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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2013.07.28 04:14

[단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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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MLE87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차에 탔다.

"어때? 별다를 거 있어?"

"아니, 또 허탕이야."


"크, 3개월 동안 네 번이라.."

살인사건이었다. 같은 병원 안에서. 3개월 안에 네 번.


"사망자들 간에 공통점도 하나 없고, 사인도 각각 달라. 게다가 증거가 될 만한 것도 전혀 나오질 않고 있어."

"사망자가 총 네 명인가?"

"어. 근데 4개월 전에 사고사로 한 명이 죽었어. 그 사람까지 합하면 다섯 명이야."

"흠.. 그 사건은 사고사가 확실해?"

"어. 그때도 내가 조사를 했었으니까 확실히 기억해. 분명히 사고였어."


4개월 전 첫 사망자는 분명히 사고로 죽었다. 하지만 그 다음부턴 아니었다.

누군가 고의로 약물을 이용해 사람을 죽여가고 있었다.

환자에 따라 각각 다른 약물을 쓴 것으로 보아, 범인은 병원 안에 있는 의사나 간호사 중 하나인 듯했지만, 워낙 큰 병원이라 그들 전체를 놓고선 누가 범인인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아, 그러고 보니 저 병원에 임원혁이라는 의사, 돌팔이라는 소문이 자자하던데."

"음.. 나머지는 가서 마저 대조해 보자고."


서에서 대조해 본 결과, 넷은 나이, 직업, 성별, 취미 심지어 성격조차도 전혀 비슷한 점이 없었다.

일부러 이렇게 다른 사람만 고르기도 어지간히 힘이 들 정도였다.

그렇게 그 사건이 잊혀 갈 때쯤, 다섯 번째 사망자가 나왔다.



다섯 번째나 되니, 용의자도 대충 몇 명으로 줄어 있었다.

그래도 여섯 명이나 되었고, 그들은 용의자일 뿐이지 그 안에 진짜 범인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른다.


게다가 증거는커녕 단서조차 하나도 나오질 않았기 때문에, 지난 5번의 사건에서 사망자를 담당한 의사들과 간호사 중에서 몇을 집은 것에 불과했다.


'그래.. 그저 사망자의 담당의였다고 해서 그 안에 진범이 있다고 단정하긴 이르지..'


그래도 용의자도 어느 정도 추려졌겠다, 이번에 아예 잡아버리자는 생각으로 아예 매일 병원으로 출근했다.

용의자 여섯 명 중 의사가 넷, 간호사가 둘.

그 중 임원혁이라는 의사는 맨 처음 사고부터 지금 다섯 번째 피해자까지 총 여섯 명의 사망자의 담당이었다.

전에 그가 돌팔이라는 소문이 있다고도 했고, 실제로 그는 병원 안에서 별로 신임을 받지 못하는 듯했다.


하지만 물증은 없고, 심증조차 없었다. 그저 제비뽑기로 적당히 때려 맞춰 본 수준이었다.

하루하루 수확도 없이 병원에만 목매달고 있을 때, 간호사 한 명이 쭈뼛거리며 내게 말을 걸었다.

"저기.. 강민승 형사님.. 맞으시죠..?"

염색이 풀려가는 인상적인 주황색 머리에, 한눈에 보기에도 호감 가는 얼굴을 하고 있던 그녀는,

"저.. 실은 살인사건에 대해 말씀드릴 게 있어요.."

하고 충격적인 말을 내뱉었다.

그녀의 이름은 전수연. 용의자 6명 중 한 명이었다.

그녀의 말은 이랬다.

"저.. 임 과장님과는 꽤 오래 알고 지내온 사이인데.. 사실 예전부터 적잖은 사고가 많았어요. 낙하산이란 말도 있었고. 그래도 직접 집도하시진 않았고 거의 간호사와 비슷한 역할만 했으니 눈에 띄지 않았던 거고.. 또.. 어.."

그녀의 눈은 떨리고 있었다. 손도 안절부절못하고 말하는 내내 입으로 가져다 댔다 손등을 꼬집다 하더니 내가 의식하는 걸 눈치채고 아예 깍지를 껴버렸다.

"흠, 그러니까 수연 씨는 과장님이 범인인 것 같다 이거죠?"

뭔가 뒷말을 잇지 못하기에 말을 끊고 물었다.

"아, 아뇨..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알려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네, 참고하겠습니다. 더 알게 되는 것이 있으면 지금처럼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는 뒤로 돌아서는데,

"자, 잠깐만요!"

하고 불러 세운다.

"저.. 전화번호 알려주세요.."


그녀는 잔뜩 빨개진 얼굴로 시선은 창피해 죽겠다는 듯 바닥에 한없이 내리꽂은 채로, 핸드폰을 내밀었다.

난 별 뜻 없이 전화번호를 알려주었고, 병원으로의 출근도 계속했다.

그리고 범인이 될 만한 인물을 아무리 집어보아도 임원혁 의사 외에는 의심 가는 인물이 없었고,

평균 2~3주에 한 번꼴로 사람이 죽던 병원은, 경찰인 내가 병원에 있어서 그런지 더는 사건이 나지는 않을 듯했다.


그리고 병원에 있는 동안 정수연 간호사는 계속해서 내게 호의를 보였고, 그 호의를 무시로 일관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기에, 또 그녀는 정말 괜찮은 여자였기에 그녀와 사귀게 되었다.

병원으로 출근하는 건 그만뒀지만, 그녀와의 교제를 시작하면서 병원에 들르는 일이 많아졌고, 그래서인지 살인사건은 한 달이 넘도록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병원에서의 살인사건은 미제로 끝나는 듯 했고, 나는 그녀와 결혼을 약속했다.

그리고 얼마 후, 임원혁 의사는 임상시험 중인 약물을 잘못 처방해 또 의료사고가 나게 되었고, 그는 의료법 위반과 업무상 과실치사로 징역형을 선고받아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왜?'에 관한 대답은 아직 듣지 못했다.

그는 왜 다섯이나 되는 사람을 죽인 걸까?

애초에 증거도 없으니 그라는 확신은 할 수 없지만, 그가 아니고선 그런 일을 저지를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면회를 신청하고, 단도직입적으로 그에게 물었다.

"병원에서 연속해서 있었던 살인사건, 당신 짓이죠?"

"끅끅... 내가 했을 것 같나?"

그는 이를 내보이게 웃으며 나를 약 올렸다.

"장난을 모르는 형사님인 듯 허니 깔끔하게 대답해주지. 내가 안 그랬어."

갑자기 정색하고 말을 했지만, 그렇게 신뢰가 가진 않았다.

"하면?"

"글쎄.. 약물들은 대부분 몇 시간이 지나야 효력이 있는 것들이었고, 증거고 뭐고 아무것도 없고, 심지어 CCTV 위치까지 파악해서 움직였으니 병원 내부 사람인 건 확실하겠지."


"정확한 추리십니다. 그러니까 그게 당신이란 거죠?"

"아니, 난 그럴만한 이유가 없는걸."

"그 말을 이유 없이 죽였다고 받아들여도 되겠습니까?"

"허허, 이 친구 완전히 꽉 막혔구만. 좋아, 그럼 증거를 찾아오게. 내가 범인이라는 증거를 찾아온다면, 죽인 이유도 알려주지."

"직업의식은 프로답지 않으면서 발뺌은 프로급이군요. 그럼 이만 가겠습니다."


그 사건은 끝내 어떤 미치광이의 연쇄살인 정도로 마무리 지어졌다.


그리고 난 결혼을 했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


"어? 저 남자 좀 봐~ 경찰복 완전 섹시하지 않아?"

"어? 어.. 잘 생겼네."

"그치? 경찰이면 직업도 괜찮고.. 네가 한번 대시해보지 그래?"

"에이~ 내가 무슨.. 빨리 들어가자."

"근데 왜 온 거지? 임 과장님 낙하산인 거 걸렸나?"























 -

3월 20일 

그를 봤다.

그는 나를 못 봤다.

그는 동부경찰서의 형사인데, 과장님의 의료사고 때문에 사람이 죽어서 조사를 나왔다고 했다.





3월 23일

그를 보고 싶다.

처음으로 첫눈에 가슴이 뛰는 남자를 봤다.

멀찍이서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남자였다.





3월 25일

그를 보고 싶다.

어떻게 하면 그를 볼 수 있지?





3월 28일

그를 보고 싶다.

내가 처음에 그를 어떻게 봤더라?






3월 31일

그를 보는 방법을 알아냈다.

맨 처음 그가 왔을 때를 떠올려 보니, 그를 보는 방법은 간단했다.

그는 '사람이 죽어야 병원에 온다.'






4월 1일

그를 봤다.

이름은 강민승, 나이는 스물아홉으로 동갑이다.

말을 걸고 싶었으나 용기가 나질 않았다.





4월 13일

그를 보고 싶어 참을 수가 없다.

이번에 그를 본다면, 좀 더 오래 참을 수 있게 구석구석 봐 둬야겠다.






4월 15일

그를 봤다. 게다가 이번엔 가까이서 봤다.

내가 담당 간호사라 조사를 할까 기대도 했지만 아쉽게도 다른 경찰이 조사했다.

민승씨가 해 주었더라면 좋았으련만.






5월 23일

그를 봤다.

말을 걸어보려 하지만 뭐라 말을 걸어야 할지 모르겠다.

이상한 여자로 보면 어쩌지..?






6월 7일

그를 보고 싶다.

이제 정말로, 정말로 그에게 말을 걸 것이다.





6월 8일

그를 봤다.

아... 잘할 수 있었는데..

그보다 병원의 몇몇 사람들이 서로 의심하기 시작한 것 같다.










6월 18일

내일은 결전의 날!

반드시 그에게 말을 걸 거야, 대본도 짜 놨다구?

이렇게 말을 걸면 그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겠지..?








6월 20일

어제 그를 봤다.

게다가 말도 걸었다. 게다가 전화번호도 받았다!

너무 들떠서 일기 쓰는 것마저 잊고 밤새 잠도 한숨 못 잤다.







7월 1일

요즘은 너무 행복하다.

그가 내 고백을 받아주었다.

역시, 세상에 우연이란 없나 보다.

3월 20일에, 그 환자가 사고로 죽어 민승씨가 조사를 나온 건, 말 그대로 운명이었다.

꿈에 그리던 남자와 운명적 만남! 이 얼마나 로맨틱해?


역시 난 로맨틱한 여자야.


앞으로도, 영원히.







http://r.humoruniv.com/W/fear67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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