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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호러
2012.05.18 01:11

냉동인간

조회 수 1426 추천 수 0 댓글 2
희망을 건지 벌서 10년하고도 조금의 시간이 흘렀다. 뉴스에서 시끄럽게 떠들어대던 그런 말 같지도 않은

소리에 혹한 내가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도 한심했다. 현실이 싫으시다면 미래로 오셔서 다시 시작하시는

건 어떠십니까? 힘들고, 살아갈 이유조차도 못 느끼는 현실에서 벗어나 미래에 희망을 걸어보시는 건 어떠

십니까? 한심해서 말이 다 안 나온다. 인간은 신으로부터 만들어진 존재, 애초에 시간을 거스르는 것으로

신을 거역하는 일은 인간에게 맞지 않았다. 신성을 모독해서 신에게 쫓겨난 이단들을 봐도, 신을 향해 독

설을 펼친 자에게 내려진 형벌과 저주도, 신을 거역하는 행위는 우리에게 애초에 맞지 않았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상상이나 하고, 거기에 이끌리기까지 한 나 자신을 오늘을 포함해 3700일 째, 계속 저주한다. 나를

이런 곳으로 보낸 사회를 저주하고, 나를 태어나게 한 부모를 저주하고, 정부를 저주한다.




그래, 지금부터 대략 10년 정도 전 이었다. 서울 변두리에 위치한 골방에서 인형의 눈을 붙이는 아르바이

트를 하며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부모님께서 일찍 돌아가셔 생업의 전반을 책임져야 했던 나는 결국 중학교

도 끝마치고 나오지 못했다. 누구나 흔히 갖고 있다는 자격증은 물론이거니와 특별한 기술 조차도 갖추지

않은 나였기에 할 수 있는 일은 인형의 눈 따위나 하나하나 실로 꼬매 붙이는 것과 같은 단순 작업, 그 것이
전부였다.



정부에서 매월 꼬박꼬박 나오는 눈꼽만큼이나 적은 생활보조금은 꼴랑 집세로 다 써버리고, 골방에 틀어 박혀

이런 비참한 일을 하던 나는 세상에 불만을 가지게 되었다. 불만이 점점 커져 비난이 되고, 저주가 되었다.



왜 나는 이렇게 태어났는가?


왜 남은 흔히 있는 부모 하나 없는 것 일까?


왜 나는 이런 일 밖에 못하는 걸까?



사회에 대한 불만과 고독 그리고 분노가 겹쳐, 매일 같이 쏟아내던 불만과 저주의 소리들.. 계속해서 마

음 속 한 곳에 응어리졌다. 환경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나의 마음은 그 당시 매우 비틀어져 있었다.

아니 표현을 정정한다면 내 스스로 나 자신을 환경과 비틀어 버렸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지금은 이렇게 조그마한 곳에서 끊임없는 상상에 미쳐가고 있는 나에겐 그 때가 얼마나 그리운지 모른다. 적어도 몸을

움직일 수는 있었으니까 말이다. 말도 하고, TV도 보고, 내 자신을 즐길 수 있었을 때가 얼마나 그리운지

모른다.



10년 전, 그렇게 일상이란 하염없이 반복되는 비참함의 연속을 살아가고 있을 때였다. 몇 달 전과 같이 TV

를 보며, 몇 년 전과 같이 인형의 눈을 한땀한땀 꼬메고 있던 중이었다. TV에서 매일 같이 쏟아져 나오는 수만

가지 사건에 대해서 욕을 하고, 비난을 하던 때였다. 어김없이 TV화면에서 나오는 정부의 정책에 대해 큰

소리로 욕을 하고 있던 때에 TV 하단에 자막이 흘러나왔다.



“ 삶이 힘들고, 고달프십니까? 나를 포함한 모든 것이 지겹고, 포기하고 싶으신가요? 그럼 미래로 당신 들

을 초대합니다. 100년 후의 미래에서 과거로 돌아가지 못한 채, 새롭게 시작해보시는 것은 어떤가요? 여러

분을 초대합니다. ‘미래를 향한 프로젝트’ 연구소가 후원하는….“



삶이 힘들고, 고달픈 이들, 사는 것이 힘든 이들 그 모두를 우리가 꿈꾸는 미래로 보내준다는 사실.. 나에

게 있어서 그 자막은 나의 고통을 해결해줄 수 있는 출구이자 행복의 날개였다. 희망이 없고, 화풀이로 남

을 욕하던 내가 변화해 다시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이 있다. 라는 생각에 그 날 바로 지원했다.



누군가 보면, 내가 정말 멍청했을 것이다. 미래 역시 보장된 것이 없는데 왜 가려고 하느냐? 나의 대답은

그 정도로 사는 것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매일 같이 반복되는 생활, 이런 생활에서 탈피해 새로운 세상에

나아가 살아가고 싶다. 보장이 안되더라도 희망이 보이기에 한 번 그 희망을 따라가 보고 싶다. 이 것이 나

의 진솔한 감정이었다.



그렇게 나는 해버리면 안될 선택을 해버리고 말았다.



내 자신을 버려버리고 만 것이다.



일주일 후, 현재를 버리고 미래로 가길 희망하는 사람들은 타임머신이란 것을 타기 위해 서울 여의도 공원

을 밀어버리고, 새로이 건축한 정부의 ‘미래를 향한 프로젝트’ 연구소로 향했다. 여의도 정가운데 위치하

고, 비행기의 비상활주로로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여의도 공원 위치에 만들어진 거대한 연구소 앞에

수 십만 명의 사람들이 당일 모였다.



어딜 가든지 똑 같이 길고도 긴 윗 대가리들의 설교를 들은 후, 우리는 건물 속으로 들어갔다. 각각의 인

원수에 맞춘 듯, 수십만 개의 캡슐이 연구소에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캡슐은 소형 자동차 크기였는데, 여

러 다른 기계들이 빼곡히 옆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이들도 역시 이 광경에 놀라워

했고, 새로운 희망에 근접했기에 모두들 들떠있었다. 걱정과 괴로움 따윈 전혀 없는 즐거운 표정으로 인솔

자의 지시에 따라 나를 포함한 사람들은 자신에게 배정받은 캡슐로 들어갔다. 문이 닫혔다. 그 순간 마지막

으로 눈을 뜬 채로 떠올린 생각은 “드디어 나에게 저주만 내리는 이 세상에서 빨리 사라져버리고 싶다”

뿐이었다.. 그래.. 그렇게 생각뿐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오늘에 이르렀다. 신이 정해놓은 시간이란 법칙을 깬다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것이었

다. 저 빌어먹을 기계에서 뿜어 나온 차디찬 기체에 우리의 정신만을 제외한, 몸의 모든 부분은 얼어버리고

말았다. 자지도 못하고, 심지언 눈 조차 뜨지 못하는 어떠한 행동도 불가능한 채 이 조그마한 캡슐에서 10

여 년을 살아가고 있다.



100년만 참으면 이 고통에서 해방된다는 이 생각만을 믿은 채, 그 추상적인 희망만 믿고, 나는 오늘도 캡

슐에서 생각을 하고 또 생각을 한다. 미치지 않고는 버틸 수 없는 이 공간에서 사회와 세상 심지어 자신까

지 비난하고, 부정했던 나는 오늘도 모든 것을 비난하고 있다. 그 모든 것을 부정하는 중이다. 100년이란

희망만을 바라보며.. 그렇게 나는 남은 90년을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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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에는 더 이상 진정한 인간이 설 자리가 없다. “



2052년도 지구의 인구가 100억을 돌파했을 때 저명한 학자가 한 말이다. 너무도 불어버린 인간 때문에 정

말 인간 발전에 필요한 인간이 설 자리는 줄어들었다는 것이 그의 핵심이었다. 인간 발전에 치명상을 끼칠

사람들, 예로 들어서 모든 사회와 세상을 비난하고, 부정하는 인간들. 현재보다도 꿈에 집착해 현재의 모든

것들을 버릴 인간들. 노력을 하지 않은 채, 무조건적으로 자기의 행복을 바라는 파렴치한 인간들을 한 곳에

모아 더 이상 그들로서 진정한 인류에게 해악을 만들게 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미래를 향한 프로젝트’. 진짜로 인간을 타임머신으로서 미래로 데려가는 것이 아니

라 진정하게 이 세상에 필요한 열심히 노력하고,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만을 모아 진정한 인류의 미래

를 실현시키는 것이 프로젝트에 목적이었다.



프로젝트는 모든 것을 부정하고, 자신 조차도 미래라는 막연한 추상적인 목적 때문에 현재에서 지워버릴

수 있을 정도의 인간들을 가두어 진정한 인류에게 피해를 끼치게 하지 않는 것이 목표였다. 모두의 예상대로

어마어마한 숫자로 모인 쓰래기들 , 자신의 모든 것을 부정하고야 마는 그 인간들은 얼려져 그렇게 몇 백

년 간 차디차게 감금 되어질 것이다.



진정한 인류들이 인류의 추구 되어져야 할 목적인 “유토피아”를

완성할 때까지 무한한 시간 동안 계속 말이다.






그렇게 그들이 지구상에서 사라진 후,


지구에는 희망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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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k :

아, 정말 저번 소설을 많은 분들께서 읽어주시고,
추천까지 해주셨는데 부족한 제 실력을 그렇게 높게 평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더욱 분발해서 여러분께 만족할 만한 소설을 만들어보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펌을 하실 때는 쪽지나 댓글은 꼭 남겨주시길 부탁드릴꼐요.. ㅎ )
- From RoyaIblue [jjw4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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