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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2118 추천 수 1 댓글 4

전편을 읽어보니.. 참 재미없게도 썼더군요. -_- 도대체 어느 대목에서 무서운거니.. 하지만, 자신이 겪고나서 후에 생각해보면..

이번엔 시간을 두고 잘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기억의 조각을 마추어 제대로..

 

그 재떨이 일이 있기 전에 두서너달 전 일입니다.

 

그 고시원에는 당시에 고등학생들도 머물렀습니다. 저의 경우는 친구들 멀리 하려고 일부러 서울을 벗어나서 의정부에 간거지만

고시원에 있는 학생들은 집이 멀거나 정말 공부 열심히 하려고 하는 애들이 많았지요.

그 애들하고 금방 친해지더라구요. 모르는 걸 서로 물어보고 맨날 밤에 몰래 방에 델고와서 소주나 한잔씩 하고 ㅋㅋ

그런 생활을 하던 시절이었습니다.

 

당시에 고시원 총무를 보던 윤이라는 성을 지닌 사람(실명공개는 안하겠습니다. 이름도 기억안나지만..)과 저 그리고, 두명의

여학생이 자그마한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공부를 했습니다. 윤총무는 행정고시를 매번 떨어지는 노총각이었고 저야 재수생,

두 여학생은 공부는 잘해야겠고 집은 싫고 해서 떠난 아이들이었지요. 저는 학원을 등록하기 전 일입니다.

 

여하튼 그런 때였는데 어느날 공부모임중에 고시원 뒷길로 한참 가다보면 나오는 묘지들 지나 있는  허름한 구멍가게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담배사러 자주 가던 곳이었고 무엇보다 근처가 소나무들이 너무 멋있게 자라있어서 자주

산책하던 곳이었지요. 대화를 쓸때는 간단하게 쓰겠습니다.

 

"오빠. 나 저번에 담배사러 갔는데 거기 초상났더라?"

"초상? 엥? 뭐야 그 할머니 돌아가셨어?"

"그 집 손녀가 일하더라구. 누가 말하는거 들었는데 그 할머니 돌아가셨데."

"누가 그래. 어제도 봤구만. 흐음.. 손녀가 있었어? 이런.. 누가 그러냐 할머니 돌아가셧다고"

 

이런 대화중에 윤총무란 사람이 말을 하더군요.

 

"그 가게에 어제 후레쉬 빳데리(?) 사러 갔는데 초상났으면 나도 봤을텐데 난 모르겠다."

"총무님 그걸 왜 몰라요. 그저께 밤에 갔는데 그 무슨 등이라고 하지? 상났을 때 다는 등.. 그게 달려있고 사람들 모여있던데."

 

전 '뭐라는 거야. 이 사람들이..' 라고 생각했지요.

 

"야. 너 또 어디서 이상한 소문들은거지. 얘네는 저기가선 강아지 이야기 듣고 여기와선 늑대얘기로 변하더라."

"그런가; 에그 ㅋㅋㅋ"

"음. 잘못 들었나?

 

"어제 할머니가 콜라주시던데 ㅋㅋ. 공부 열심히 하래. 좋다구나 하고 낼름 받아 마셨지."

"아 뭐야. 나만 미워해 그 할머니. 째려보기만 하고."

"아냐 나도 싫어. 그 할머니 무서워."

"얘들아.. 너희 맨날 거기서 담배사가는데 어떤 할머니가 좋아하니.. 내가 할머니라도 싫어하겠다."

 

그렇게 그날 모임은 공부를 마저 하고 해산했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 일이 생겼지요.

담배와 소주, 맥주등을 사러 가는데 마침 한 남학생이 빵사러 간다고 해서 같이 가게 되었습니다.

그 남학생은 고2로 인기가 참 많았습니다. 지금 말로 엄친아지요..

그 학생과 이런 저런 이야길 하며 걷는데 갑자기 어느 곳부턴가 그 학생이 발밑만 보면서 이상한 걸음걸이를 걷더군요.

마치 뭔가 선이라도 그려져 있는 것처럼 그 선만 밟고 가려는 것처럼 말이죠.

 

"뭐하냐? 밤길에, 산길에 그렇게 걸으면 다리 쥐나겠다.."

"형.. 이거 효능이 좋아 ^^"

 

그렇게 말하며 웃는 녀석의 얼굴이 달빛에 빛났습니다. 뭐야.. 반하는거야?

 

"형 다와가?"

"응? 아니 조금 더 남아.. 야 니가 보면 알지. 너 여기 모르냐? 자주 왔었잖아 너도."

"밤에는 와본 적이 없어서.."

"아 저길 봐봐 저~어기 간판 어릿어릿 보이지? ..야 보라니까. 땅만 보고걷냐."

"형 전나무 지나왔어?"

"..내가 식물학자냐 산림경비대냐. 아님 드루이드냐.. 내가 전나무가 뭔지 어케알어.. 여기 죄다 소나무아니었냐?"

"형 음.. 그래! 벚나무 지나왔어?"

"그 벚꽃날렸던 그 나무? 그건.. 어디 보자. 엉 지나왔다. 왜?"

"아.. 됐어. 하하 아무것도 아니야."

 

녀석은 그때서야 고갤 들어 웃어보였습니다. 콧잔등에 맺힌 땀이 달빛에 반짝였습니다. 덥긴 더운 날씨였으니까..

그때부터 녀석이 말수가 많아졌습니다. 뭐 자기는 국내 대기업 입사가 소원이지만 집안에선 공무원을 가라고

한다는 둥. 저와는 동떨어진 꿈을 꾸는 녀석이지만 그래도 귀여운 녀석이었기에 적당히 맞장구 쳐주면서 가게근처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제 왼손목을 누가 잡는 것입니다. 손을 보니 그녀석이 고개를 숙이고는 제 손목을 잡고 서있는 것입니다.

어떻게 사람목이 저렇게까지 숙여지지 할 정도로 깊숙히 숙이고 있더군요.

 

"..야.. 뭐해."

"형.. 가지말자. 돌아가자.. 형.."

 

순간 엥.. 하면서 그 애를 보았습니다. '녀석 왜 떨고 있어.. 혹시.?'

전 주위를 빙 둘러보았습니다. 어디서 담뱃불이라도 보이는건가. 아니면 큰개라도 있다던가 찾으면서요.

동네엔 그런일을 할만한 아이들은 없었지만 서울에서 온 전 경험이란게 있으니 일단 삥뜯으려는 애들이 있나 봤던거지요.

그런데 그런 건 없었습니다. 그저 불켜진 가게앞에 그 할머니가 돗자리를 펴놓고 앉아서 부채질 하는 모습만 봤지요.

그 할머니는 우리쪽을 보고 있었습니다. 인자한 웃음을 항상 띄고 있으신 분이셨어요.

 

"형.. 부탁할께. 그냥 가자.."

"아.. 뭐야. 살건 사고 가자. 나 담배떨어져서 그냥 갈 수 없어. 어서 가자. 뭐야 왜그래?"

"형.. 손님이.. 있긴 하지? 내가 잘 못봐서 그러는데.. 두.. 명이야? 세명? 한명이었나?"

"아이 진짜. 뭔 개소리야. 손님이 어딨어 너랑 나뿐인데. 할머니만 계시잖아."

"그.. 그래. 그렇지. 어.. 형.. 형만.. 아니다. 형 그냥 가지마. 형."

"야 너 미쳤냐? 담배 사야한다고~ 뭐야 왜 그래. 말을 해 말을. 아 답답해."

"형.."

 

전 갑자기 짜증이 나기 시작했던걸로 기억됩니다. 그래서 매정하게 그 손을 떼버리고 궁시렁(뭐라 그랬는진 기억이 없는..) 거리며

가게에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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