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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



그냥걷기14

잠이 들었다는 걸 몰랐엇다

눈 떠보니까 캄캄한 이불 속이었고 이불을 들춰보니 쓰다가 그대로 펼처둔 일기장이 보였다

아.. 잠들었었네.. 몇 시지..

일기장 옆에 있던 카메라로 시간확인해보니 2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잠깐 잠 든 것도아니네.. 5시간이나 잤네.. 왜 이렇게 피곤하지..

카메라 시계보다가 갑자기 사진 찍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누운채로 잠결에 또 한번 쑈를 했다

타이머 ㄱㄱ

후다닥

낄낄 재미있네

 


















다시 잤다

꿈을 꿨다

두 개의 꿈

둘 다 개꿈이다

하나는 정말 개가 나온 개 꿈이고

하나는 그냥 현실성 없는 개꿈이다

물론 개가 나온 개 꿈 역시 현실성 없는 개꿈이다

둘 다 뒤죽박죽

먼저 첫번째 개가 나온 꿈이다

예전에 강아지 한 마리를 키운 적이 있는데

특허감인 내 무책임함과 무관심으로 강아지가 죽어버렸었다

내가 죽인 것과 다름없다

그 강아지가 나온 꿈이었다

이름은 소림이

꿈 속으로

정원으로 느껴지는 흙더미 위에서 난 소림이를 안고 있었다

그런데 어떤 실수로 인해 소림이는 머리가 잘리게 되었다

머리와 몸이 두 동강이 난 것이다

순간 나는 깜짝 놀랐지만 머리만 있어도 사는데는 지장이 없을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는 잘려나간 몸을 그대로 버려두고 머리만 가지고 그 자리에서 나왔다

핸드폰으로 동물병원을 찾으려는 잠깐의 노력을 해 봤다

노력이 아니었다

없네? 없으면 말고..뭐 설마 죽겠나 그런 식이었다

그 후 내가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누군지 모르는 아저씨에게 이상한 질문을 던지는 둥

개꿈 특유의 뒤죽박죽한 상황이 잠시 이어졌다

그리고 몇 시간인지 며칠인지 얼만큼의 시간이 지나갔고

다시 소림이를 보게 됐다

머리만 남아있는 소림이가 말라가고 있었다

아차

그 때 생각났다

머리만 있으면 살리가 없잖아

위가 없어서 먹지도 못하고 아무것도 못하잖아

후회했다

머리가 잘렸을 때 바로 병원에 가서 수술을 했어야하는데..

소림이의 잘린 몸이 있는 곳으로 다시 찾아갔다

구더기가 기어다니는 소림이의 몸은 이미 다 썩어가는 상태였다

늦었다

내가 왜 그랬었지

뒤늦게 후회를 하며 자책했다

마지막엔 내가 말라가는 머리를 안 썩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 한건지

소림이는 냉장고 안에 있었다

냉장고 문을 여니 소림이는 알 수 없는 뚱한 표정으로 눈을 깜빡이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원망하는 표정 같기도 했고

그냥 아무것도 모르는 멍한 표정 같기도 했다



다음 꿈으로 넘어갔다

비가 쏟아져서 논이 물로 가득 잠겨 있었다

나는 논에 가득 차 있는 물 빼는 일을 돕기로 했다

삽을 이용해서 물이 빠져 나갈수 있는 길을 만드는 일이었다

군용 야삽같은 삽을 쥐고선 논 주변을 살살 파내고 있었는데

농장 주인이 다가오더니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방법으로 삽질을 하라고 했다

나는 농장 주인이 말한 그 방법이 틀린 것이고 내가 하는 방법이 더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잠시 후 나는 땅을 넓게 파서 빨리 물을 빼면 좋을거라 생각했고

농장 주인의 말을 무시하고 단번에 커다란 길을 뚫었다

그러자 갑자기 물과 함께 벼들이 마치 팝콘터지듯 폭발하며 여기저기로 튀어올랐다

괜히 일 좀 도와보려다가, 괜히 내 생각대로 일 하려고 하다가 내가 논을 다 망쳐버렸다


 

눈을 떴다

찝찝했다

꽤 선명한 꿈이었다

둘다 좋은 꿈 같진 않았다

내 잘못을 다시 한번 생각나게끔하는 소림이가 나오고

안 그래도 오늘 이장님 일을 도와볼 생각이었는데 내가 일을 다 망치는 꿈이라니

뭔가 불안한 꿈들이었다




 

아침 6시 기상

이장님 댁에 몇 시에 가야되나..

지금은 너무 이른가? 주무시고 있는데 괜히 깨우면 어떡하지

근데 아침에 일 나간다고 하셨는데.. 밥 먹고 나서 하겠지?

일어나자 마자 일하는건가?

늦게 가서 못 돕게 되는건 아닐까?

일 돕긴 무슨 일을 돕겠냐고..안 도와줘도 된다고 하셨었는데

내가 늦게 찾아가버리면 아마 두 분이서 일 다하고 계실걸..

지금 가봐? 말아? 언제 가야되지?

고민의 연속

7시.. 7시면 주무시고 계실것 같지도 않고.. 그 때가 좋겠다

7시에 가보자

그 동안 어제 쓰다 만 일기를 이어썼다

그리곤 회관을 나갔다

비가 그쳤다 하늘도 꽤 맑았다

오예 비 안온다

이장님댁에 가고 있는데 마침 이장님께서도 회관쪽으로 걸어오고 계셨다

아침 먹으러 가자고 하셨다

집에 들어가니 할머니께서 벌써부터 집 옆에 있는 밭에서 일을 하고 계셨다

처음엔 안 도와줘도 된다고 말리셨지만

내가 계속 도와보겠다고 하니 허락하셨다

이장님을 부르시더니 내가 있을 때 일 다 해치우고 잊어버리자고 적극적이 되셨음

난 좋지 ㅋㅋ 잘 됐다 할 만한 일이 좀 있긴 있나 보다 

ㅍㅍ : 이걸 메고..

어? 이게 뭐지?.....

메라고 하길래 멨는데 그건 쟁기였다

사람이 끄는 쟁기가 있는 줄은 몰랐다

내가 몸에 천을 메고 앞으로 걸어가면

천과 이어진 삽같은 걸 쥐고 이장님이 따라오셨다

그러면서 땅이 파졌다

설명 능력 안습


신기하기도 했고 내가 소가 됐다는 생각에 우습기도 했다

발만 멀쩡했으면 진짜 소 비슷하게 끌어줄 수 있었을텐데..

그래도 어제 푹 쉬었고 배낭도 메지 않은 상태라서 일 하는데 무리는 없었다

그렇게 파낸 땅에 검은 비닐을 쫙 깔고선 삽을 이용해 흙으로 덮었다

이장님이랑 호흡맞춰서 하는데 내가 못해서 망치면 어쩌나 내심 불안했다

안 그래도 꿈도 안좋고..

다 해놓고 보니 망친정도는 아니었음 꽤 잘 된듯

잘했다고 말해줘서 기분 좋았음.. 별거 아니지만

여긴 나중에 배추 심을 곳이니까 이렇게만 해두면 이제 여기 일은 끝난 거라고 하셨다

그리고는 옆 줄에 무우를 심었다

할머니가 호미로 무우 심을 곳 만들어 나가시고

이장님이 무우씨를 뿌리고

나는 뿌려진 무우씨를 흙으로 덮었다

무우씨는 파란 알맹이었는데 마치 구슬 아이스크림 같았다
크기가 더 작고 타원형이었음
무우밭이 나무 바로 옆에 있어서 그런지 모기가 정말 윙윙 바글바글 거렸다....

한 열마리 넘게 계속 달려듬.... 죽자살자 달려들었음..

할머니가 몸을 비틀며 모기 때문에 불편해하고있는 날 보시곤

가서 이장님한테 약 좀 쳐달라고 하라고 하셨다

이장님한테 갔다

ㅍㅍ : 모기?

모기약을 가지고 오셨다

에프킬라였다

내 온 몸에 에프킬라를 푸쉬푸쉬 잔뜩 뿌리셨다

헐......모기약이 이건가.... 하긴 에프킬라가 모기약이지.....

살짝 당황했다 또 뭔가 웃기기도 했다

에프킬라 위력이 대단했음

그렇게 뿌리고 나니까 모기가 정말 단 한마리도 안 달려듦

주위에 모기는 많았는데 나와의 일정한 거리를 항시 유지함

오.. 내가 가지고 있는 약 보다 훨씬 좋은듯? ㅋㅋ 좋네

에프킬라 덕분에 편하게 일할 수 있었다

밭이 넓은 밭이 아니었기 때문에 일은 그리 오래하지 않았다

1~2시간 정도 하고 일이 끝났다

이제 아침 시간

또 계속 퍼주는 밥 공격에 배가 불뚝해졌다

밥 다 먹고는 커피도 타 주시고 찐 옥수수도 주셨다

옥수수... 찰옥수수?

노란 옥수수 말고 군데 군데가 까만 점박이 옥수수

어렸을 때 시장에서 이 옥수수를 보고선 노란 옥수수가 썩으면 이렇게 군데군데가 까매지는 줄 알았다

그래서 내 눈에는 썩은 옥수수로 보이는데 그걸 그대로 내다놓고 팔고 있는 광경이 아무래도 이해가 안 갔었다
근데 원래 색깔이 이런 듯ㅋ
보는 건 많이 봤었지만
먹는 건 노란 옥수수만 먹어봤었지 이거 먹는 건 처음


아침을 먹고 난 뒤 그 자리에서 가만히 앉아 쉬었다

쉬고 있으니 마을 어르신 두 분이 이장님댁에 오셨고

이장님과 할머니는 나를 아들이라며 농담도 섞어가시며 소개해주셨다

농담중에 오늘 밥값했다 라는 말도 있어서 괜히 기분이 좋았다

곧 어르신들 사이에서 최근 마을에 생긴 일에 대해 이야기가 오갔다

근데 난 그 말들의 반 이상을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었다

내 귀에는 잘 들리지도 않고..뭔가 말이 빠른 것 같기도 하고.. 사투리도 많이 나오는 것 같은데 뜻은 모르겠고..

난 안그래도 사오정인데 이 때는 특히 더 알아들을 수 없었다

난감했음..

얼만큼의 시간이 흘러가고.. 어쩌다 내 쪽으로 관심이 몰렸다

내 발을 보시곤 안타까워하시더니 그 중 한 분이

집으로 돌아가서는 운동화 한 켤레를 가지고 오셨다

신어 보라고..

헐......

난 사실 이미 여기까지 함께 해온 내 샌들을 계속 신고 걸어다니고 싶었었다
근데 이렇게 챙겨주시는 걸 어떻게 마다할 수도 없고...

받게 되면 버릴 수도 없는데.. 가지고 다니기에 짐이 될 수도 있는데..
신발이 마음에 안 들었던 건 아니었다
내게 애써 신발을 챙겨주려고 하는 그 할머니가 너무 따뜻하게 느껴지고 고마웠지만
다만 나는 내 샌들을 계속 신고 싶다는 생각이 마음에 가득했다

어떻게 거절은 못하겠고 일단 신발을 신어봤다

다행히?;; 신발이 내게 작아서 안 들어갔다

신발이 작은 걸 아시고서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셔선 더 큰 신발을 가지고 오셨다

헐.....

그 신발 역시 내 발엔 작았다

난 속으로 다행이다 싶었다

그 분에게는 단지 신발이 내 발보다 작기 때문에 못 신는거니까 서운해하지 않으실테고

나는 부담없이 계속 샌들을 신고 걸어갈 수 있게 됐으니 다행이라 생각했다
표현이 좀 이상한 것 같은데..
내 머리의 한계.....

 

 

 

 

 

 


11시 쯤인가 어르신 두 분이 이장님 댁을 나가시고

나는 한 시간정도 집안 잡일을 좀 도와드렸다

밖에 쳐 놓은 천막 정리하고 연탄 쌓고 안 쓰는 빨래줄 걷어내고

큰 일은 아니었지만 이런 자그마한 무언가라도 하고 있다는 거에 마음이 편했다




일이 끝났다

이제 점심 먹고 슬슬 출발해보라고 하셨다

젊은애들이 라면을 좋아한다고 하시며 점심은 라면을 끓여주셨다

라면 2개..

라면 2개가 그렇게 많아 보인 건 처음이었다

여행중에 그리 넉넉하게 먹고 다니진 못해서 배가 줄어든 상태? 였기도 하고

아침도 되게 많이 먹었었는데 소화 되기도 전에 점심을 먹으려니 양이 더더욱 많게 느껴졌던 것 같다

결국에 밥은 다 못 먹고 반만 말아먹었다

진짜 배가 터질 뻔했다


라면 맛이 처음 먹어보는 라면 맛이었다

삼양라면 같기도 하고...뭔가 특이한 맛이었다

 

다 먹고 앉아 좀 더 얘기를 했다

음......

대학 얘기가 나왔다

이 때도 .. 이 전에도.. 이 후에도

학생이냐는 질문은 항상 나왔었고

나는 그런 질문에 매번

학생 나이인데 대학교를 안 가서 학생은 아니에요

라고 나름 표현이 확실하다고 생각되는 한 문장으로 대답했다

대학교를 안 갔다고 하니.. 특히 나이가 많으신 분은 뭔가 더 씁쓸해하셨다

대학 안 간걸 이런데서도 느끼다니 ㅠ.ㅠ

이런 건 대학생이 해야하나 ㅠ.ㅠ

어떤 사람은 내가 대학을 안 나왔다고 하니 아예 집 나온, 가출한 것으로 보는 사람도 있었는데

서운했음...

두분 다 꼭 대학에 가라고 하셨다

걸어다니는 거 어느 정도까지만 하고 빨리 집으로 돌아가서 올해 수능을 보라고 하셨다

그리고 내년에 대학 들어가고 여자친구 만들어서 한 번 같이 놀러오라고...

또 찾아오라는 정이 느껴지는 말씀에 기분 좋기도 했고..

아직 난 어떻게 해야할지 마음을 못 잡은 상태여서

그냥 마지못해 대답만 했다

 

 

인사드리고 이장님 댁을 나왔다
정말 고맙습니다!

나오면서 받은 게 많다

라면4개 - 회사도 처음보고 이름도 처음 보는 특이한 라면 4개 시골에서만 파는 건가??
               아까 내가 먹은 라면이 이 라면인가 보다.. 어쩐지 맛이 특이하더라 
               와 라면 4개면 이틀은 먹겠다 든든하다!

찐 옥수수 2봉지 - 찐 상태라 빨리 상하니까 최대한 빨리 먹으라고 하셨다

위장약 - 돌아다니다가 혹시 배 아프면 먹으라고 주신 위장약

돈 1만원 - 마지막에.. 이야기 하시던 중에 갑자기 이장님이 주머니에서 꺼내시더니 툭 주심

 


정말.. 어제 그 막막했던 빗길에.. 오갈데 없는 나를 받아주고.. 덕분에 푹 쉬고..

조금이지만 일도 도와드리고.. 얘기도 하고.. 떠날 때는 이렇게 많이 챙겨주고..

좋은 곳에 다녀왔다는 생각에 보람도 느껴지고 기분이 좋았다



너무 기네
이제 사진 좀
마을 나와서 삼척을 목적지로 계속 걸어갔다





마을 앞에 있는 다리
건너는데 덜컹덜컹 거림..............








라면은 배낭에 꾹꾹 쑤셔넣어둔 상태라 귀찮아서 안 꺼냄
사실 사진 찍을 때 라면의 존재를 잠시 잊고 있었음









저기 어딘가 마을이









수평선 근처엔 왜 색깔이.. 신기함













옥수수밭
강원도로 넘어오니까 죄다 옥수수밭













깻잎인가 하고 찍은건데
다른 지역에서 깻잎봤을 땐 줄기가 좀 다르게 생겼었음







걸어가다보니 해수욕장이 나왔다
해수욕장 따라 계속 올라갔는데 막다른 길..
어디선가부터 길을 잘못 들었던거임..
다행히 되돌아가는데 그리 멀진 않았었고..
그래도 덕분에 시원한 바다를 보게 됐다













구름ㅋㅋ











말라 죽은 옥수수?












날아라 거미










국도도 아닌 지방 해안도로라 그런지 차가 거의 안 다님
이런데가 걸어다니기 좋음
차가 하도 안 다니길래 잠깐 중앙선에서 사진 찍어봄
찍자마자 바로 갓길로 도망 ㄱㄱ










구름이다










배 나왔다고 찰칵 ㅇㅇ













삼척에 다 와가니까 도로가 넓어짐
역시 차가 거의 안 다님











삼척 도착! 사진이 많이 어둡네










삼척역!






점심을 너무 많이 먹어 배가 불렀지만
먹으라고 준 옥수수를 썩혀서 버리는 일은 없어야 했기 때문에
걷다가 뱃 속에 조금이라도 여유가 느껴진다 싶으면 옥수수를 하나씩 먹어줬다
그렇게 먹어도 한 봉지가 남아서 삼척에 도착한 후 저녁으로 남은 한 봉지를 마무리 했다
저녁 먹고 어느 병원 앞 벤치에 앉아 쉬면서 앞으로 어떡할지를 생각해봤다
음...시간은 8시.. 잠 자기 전까지 돈을 벌어보자..
길 가는 사람에게 물어 주위에 시장,홈플러스가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ㅇㅇ 가보자
막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저 맞은 편에 음반 판매점이 보였다
오..


사고 싶은 앨범이 있었다
더더 4집
지금은 품절되서 파는 곳이 거의 없는 앨범이였다
그렇게 희귀한 줄 몰랐는데 예전에 인터넷 돌아다니다 그 사실을 알고서는
괜히 더 갖고 싶어져서
인터넷 검색엔진으로 검색해서 나오는 음반 쇼핑몰이라고는 전부 뒤져봤지만 다 품절이었다
대구에 있을 때도 .. 직접 가보진 못했지만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서 물어보니
다 없다고 하고 아마 다른 곳에도 없을거라고 했다
이번에 이렇게 걸어다니다가 혹시 음반점을 지나가게 되면
혹시 모르니까 중간에 들러서 한번씩 물어보자는 생각을 했었었다
드디어 음반점을 지나치게 되었다
집에서 출발 한 지 꽤 시간이 지나고 여러지역도 지나왔는데
내가 그 동안 이 음악씨디 생각을 잠시 잊고 있어서 음반점이 있었는데도 내가 모르고 그냥 지나친건지 
아니면 정말 내가 지나쳐 오는 길에 음반점이 하나도 없었던 건지 확실하게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삼척에 도착해서 본 음반점이 내가 인식한 첫 번째의 음반점이었다
뭐..아마 안 팔겠지만 혹시 모르니까 물어나 보자

ㅇㅇ : 안녕하세요 저기.. 좀 오래 된건데 혹시 더더4집이라는 앨범 있어요?

주인인줄 알고 물어봤는데 그 사람은 손님이었고
손님이라고 생각했던 분이 앞으로 나와서는 나를 맞아주셨다

ㅍㅍ : 더더 4집..

잔뜩 진열되어있는 씨디들 앞쪽으로 가서 이리저리 살펴보고 더듬더듬 하시더니 한 장 꺼내셨다

ㅇㅇ : ( 3집 이겠지? 3집은 많던데..3집을 착각하고 있는거겠지    
            ㅍㅍ : 어 3집이네요 죄송합니다 4집은 없네요    이러겠지? )

한 장 뽑아 내 앞에 툭 내민건 4집이었다
헉!!!!!!!!!!!!!!!!!!!
뭐지??
이거 분명 안 파는 거랬는데..
뭐지....진짜 4집이다
그렇게 기대 안하고 들어온거였는데..
처음 눈에 띄인 음반점에서 한 번만에 이걸 사게되다니....
난 절대 이거 못 살 줄 알았는데...그냥 혼자 헛 기대 하다 끝날줄 알았는데..
4집을 사다니!!


태어나서 처음 사 본 음악cd다
음악에도 그리 관심이 없었는데 최근에 좀 관심이 생겨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앨범은 꼭 시디로 사 보자는 생각이 들고 있었다
이 여행이 끝나면 나도 한 장 한 장씩 내가 좋아하는 음악 씨디를 사보자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쩌다보니 내가 좋아하기도 하고, 그리고 희귀하다고 해서 더 갖고 싶어했던 이 더더4집을 살 수 있게 되었다 




만약
혹시라도 정말 돌아다니다가 내가 이 앨범을 사게 될 일이 온다면
그땐 여행경비 외의 돈으로 살까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막상 살 수 있는 상황이 오게 되니까
이걸 살 수 있게 된 게 다 여행 덕분이고..
어쩌다보니 내가 여길 지나치게 되었고..
돈이 이제 거의 없었는데 ( 330원 )
하필 봉화에서 얻은 안쓰기로 했던 1만원과
그리고 때 마침 오늘 마을에서 나오다가 받게 된 1만원
2만원
이렇게 2만원이 내게 남아있는 것도 왠지 이 시디를 사기 위한 돈이라 생각이 되어 이 돈을 쓰기로 했다


내가 봉화에서 얻은 4만원을 지금 다 써버렸었다면..
내가 봉화에서 3만원을 얻어서 지금 남은 돈이 아예 없었더라면..
내가 어제 그 마을에 들어가지 않았더라면..
하필 이장님께서 돈을 주시다니.. 이장님께서 돈을 주시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가진 돈이 330원뿐이었다면..
돈을 갖게 되지 않았더라면 왠지 여기로 올 일도 없었을 것 같고..
돈이 있는 이유가 다 씨디를 사라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우연히 이렇게 앨범을 살 상황이 오게 됐는데
어떻게 딱 앨범을 살만 한 돈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뭐라고하는거지....
아무튼 난 정말 놀라웠었음


시디를 샀다
보자마자 깜짝 놀라서 아주 대놓고 좋아하는 티를 팍팍냈다
ㅇㅇ : ????????????????
          ????????????????
          어 4집!!!!!  4집이네!!
          기념으로 당장 사진이라도 찍어야 될 것 같아요!!









더더4집을 획득함
기분 정말 좋았음







음반점을 나왔다
시디를 계속 가지고 다닐 순 없었다
갖고 다니다가 혹시 깨 먹거나 잃어버리기라도 하면?
그래서 집에 보내기로 했다
집에 보내려면 택배비가 있어야지.. 돈 벌 곳을 찾아다녔다
근데 마땅한 곳이 보이지 않았다
시내에 가봐도.. 없고
홈플러스에 가서 혹시라도 잠깐 할일 없냐고 물어봤지만
당연히 없지..
시장에 가보니까 시간이 늦어서 그런지 사람도 없고.. 시장 자체도 작고..
그래서 포기했다
찜질방이 한 곳 있길래 청소해준다고 하며 한 번 들이대봤지만..
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고해서 거절당했다


또 헤매는 꼴이 되었다
시장,시내를 빙빙 돌아다녔다
삼척시내에서 보도블럭 다시 까는 공사를 하고 있었는데
오늘 어떻게든 여기서 잠을 해결하고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공사장에 돈을 벌 수 있는지 한 번 부탁해보기로 했다


잠자리를 구하기 전에 할 일이 하나 있었다
역시 나만의 개떡같은 걱정이었지만
이렇게 돌아다니다가 혹시라도 깡패를 만나면 깡패가 뭘 뺏아가도 하필 내 더더4집을 뺏아갈 것 같고..
혹시 아무데서나 자고 있는데 누가 나를 발견하고서는 힘들게 구한 내 더더4집을 훔쳐갈 것 같고...
불안에서 배낭에 넣어서 배낭 못 훔쳐가게 머리에 베고 잤는데 재수없게 머리에 눌리는 힘에 내 더더4집이 안에서 부서질 것 같고..
그런 지나고보면 가짢기만 한 걱정들이 당시에는 내 머리속을 꽉 채우고 있었고
그래서 씨디를 홈플러스 입구에 있는 물품보관함에 넣어버렸다








분명 물건 넣어놨는데 혹시라도 내일 아침에 없어지는 일이 생길까봐 증거를 남김





이제 빨리 잠잘 곳을 찾아서 최대한 일찍 자자
그리고 내일 아침 일찍 공사장에 나가 잠시 일을 해서 돈을 벌고
9시에 홈플러스 문 열면 바로 씨디 찾아서 택배보내고 동해를 향해 출발!!
완벽하다!! 그레이트!
내 계획이었다




잠 자리를 찾자
어디서 자나...여기저기 헤매다가
불이 꺼져 있고 밤에는 아예 텅 비어있을 것 같은 상가건물을 하나 발견했다
복도가 그렇게 더럽지도 않고..사람 올 일도 없을 것 같아 여기서 자기로 했다
근데 막상 누워서 자려고 하니까....
춥기도 했고
진짜 불안했음...
자는데 누가 갑자기 나타나서 찌를 것 같고...
너무 무서웠음....
















수첩의 일부
2009.8.13  23 : 20
6시간만 버티자
아무일 없기를
아무래도 이건 너무 위험하다
무섭다 불안하다
나는 왜 이 짓을 하고 있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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