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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2012.01.06 02:10

포병부대 괴담

조회 수 1008 추천 수 0 댓글 0
강원도 모사단의 포병부대에서 근무할 때의 일입니다.
이야기에 앞서 155미리 견인포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하자면, 155미리 견인포는 평소에는 '포상'이라고 불 리는 커다란 무덤처럼 생긴 곳에 두고 실제 북한의 부 대를 항상 겨누고 있습니다.

그런데 포가 고정이 되어있어도 그날의 바람이나 기상 상황에 따라 목표지점이 달라져 4시간에
한번씩 방향 을 조금씩 틀어주는 '제원장입'을 해야 합니다…….

그곳에서 근무한지 일주일이 지났을 때 쯤, 저에게도 제원장입근무가 돌아왔습니다. 매 4시간마다
하는 것 이기에 새벽에도 어김없었죠. 첫 임무가 새벽 두시 6 개의 포상을 돌며 포를 미세하게 조정하는 것이었습니 다. 선임한명과 같이 근무조가 짜였지만 아무 의미 없 었죠.

저 혼자 랜턴 하나 들고 새벽에 길을 나섰습니다. 전 겁이 많이 없는데다 집도 시골이라 밤길이나
어두운 숲속 따위는 별 생각 없이 잘 다니는 편이었죠.

처음이지만 낮에 배운 대로 차근차근 잘 해나갔습니 다. 상황실에서 받은 제원표대로 방향포경을 보고 좌 우를 맞추고, 팔꿈치포경을 보고 상하를 맞추고……. (포경은 망원조준경과 비슷하다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렇게 6포부터 5,4,3. 이렇게 하나하나 제원을 장입 해갔습니다. 그리고 2포 앞에 갔을 때,
낮에 선임들이 하던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2포엔 귀신이 있어서 안 가는 게 좋을 꺼다' '새벽에 2포에 가면 랜턴이 저절로 꺼진다.' '오래전에 2포에서 목을 매단 사람이 있다'

그다지 개의치 않으며 2포상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랜턴이 꺼졌습니다.
'뭐야 정말 꺼지잖아? 배터리가 다 된 건가?'

약간 놀라긴 했지만 침착하게 제원장입을 하려고 포로 다가갔습니다. 포에는 영구 발광하는 방사능
장치가 있어 불빛이 없어도 제원장입이 가능합니다. 방향포경 에 눈을 갖다 대고 좌우를 맞추고, 상하를 맞추기 위해 팔꿈치포경에 눈을 가져다댄 순간,

전 정말 큰소리를 지르며 엉덩방아를 찧고 그대로 뒤 돌아 막사를 향해 달려갔습니다. 정말 정신을
잃을 정도로 미친 듯이 달려간 것 같습니 다.

팔꿈치포경을 들여다보는데, 포경의 반대편 포신의 끝 에서 목을 매단 사람이 꺾이다 고개를 비틀어
저를 똑 바로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하얗고 커다란 눈으로 뚫 어지게…….

다음날 들은 이야긴데, 부대에선 새벽에 2포 제원장입 은 오랫동안 안했다고 합니다. 하도 이상한 일이 많은 데다 오래전에 2포에서 귀신을 보고 정신을 놓은 사람 이 나와서 신병한테도 그것만은 절대 장난을 치지 않 는다고 합니다.
출저-무서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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