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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2012.06.28 11:48

선배, 그리고 형수님...

조회 수 1662 추천 수 0 댓글 3

전 27살의 평범한 월급쟁이입니다

일하고, 보고하고, 까이고, 다시하고..

그런데 이런 지루한 회사생활에도 활력소는 있었습니다




바로, 스물세살에 결혼해 지금은 애아빠가 된 29살의 선배님입니다

선배님 나름 회사내에서 중요한 팀의 팀장을 맡고있으니, 성공했다고 할 수도 있죠

이 선배는 업무능력도 뛰어났지만 유머감각도 있어 인기가 많았습니다

저 뿐만아니라 모두에게있어 생활의 활력소였던 셈이죠



그런데 어느날부턴가 병가를 내더니, 1주일후에나 출근하셨더라구요

그리고는 사람이 아예 바뀌어있었습니다

흔한 농담은 커녕, 말한마디도 제대로 안하고.. 어두운 곳은 극도로 싫어하셨습니다

무엇보다 사무실안에 혼자 남겨지는 것을 눈에 띄게 두려워하셨습니다

사정을 모르는 저는 선배가 너무 아파서 기가 허해졌나보다하고

그 날 저녁, 선배를 근처 고깃집으로 데려가 술한잔 기울이며 기분을 풀어주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한참 고기를 먹던 선배는 갑자기 얼굴을 굳히더니 저에게 심각하게 물었습니다

“○○(제이름)야... 너 귀신이 있다고 믿냐?”

“네? 선배 무슨얘기에요?”

그 질문을 시작으로, 선배는 자신이 직접겪었다며 믿기힘든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처음 병가를 냈을 때, 선배는 아팠던게 아니었다고 합니다

직장인들은 다들 아시겠지만 금요일날 병가가 가능하면 금, 토, 일 3일씩이나 달아서 놀 수 있죠

그리고 마침 토요일이 선배의 결혼기념일이었답니다

선배는 괜찮은 펜션을 예약해놓고, 여행을 갈 생각으로 병가를 냈던겁니다

평소 성실했던 선배였기에 부장은 흔쾌히 허락을 내어주셨고 선배는 들뜬 마음에 펜션으로 출발했다고합니다



천안에서 세시간가량을 달려 도착한 펜션은 예상했던 것 만큼 분위기도 좋은 곳이었다고 하는데요

그날 저녁, 선배는 준비했던대로 멋지게 분위기를 잡고 형수님께 달려들었다고합니다



근데 그 때 마침 현관문에서 똑똑똑하고 노크소리가 들렸답니다

선배는 꼭 이렇게 중요한 때에 누가 찾아오자 

짜증이 잔뜩난 채로 문을 벌컥 열었는데 문 밖에는 이상하게도 아무도 없었다고 합니다



속으론 좀 이상하다싶었지만, 

분위기를 흐트리고싶지 않았던 선배는 대충 펜션주인이 왔다며 둘러대곤 다시 분위기를 잡는데

다시 똑똑똑.. 노크소리가 들린겁니다

누가 장난을치나 싶어 화가 난 선배는 문을 힘껏열었지만 이번에도 역시 문 밖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결국 그날 저녁은 계획했던 것과는 달리 그냥 평범하게 보냈다고합니다



그리고 다음날, 근처 폭포와 휴양지를 다니며 행복한시간을 보내다

갑자기 배탈이 난 듯 배가아파서 휴양지 내의 남자화장실로 들어가 변기에 앉았는데

화장실 칸을 누가 또 똑똑똑 두드리더랍니다

화장실을 쓸 사람이 있나보다했던 선배는 급하게 일을 끝내고 나갔는데 화장실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평소같았으면 그랬거니하고 넘어갔을테지만, 어제일도있고 선배는 기분이 묘했다고합니다

하지만 형수님께는 티를 내지않고, 그날 일정을 마무리한 채 펜션으로 돌아왔습니다



펜션에 돌아온 형수님은 저녁 찬이 좀 부실하다며 근처 마트에서 장을 봐온다고 펜션을나가셨고

선배는 피곤도 풀 겸, 샤워를 하러 들어갔는데

한참 샤워를 하다보니 또 누가 문 밖에서 똑똑똑하고 두드리는겁니다

이 때, 선배 머리속에 확 스쳐지나가는 생각이 하나 있었답니다



첫날 저녁, 화장실, 그리고 지금까지도 

똑똑똑 두드리는 소리가 무서우리만치 똑같은 박자였다고 합니다

겁이난 선배는 일부러 더 큰 동작으로 문을 열었지만, 또 아무도 없었습니다

문을 열어도없고, 닫기만하면 똑똑똑 두드리는 소리때문에 선배는 신경이 날카로워졌고

결국 작정하고 소리가 날때까지 기다렸다 소리가 날 때 바로 확인 할 생각에 현관앞을 지키고섰다고합니다




1분쯤 지났을까요, 또 똑똑똑 같은 박자로 두드리는 소리가 나자

선배는 이때다싶어 현관문에달린 렌즈를 통해 밖을 확인했는데

밖에는 형수님이 서 계셨다고합니다

괜히 멋쩍은기분도들고 한편으론 안심이 되어 문을 열어주었는데 뭔가 좀 이상했습니다



형수님이 기분이 좋지않은지 굳은 안색을 하고 들어와서는 바로 부엌으로 들어가더랍니다

이상하게 생각한 선배는 부엌으로 따라들어가려고했는데,

갑자기 현관에서

“오빠 문열어줘~ 고기사왔어 짐이너무 많다”라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설마.. 설마하는 생각에 문을 열어보니 거기엔 형수님이 또 계시는겁니다



그리고 그 순간, 부엌 싱크대위 찬장이 부서져 내렸다고합니다

만약 그 여자를 따라 부엌으로 들어갔더라면...하는 생각에 온몸에 소름이 끼치더랍니다



마음이 불안해진 선배가 형수님께 모든 사정을 설명하고 집으로 돌아가자고 제안했지만

평소 유머와 장난기가 많았던 선배였던터라, 장난치지말라며 형수님이 믿질 않았다고합니다



선배는 펜션주인에게 연락해 다른방으로 옮겨달라고했고

옮긴방에서 저녁을 먹고, 티비를 보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 방에서는 소리가 들리지않아 안심하던 찰나, 또 다시 들리는 노크소리..!

그제서야 형수님도 서서히 겁에 질리기 시작하셨고

한참을 기다려도 그칠 줄 모르는 똑똑똑 노크소리에 선배는 집주인에게 전화를 걸어 문앞을 확인 해 달라고했답니다



조금지나지않아 집주인이 다시 연락이왔습니다

10여분을 지켜봤지만 아무도없다고...라며 전화를 끊으려는데

갑자기 주인이 다급한 목소리로 당장 펜션에서 나오시라고 말했다고합니다



선배는 영문도 몰랐지만 일단 나가긴해야겠다고 생각이들어

지갑과 핸드폰, 차키만 급하게 챙겨들고 형수님손을 잡고 부리나케 펜션을 빠져나왔습니다

그런데 펜션을 나와 현관문을 열고닫는 그 짧은시간 선배는 무언갈 본겁니다



밖으로 나와 문을 닫는 순간, 펜션 안쪽에서 문을 두드리는 손을....!



선배는 펜션주인을 붙잡고 이게 어찌된일이냐 따졌고 집주인은 이렇게 말했답니다

“아무리 봐도 밖엔 사람도없고, 장난을 치는 것도 아니라 손님께서 잘못들으셨나보다하고 전화를 드린건데 갑자기 등 뒤쪽이 서늘해지면서 보이진 않지만 뭔가... 뭔가 손님방으로 누가 가는 느낌이 들어서.. 그,그래서..”

“그래서요? 그래서요!”

“아.... 그게... 다른분들껜 말씀하시면 안됩니다.... 사실 1년전, 손님이 처음 묵으셨던 방에서 웬 아가씨 하나가 죽은 적이 있었어요... 추운 겨울이었는데.. 친구들끼리 놀러왔다가 술을사러 간 모양인데 글쎄 강도를 만난모양이에요... 칼에 찔려 겨우겨우 방 앞까진 왔는데 문을두드리며 열어달라는 소릴 친구들이 술에 취해 그만 못들었나보더라구요.. 그래서 결국...”

그 말을 들은 선배는 당장 짐을싸서 집으로 돌아왔고, 제게 말을했던 그 날까지도 그 때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입니다

선배 얼굴을 보니, 얼굴 가득 서려있는 그 공포가 저도 느껴지더라구요



평소같았음 당연히 거짓말하지마세요라고 말했어야했습니다

있을 수 없는일이니까요...

그도그럴게, 선배의 형수님은... 1년 전에 돌아가셨기때문입니다



제가 이직하기도 전, 다른 선배에게 들은 사실이고

저뿐아니라 회사사람들은 거의 다 형수님께서 돌아가신걸 알고있습니다



그 후로도 한동안 선배가 힘들어했지만, 점점 털고 일어나 다시 밝게 웃게되셨는데 

그때 선배가 병가를 내고 형수님이랑 같이 가셨다던 펜선은 아무리 검색해봐도 이름조차 나오질 않더라구요

선배에게 그 때 충격도 그렇고, 조심스레 병원치료를 권했지만 선배는 무시하셨습니다

그리고 태연스레 바로 제앞에서 늦을 것 같으니 형수님께 전화해야겠다며 전화를하는데..

정말 놀랬던 건, 분명히 그 전화를 받은사람이 있었다는 겁니다



놀래 자빠질 일이였기에, 

그 후 선배가 화장실간다고 자리를 비운사이 통화목록을 살펴봤지만

제앞에서 선배가 통화했던 1월4일.. 오후 11시..의 통화기록은 존재조차 하지않았습니다

그럼 제가 들었던 전화기 너머의 상대방은 대체 누구였을까요...



그 일이 있은 후 다른 직원들에게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선배와의 제 사이는 점점 멀어져만갔습니다

결국 프로젝트건에서 심한 말다툼을 한 채 회사를 옮기게되었지만

아직도 선배가 걱정되는건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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