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습니다.

T씨의 친가에 전화를 해서 고모할머니께 사정을 말했습니다.



알고 보니 T씨는 아르바이트로 일하던 곳에 이틀 전부터 무단 결근하고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다음날 아버지는 경찰에 신고해 T씨의 행방을 찾아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하지만 T씨는 지갑을 제외한 귀중품은 모두 집에 놓고, 자동차를 타고 사라진 상황이었습니다.



방에는 수많은 술병과 정신과에서 처방 받은 약들이 쌓여 있었다고 합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났지만, T씨는 아직도 행방불명 상태입니다.

아마 내가 슈퍼마켓의 창문 너머로 본 것이 마지막이겠지요.



너무 오랜 시간 종적을 감췄기에 이미 법적으로도 사망 처리 되었다고 합니다.

만일 그 날 내가 계속 그 차를 타고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리고 T씨는 나를 데리고 어디에 가려고 했던 것일까요...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415 단편 Momento Mori 죽은 자를 위한 사진. 4 file 상어 2012.02.04 1562 0
414 사진 눈의 종류 3 file Yeul 2012.02.03 4357 1
413 단편 악마 1 file Yeul 2012.02.03 1144 0
412 사진 더러운 연예계의 뒷세계 15 file Yeul 2012.02.01 14175 0
411 단편 검은 문 3 Yeul 2012.01.28 1165 0
410 단편 퇴마 사이트 Yeul 2012.01.28 1188 0
409 단편 등교거부 Yeul 2012.01.28 932 0
408 단편 사신님 Yeul 2012.01.28 805 0
407 단편 천국의 문 1 Yeul 2012.01.28 798 0
406 단편 네번째 공원 Yeul 2012.01.27 744 0
405 단편 숲속의 사람 Yeul 2012.01.27 757 0
404 단편 검은색 풀 Yeul 2012.01.26 730 0
403 단편 무서운 벤치 Yeul 2012.01.26 726 0
402 단편 산의 은인 Yeul 2012.01.26 763 0
401 단편 흙더미 Yeul 2012.01.26 814 0
400 단편 이상한 약속 Yeul 2012.01.26 719 0
399 단편 실종의 땅 Yeul 2012.01.26 717 0
398 단편 친구 Yeul 2012.01.26 644 0
397 단편 칸히모 6 Yeul 2012.01.26 1114 0
396 단편 맨발 1 Yeul 2012.01.26 739 0
395 단편 사이코패스 사진작가 5 돼지엄마 2012.01.26 2280 0
394 사진 장의사의 신병기 5 Yeul 2012.01.25 1445 0
393 단편 빨간 구두 Yeul 2012.01.24 741 0
» 단편 한밤의 드라이브 Yeul 2012.01.24 651 0
391 단편 현실로 나타난 꿈 Yeul 2012.01.24 778 0
Board Pagination Prev 1 ... 46 47 48 49 50 51 52 53 54 55 ... 67 Next
/ 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