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쓰기

단편
2012.06.27 13:33

어머니의 감

조회 수 1871 추천 수 4 댓글 7


어렸을 적, 경기도에서 살던 저희 가족은 아버지 공장 이전문제로 서울로 이사오게 되었습니다

당시 저는 초등학교 4학년이었고, 동생은 유치원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공장을 옮겨온지 얼마 되지않았던 터라 부모님 두분 다 일에 매달리셨는데

어느날 학교에서 돌아와 집에가니 어머니께서 동생을 부여잡고 눈물을 펑펑 흘리고 계셨습니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이랬습니다









유치원을 마치고 오전에 일찍돌아온 동생이 혼자 심심했는지 비디오를 보려고했는데
 
110v에 220v로 변환하는 소켓을 꼽아놓은 곳에 비디오 코드를 꼽았다고 합니다

동생은 코드를 꼽아도 비디오가 안나오자, 다시 끼우려고 뽑았는데 소켓까지 같이 빠졌다고합니다

근데 소켓이 망가졌는지, 구멍에 금속핀 2개가 꼽혀있는 상태가 되었는데

동생은 자기가 망가뜨린걸 누가 알면 혼날 것 같았는지 그 핀을 뽑기위해 뺀치를 찾아다녔다고합니다



온 집안을 뒤지고도 뺀치를 못찾은 동생은 어머니께 연락을 했고

공장에서 일하시던 어머니께서 연락을 듣고는 부랴부랴 달려와 동생을 끌어안고 우셨던 겁니다



전기를 끊지않은 상태에서 절연기능도 없는 도구로 전극에 맞물려있는 금속채를 건드리면 당연히 감전됩니다

동생은 결과적으로 ‘뺀치’를 못찾았기 때문에 무사할 수 있었던거죠

헌데 저희집은 공구를 정해진곳에 항상 두기때문에 동생이 그걸 못찾았을 리가 없습니다

근데 왜 뺀치를 못찾았던 걸까요?



어머니께서 그 날 아침, 출근 전 뺀치를 빼서 신발장 가장 꼭대기 구석에있는 신발박스에 넣어두었다고합니다

그것도 신발박스안의 신발안쪽에, 모르는사람이 보면 절대 찾지 못하게요

출근하는데 왠지 모르게 아무 이유도없이, 뺀치를 옮기고 싶으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출근하다말고 다시 돌아오셔서 공구함에서 뺀치만 꺼내 우리손이 닿지 않는 높은 곳에 최대한 깊이 숨기셨다고 하네요



그래서 동생이 어머니께 전화해 “엄마 뺀치 어딨어?” 물어봤을 땐 정말 말로는 다 못할 정도로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일하시다말고 뛰쳐나와 바로 집으로 왔다고합니다

뺀치를 숨기지 않았다면 동생을 잃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울고계셨던 거구요



‘어머니의 힘’이라는 걸까요?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그때 이야기를 어머니께 물어보면 “몰라, 그땐 그냥 그랬어.”라고 하십니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615 단편 영화 어땠어요? 4 상어 2012.07.06 1017 0
614 단편 이해 하면 진짜 무서운 사진 13 file 박제다 2012.07.06 8002 5
613 단편 이해하면 진짜 무서운 이야기 7 file 박제다 2012.07.05 4417 5
612 단편 피부박리 7 상어 2012.07.02 2768 0
611 단편 멕시코에서 있었던 일 14 상어 2012.06.29 3224 2
610 단편 어느 여인의 죽음 5 상어 2012.06.29 3495 0
609 단편 객귀풀기 8 file 상어 2012.06.29 1410 0
608 단편 선배, 그리고 형수님... 3 상어 2012.06.28 1662 0
607 단편 대문에 거울이 붙어있는 집 4 file 상어 2012.06.28 1923 0
606 단편 죽은자의 증언 5 상어 2012.06.27 1327 0
» 단편 어머니의 감 7 상어 2012.06.27 1871 4
604 단편 율곡 이이의 예언 12 상어 2012.06.27 2482 1
603 단편 고양이의 저주 6 상어 2012.06.27 1750 0
602 단편 귀신이 다니는 길 14 상어 2012.06.26 1862 0
601 장편 손녀 딸 시집보내기 2 상어 2012.06.26 1958 1
600 단편 13 초소 4 이사장님 2012.06.23 1237 0
599 장편 불청객 3 3 상어 2012.06.22 1238 0
598 장편 불청객 2 1 상어 2012.06.22 983 0
597 장편 불청객 1 4 상어 2012.06.22 1531 1
596 단편 손을 못 만지게 하는 친구 20 상어 2012.06.21 2226 0
595 단편 버림 5 상어 2012.06.21 997 0
594 단편 그녀.... 그리고 나 8 상어 2012.06.19 1545 2
593 창작호러 아모스 창작호러 - 1 8 오타쿠첨보냐 2012.06.19 1647 0
592 단편 낚시 5 상어 2012.06.19 1275 0
591 단편 밀봉 4 상어 2012.06.19 1387 0
Board Pagination Prev 1 ... 38 39 40 41 42 43 44 45 46 47 ... 67 Next
/ 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