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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2012.06.05 09:24

바바리맨

조회 수 763 추천 수 0 댓글 5


내가 사는 동네는 산복도로라고, 산 중턱에 여러 도로를 내어 그 주변으로 집들이 배치되어 있는 그런 동네였다. 
그래서 굽이굽이 고갯길이 많았고, 어두운 골목길이 많아 밤 늦게 여자 혼자 다니기엔 무서운 곳이였다. 
우리 집도 그런 어두운 골목길에 속해있어서 학교 마치는 시간이면 늘 엄마가 데리러 나오곤 했다. 


오늘도 여느때나 다름없이 야자를 마치고 집을 가는길이였다. 
원래라면 엄마가 나와 있어야 하지만, 오늘은 일때문에 친척집에 가 계셔서 혼자 집으로 내려 가고 있었다. 
무서울 법도 한데 18년 동안 다니던 길이라 그런지, 나이가 들어서 인지 익숙해서 아무렇지도 않았다. 



"응. 엄마 ? 어어. 지금 가고있어. 에이 무슨 소리야. 그런거 없다니까? 하여간 우리 엄마 ." 



혼자 돌아가는 내가 불안한지 엄마는 전화 걸어서 까지도 늘 걱정이였다. 
그런 엄마의 걱정을 내내 들으며 걷다보니, 어느샌가 집에 다다라 있었다. 



"지금 들어가. 이따 씻고 전화 할게." 



전화를 끊고, 메고 있던 가방에서 열쇠를 꺼내려는 찰나. 



'....어?' 



순간적으로 등골이 오싹해졌다. 
아까까지만 해도 전혀 느끼지 못했던 시선이 바로 등 뒤에서 느껴졌기 때문이다. 

바로 뒤돌아 보기엔 겁이 나서 뒤쪽을 곁눈질로 힐끔 쳐다보는데, 
뒤에 있던 전봇대에서 무언가가 눈에 밟힌다. 



'뭐야 저건 ......' 



잔뜩 긴장하고 전봇대 뒤쪽을 유심히 살펴보는데, 사람이었다. 
대머리에 아이보리 색의 버버리를 입은 남자 사람. 
말로만 듣던 바바리 맨이었다. 

강도나, 살인마 같은 드라마 속에 나올법 한 상황들을 생각하고 있었던 탓인지 나도 모르게 실소가 나와버렸다. 
긴장이 풀리는건 고사하고 안도감 마저 들 정도였다. 
그리고 실제로 마주친건 처음이라 그런지 조금은 궁금해서 여기저기 살펴볼 요량으로 보는데, 아뿔싸. 
두 눈 부터 마주쳐 버렸다. 

바바리맨은 내 눈을 뚫어 져라 쳐다 보더니, 갑자기 히죽하고 웃었다. 



'아 뭐야 더럽게.' 



순간 뭐 저런게 다 있나 싶어 욱해버렸다. 
얼굴이나 특징 기억해뒀다가 경찰에 신고나 해야겠다 싶어 머리부터 찬찬히 하나하나 뜯어보며 시선을 내렸는데. 


어라. 
내가 잘못봤나 ? 
설마. 그럴리가. 


다시 한번 머리부터 훑어 내려보는데. 


어. 진짜 없다. 





공포의 시작은 깨닫는것 부터 라고 했던가. 
다리가 사시나무 떨리듯 덜덜 떨린다. 
처음의 호기심과 안도감 따위는 온데간데 사라지고, 극심한 공포만 남아있었다. 

그 자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분 나쁜 두 눈을 계속 마주한채 나는 손을 덜덜 떨며 문을 열려고 애를 썼다. 
바바리맨의 기분 나쁜 눈웃음은 그칠줄을 몰랐다. 



[찰칵] 



문이 열리자 마자 나는 그 자리에서 도망치듯 집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리고 엄마한테 울며 전화를 했다. 

엄마가 올때까지 이불을 뒤집어 쓰며 덜덜 떨고만 있다 이내 나는 엉엉 울어버렸다. 






있어야 할게 없었다. 

사람이라면 당연히 있어야할 두 다리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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