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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2012.06.09 22:20

저주의 키홀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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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의 키홀더 라는거. 알고있냐?]어느날, 같은 과의 A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뭐? 키홀더?]



A는 한 마디로 말하자면 기분 나쁜 녀석이다.

얼굴은 잘생겼지만, 초중고를 거치면서 누구를 왕따시켰느니, 싸워서 진 적이 없다는 둥 쓸데 없는 이야기를 자랑스럽게 말한다.

머리가 나쁜 놈이다.



어째서 그런 녀석과 친구로 지내냐 하면, 사실 A는 한심할 정도의 겁쟁이인데다 자신에게 영감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슨 일만 있으면 오컬트를 좋아하는 나에게 상담하러 오는 것이다.

하지만 당연하달까, 지금까지 영적인 것에 관련된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래, 키홀더. 가지고 있으면 며칠 뒤에 죽어버리는 저주가 붙어 있다던데.]

[들어본 적이 없는 이야기인데. 뭐, 그냥 종종 나도는 소리 아니야?]

[몰랐나 보네... 너는 취미가 취미니까 혹시 가지고 있나 싶었는데.]



나의 취미는 말했다시피 오컬트 관련 물품의 수집이다.

철이 들 무렵부터 모으기 시작해서, 지금은 상당한 수준이 되어 있다.

[그럴리가. 애초에 그런 걸 가지고 있으면 내가 먼저 죽어버리잖아.]



[아, 그건 그렇구만... 그렇지만 들어본 적도 없는건가...]

[내가 아는 한 그런 건 없어. 무슨 일 있냐?]

[실은... 지금 내가 가지고 있어.]



[...?]

A는 가방 속에서 이상한 모양의 키홀더를 꺼내 나에게 보여주었다.

마름모꼴의 동판 한 가운데에 십자가가 그려져 있고, 그 위에 X가 그려져 있다.



솔직히 말해 어디서든 팔 법한 싸구려 키홀더였다.

[이게 저주의 키홀더라고? 뭔가 짚이는 거라도 있냐?]

[아니,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어제 밤에 집에서 가방을 살폈더니 이게 들어있었어. 메모 같은 거랑 같이.]



A는 그렇게 말하며 그 메모를 나에게 건넸다.

["이것은 저주의 키홀더다. 너는 이제 죽을 수 밖에 없다." ...좀 유치하네. 누가 장난친 거겠지.]

[그렇겠지? 장난이겠지? 도대체가... 누구 짓이야? 이건 너 줄게.]



[뭐? 필요 없어, 이런 건. 나는 제대로 된 물건만 모으고 있다고.]

[아, 그런가... 그러면 버리고 가야겠다. 정말 귀찮네...]

A는 투덜거리면서 근처의 쓰레기통에 키홀더를 버리고 돌아갔다.



그리고 이틀 후, 또 A가 나를 찾아왔다.

어째서인지 벌벌 떨고 있었다.

[지난번에 버렸었지? 그거, 확실하게 버렸었지?]



[무슨 소리야?]

[키홀더말이야. 쓰레기통에 확실히 버렸었는데, 또 가방에 들어 있었어!]

그렇게 말하고 A는 가방에서 키홀더를 꺼냈다.



확실히 지난 번 그 키홀더다.

[정말이네...]

A는 확실히 그것을 쓰레기통에 버렸었다.



나도 보고 있었으니 그것은 확실하다.

[저주 받은걸까? 이제 끝인거야? 야, 어떻게든 해줘! 이거 줄게. 제발 좀 가져가 줘!]

[조금 진정해. 그렇지만 그건 더 이상 버리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은데.]



[무슨 소리야? 그럼 이대로 죽으라는거야?]

[저주 받은 물건은 버리려고 하면 역효과가 나타난다고. 버리면 버릴 수록 힘이 강해지는 것도 많으니까...]

[뭐라고? 그런 건 빨리 말했어야지! 벌써 한 번 버렸었잖아!]



도대체 이 녀석은...

[아, 그럼 조사해 볼테니까 며칠만 좀 기다려줘.]

[며칠이나 걸리는데? 서둘러!]



나는 시끄럽게 떠드는 A를 달래고 그 자리에서 빠져 나왔다.

다음날, 내가 도서관에서 조사를 하고 있자 A가 다가왔다.

왠지 생기가 없다.



[야, 좀 들어줘. 정말 위험한 것 같아.]

[무, 무슨 일인데?]

[어젯밤 자기 전에 화장실에 갔었어. 나 자취하잖아. 그런데 화장실 문을 열려고 했더니 문이 안 열리는 거야. 분명 아무도 없을텐데 안에서 잠겨 있었어... 게다가 안에서 목소리가 들렸어. 그것도 한 명도 아니고 여러 명의 목소리가, 어이, 어이, 어이하고 부르는거야...]



A는 어젯밤의 일이 생각난 것인지 몸을 떨고 있었다.

[너무 당황해서 그대로 방에서 도망쳐 나왔어...]

A는 그 후 아침까지 편의점과 만화방에서 시간을 보내다 아침이 되어서야 방으로 돌아갔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 부탁할게. 그래, 너 오늘 우리 집에서 묵고 가라.]

이 녀석의 집에는 몇 번 간 적이 있지만, 오늘은 사정이 좀 좋지 않다.

[아니, 오늘은 좀 무리야... 그래, 그 대신 이걸 줄게.]



나는 준비해 온 부적을 A에게 건네 주었다.

[이걸 방에 붙여 둬. 너를 지켜줄테니까.]

[오... 고마워! 아무튼 빨리 좀 찾아봐!]



A는 부적 덕분에 안심했는지, 또 제멋대로 말을 하고 돌아가 버렸다.

다음날, 또 A가 나를 찾아왔다.

어쩐지 살이 쫙 빠진 것 같다.



아무래도 부적은 효과가 없던 것 같다.

[한밤 중에 자고 있는데, 무슨 낌새가 느껴져서 일어났어. 그랬더니... 방에 무언가가 있었어. 검은 그림자가 방 구석에 있었다고. 그리고 또 들렸어, 부르는 소리가. 이번에는 내 이름을 부르고 있어...]

A는 머리를 움켜 쥐고 있다.



[그 부적으로는 안 된건가...]

나는 조금 생각하고, 어제보다 강력한 것이라고 말하며 다른 부적을 건네 주었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이 정도 밖에 없다.



A는 그것을 들고 휘청거리며 돌아갔다.

그러나 A의 주변에서는 계속해서 이상한 일들이 일어났다.

들려 오는 소리도 바뀌었다.



더 직접적으로, 아예 [죽어라!] 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휴대폰의 음성 사서함에도 들어 있고, 방이 무서워서 공원 벤치에서 노숙하려 할 때도 들려 왔다고 한다.

A는 점점 혼잣말을 하는 일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평소에도 주변에 친한 사람이 드물었지만, 이제는 아무도 A 곁에 가려고 하지 않았다.

미쳐 가고 있는 것일까?

아니, 이미 미쳐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얼마 뒤, A는 대학에 나오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며칠 뒤, A는 방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 되었다.

지금 내 손 안에는 A가 가지고 있던 키홀더가 있다.



싸구려 키홀더.

내가 샀던 평범한 키홀더.

A 덕분에 이것은 저주의 키홀더가 되었다.



쓰레기통에 버려진 키홀더를 찾고, A네 집의 여벌 열쇠를 만들고, 목소리를 녹음해서 틀었던 보람이 있다.

A가 단순한 녀석이라 쉬웠다.

이걸로 나의 수집품이 또 하나 늘었다.



저주의 키홀더...

정말로 끔찍한 죽음의 물건이다.

실제로 가지고 있던 사람이 죽은, 진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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