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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2011.07.10 22:47

껌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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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봐요. 지금 보일지 모르겠지만.”



내가 말 했다. 

눈 앞에 보이는 양주임의 입가가 유난히 실룩거리고 있었다.



“지금 빨리 잠그지 않으면...”



“후우, 문이 워낙에 낡아서... 엿같네. 정말.”



그가 계속해서 말했다.



“돌리기만 하면 돼요. 조금만 더.”



대체 아까부터 그놈의 조금만을 몇 번이나 말 하는 건가. 

이제 괴물이 손만 뻗으면 모든 게 끝날 지경이었다. 



-스르륵, 쿵



괴물이 문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리 빠르진 않았지만 워낙 가까운 거리였다. 

거기에 공교롭게도 양주임의 얼굴이 내 얼굴과 거의 비슷한 높이였다. 

그러니까 시야 전체를 양주임의 얼굴이 차지하기 시작했단 말이다. 

몇 가닥 있는 흰 머리와, 땀구멍까지 보일 거리가 되자 더 이상 참기 힘들었다. 

나는 고개를 최대한 뒤로 빼고, 가능하면 눈은 마주치고 싶지 않아 시선을 내렸다.



-우쉬위우후위휘



괴물이 소리를 냈다. 

그리고 가슴팍에 붙어있던 손을 앞으로 내민다. 

나는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다. 



-콰앙!!



-철컥



두 가지 소리가 거의 동시에 들려왔다. 



-콰앙! 콰앙!



그리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연달아 들려왔다. 



“후아. 진땀 뺐네요. 한 번 잠그기가 이렇게 어려워서야...”



그가 까치발을 풀면서 말했다. 

그리고 나도 손에 넣었던 힘을 풀었다. 



“돌아가면 당장 이것부터 보고해야겠군.”



그는 문 너머에 괴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아. 저 괴물들 말인가요?”



나는 문 위쪽에 잠금 장치를 보고 있었다.



“아니. 이 엿 같은 문 말이에요.”



내 말에 그가 "훗"하는 소리를 낸다. 

그리고 책상 쪽으로 가나 싶더니 의자 두 개를 집어 들고 돌아왔다.



“이 문, 안심할 수 없어요. 우선 이 의자들로 막아놓고 같이 책상을 끌고 오죠.”



그가 바퀴가 달린 낡은 사무용의자를 문 앞에 눕혀 놓았다. 



-위휘시위시후이



괴물의 소리가 또다시 들려온다.



-콰앙! 콰앙!!



아까보다 더 큰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문이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서둘러요! 3층도 이런 식으로 당했다고요!”



그가 그렇게 말 하며 문에서 가장 가까운 책상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한 쪽 끝을 잡고는 나에게 소리쳤다.



“어서 반대쪽을 잡으세요. 이것만 막아놔도 안심할 수 있을 거예요.”



달려가서 그가 하라는 대로 책상의 끝 부분을 붙잡았다. 

그와 마주선 자세가 되었다.



“셋 하면 들어요. 자 하나, 두울, 셋!”



“으읍...”



엄청나게 무거웠다. 

결국 지면에서 5센치도 못 든 채 문으로 움직여야했다. 



-콰앙!! 



두드리는 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저 의자들 좀 치워주세요. 여기서는 손으로 밀어서 붙이죠.”



아까 놓아두었던 의자를 치우라는 말 같다. 

책상을 내리자마자 재빨리 의자로 달려갔다. 

의자를 옆으로 빼면서 힐끗 문 쪽을 쳐다보았다. 

재수 없게 또 다시 양주임과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젠장. 의자 다 뺐으니까 어서 밀라고!”



그가 고개를 몇 번 끄덕이고 힘을 주기 시작했다. 



-드르르르르륵



책상이 천천히 앞으로 움직였다. 

나도 재빨리 그의 옆에 붙어 함께 책상을 밀었다.



-드르르르 쿠웅.



그리고 문 앞에 책상을 붙이는데 성공했다.



-콰앙! 콰앙!



여전히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쉽게 뚫지는 못할 것이다. 

그만큼 책상이 견고해 보였기 때문이다. 

잠시 거친 숨을 고르며 멍하니 문 밖을 쳐다보았다. 

이게 꿈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함께 서 있던 그가 담배를 하나 꺼내 입에 물었다. 



“흐읍... 푸후...”



길게 빨은 만큼 길게 내뱉는다. 

그리고는 그 자리에 털썩하니 주저 않는다.



“대리님. 한 대 피실래요?”



폐암으로 돌아가신 아버지 덕에 담배와는 예 저녁부터 인연을 끊고 살아왔다. 

게다가 미식가인 나에게 담배는 어울리지 않는다. 

껌이라면 모를까.



“아, 괜찮아.”



대답하면서 자리에 앉았다. 

긴장이 풀리자 머리에 두통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몸이 떨리고, 열도 나는 것 같다. 

아마 단물이 다 빠지지 않은 껌을 억지로 뱉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남은 껌도 없으니 정말 큰일이었다.



“괜찮으세요? 아. 잠깐만요.”



그가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엄지손가락 한 마디정도 크기의 울퉁불퉁한 덩어리를 꺼냈다. 

그리고는 씨익 웃으며 그것을 나에게 건 낸다.



“이거 씹으세요. 조금 괜찮아 질 거예요.”



얼떨결에 그 덩어리를 받았다. 

자세히 보니 웬 털 같은 것들이 숭숭 나 있다. 

입에 넣기 상당히 부담스러운 물건이었다.



“그래 뵈도 껌이랍니다. 맛은 별로 없지만. 어서 씹으세요, 몸부터 챙기셔야죠.”



정신 차리기 힘들 정도로 두통이 심해지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눈 딱 감고 그 덩어리를 입에 넣었다. 



-아그작.



단물이 흘러나온다. 

그런데 조금 비릿하다. 

하지만 역겨울 정도는 아니어서 무시하고 씹을수 있었다.



“어때요. 조금 괜찮아졌죠? 저도 그것 때문에 고생 엄청 했죠.”



묵묵히 덩어리, 아니 껌을 씹었다. 

다행히 몸이 괜찮아지고 있었다.



“그나저나 우리가 어디서 봤었지?”



불현듯 내가 말을 놓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외모만으로 보면 내 나이가 위일 것 같았지만, 그래도 초면이라면 실례가 되는 부분이다.



“아, 대리님. 저 기억 못 하시는구나. 기억 안 나세요. 오티 때?”



입사한 지 5년이 되었으니 총 다섯 번의 오티에 참가한 기억이 있다. 

재수 없게 그 때마다 장기자랑의 사회는 꼭 내가 보았었다. 

두 번째 까지는 순전히 제비 뽑기였는데, 

세 번째부터는 하던 사람이 해야 재미있다는 말도 안 되는 억지 때문에 하게 되었다. 

말솜씨가 좋거나 나서기를 좋아하는 성격도 아니어서, 매 해 오티 시즌이 되면 신입사원들 보다 더 긴장하곤 했었다.



“언제 적 오티를 말 하는 거야?”



“아, 올해요. 기억 안 나세요? 저 필승 불러서 1등 먹었는데.” 



“필승... 아! 김, 필...중? 맞나?”



필승이란 말에 갑자기 기억이 났다. 



“하하하. 맞습니다.”



자신의 이름과 비슷한 노래를 하겠대서 곡명을 물어봤더니, 

“필승이요” 라고 대답했던 것이 기억난다. 

심하게 망가지며 열창을 했던 터라 모두가 필중이 1등을 할 거라 생각했고, 

결과도 그렇게 되었다.



“오랜만에 보네 정말. 자네도 이쪽으로 출장 나온 건가?”



내 말에 필중이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아뇨. 저는 원래 근무지가 여기에요.”



“그래? 어쩌다가 강원도로 배정받았어?”



필중이 담배를 한 모금 더 빨았다. 

그리고 시선은 문 밖의 괴물에게로 돌렸다.



“뭐. 그렇게 됐습니다. 실력이 없던 탓이죠. 동기 중에는 벌써 주임 단 애도 있는데...”



말끝을 흐렸다. 

평소 같았으면 측은한 마음이 들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더 이상 이런 대화를 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었다. 

문 밖에는 여전히 괴물이 문을 두드리고 있었고, 나에게는 이 상황이 낯설기만 했다.



“그건 그렇고,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후배 직원 앞이라 그런지, 덤덤하게 말하고 있는 내 자신이 놀라웠다. 

속마음은 당장이라도 미칠 것 같은데 말이다. 



“저도 정확히는 몰라요. 원래 제 부서는 3층이니까요.”



4층은 기획부, 3층은 영업부였다. 

하긴 장기자랑 때를 생각하면 영업 쪽이 더 어울리는 것 같긴 하다.



“1층에서 뭔가 이상한 거 보지 않았어요?”



1층이라. 

계단 쪽에 있던 괴상한 덩어리들이 생각난다.



“봤지. 이상한 덩어리들 말하는 거지?”



필중이 고개를 끄덕였다. 



-콰앙!!



그리고 지금까지 중 가장 큰 소리가 문에서 들렸다. 

괴물의 흥분상태가 절정에 다다른 모양이었다. 

그래도 강화유리니 쉽게 깨지는 못 하겠지만. 


소리에 반응하느라 필중은 잠시 말을 멈추고 있었다. 



“어이 어이. 계속 말 해봐.”



“아, 아. 죄송해요. 근데 저 새끼 제법 끈질기네요.”



필중이 이제 꽁초가 다 된 담배를 한 모금 더 빨았다.



“후우... 그거, 오부장님이에요.”



“뭐?”



순간 감을 잡을 수 없었다. 



“뭐가 오부장님이라고?”



“그 덩어리들이 오부장님이라고요.”



“대체 무슨 말이야... 덩어리가 오부장님이라니?”



상식 밖의 이야기어서 도무지 이해가 불가능했다. 



“좀 더 쉽게 말 해봐.”



필중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받았다.



“그러니까, 저는 정말 재수가 없었죠. 바로 앞에서 그 모습을 봤으니까요.”



필중이 담배를 바닥에 문지르며 담뱃불을 껐다.



“터졌어요. 콰앙~ 하면서. 대단했죠 정말. 여직원들은 기겁해서 소리를 지르고.”



“그게 대체 무슨...”



“껌 때문이래요. 오주임 그 재수 없는 인간 말로는요.”



오주임에게 별로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덩어리는 오부장의 산산조각 난 몸이에요. 시뻘건 건 핏덩이고, 길쭉한 건 내장이죠.”



소름이 끼쳐왔다. 

손과 발에 닿았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거기에 여전히 내 신발 바닥에는 시뻘건 잔해가 붙어있었다. 

이게 오부장의 피란 말인가?



“이, 이해가 안 돼. 피는 액체잖아. 어떻게 그런 덩어리가 된단 말이야? 마치 껌처럼 물컹거리고 끈적거렸는데.”



“말 그대로 껌이니까요.”



순간 말문이 막혔다.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지만 묘하게 머릿속에 뭔가가 정리 되고 있었다.


괴물로 변한 양주임과, 이주임. 그리고 몸이 폭발한 오부장. 

이들의 공통점은 한가지였다. 

바로 그 껌을 씹었다는 것. 

그리고 바로 떠오른 것이 그 구멍가게 주인의 말이었다.






-명심해야 돼. 절대 삼키면 안 된다






“껌...을...삼켰겠지.”



“저 대리님?”



왠지 내 모습이 이상해 보였는지 필중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어. 아냐. 계속 말 해봐.”



필중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계속했다. 



“아, 예. 오부장님이 그렇게 되고나서 직원들은 거의 패닉상태에 빠졌어요. 저 또한 어찌할 바를 모르고 

허둥거렸죠. 그 때 오주임이 나타나 모두에게 소리쳤어요.”



“그 새끼가 뭐라고?”



“경찰에 신고했으니 진정들 하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그 광경을 본 많은 사람들이 밖으로 나가버렸어요. 

대부분이 1층, 2층 사람들이었죠.”



필중이 계속 말을 이었다.



“걔 중에는 저와 같이 그냥 사무실로 돌아간 사람들도 있었어요. 미친 짓이었죠.”



“그게 언제 일어난 거야?”



필중이 잠시 생각하는 표정을 짓는다.



“아, 그게, 어제 오전인데 음. 한 열 시정도였을 거예요.”



그래서 전화를 그렇게 안 받은 건가?



“그래서 경찰은 왔어?”



“아니요. 안 왔어요. 오주임이 경찰을 불렀다는 말은 거짓말이었거든요.”



-우쉬위무이휘취



괴물의 소리가 들린다. 

언제부턴가 문을 두드리는 것은 그만두고 있었다. 

대신, 문에 찰싹 달라붙어서 끈적끈적해 보이는 몸을 비비고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됐어, 그 후엔?” 



필중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4층 사람들이 뭔가 이상하다는 말이 들리긴 했는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죠. 그리고는 뭐, 보시는 그대

롭니다. 저렇게 생긴 놈들이 나타났죠.”



나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만약 내 예상이 맞다면 이 일에 대한 책임은 나에게도 있었다. 

필중이 나를 잠시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 



“그런데 대리님은 어떻게 껌을 씹게 되셨나요?”



필중의 말에 나도 모르게 당황을 했다.

뭔가 캥기는 생각을 해서 그런 모양이다.



“아, 아니, 뭐 어쩌다보니... 그러는 넌?”



대답이 애매해서 그런지 필중이 고개를 갸웃 거린다.



“저는 오주임에게 받았어요. 저 말고도 대부분이 오주임에게 받았죠.” 



“대부분이라고?”



“예 맞아요. 대부분이요. 그리고 대부분이 껌 때문에 고생을 했죠. 아까 대리님처럼요.”



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오주임에게 껌이 떨어진 것은 분명히 두 눈으로 확인했던 일인데.



“오주임, 오주임은 어떻게 됐어?”



“글쎄요. 마지막으로 본 건 오늘 새벽이에요. 그 때는 괴물들에게 무슨 얘기를 하고 있었어요.”



뭔가 말이 안 맞는 게 있었다. 



“괴물들에게 얘기를 했다고? 오주임은 괴물이 되지 않은 거야?”



“예? 아 예. 4층 사람들 모두가 괴물이 된 건 아니니까요.”



이상하단 생각을 하고 나니, 그런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우선 내 예상은 껌을 삼킨 사람이 괴물이 된다는 거였다. 



그런데 왜 오주임은 괴물이 되지 않은 걸까? 

그리고 오부장은 왜 괴물이 되지 않고 폭발을 한 거지? 

그리고 오주임은 왜 괴물에게 당하지 않은 걸까? 

그리고 필중이 나에게 준 껌은 대체 어디서 난 걸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이 머릿속에서 증폭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모든 것이 껌에서 비롯되었다는 것 말이다. 

“너 대체 껌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 거야?”



내가 아는 껌과 필중이 아는 껌이 서로 다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지금 씹고 있는 껌은 처음에 내가 아는 그 껌이 아니었다. 

모양새도 그렇고, 맛도 그랬다. 

다만 씹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특유의 중독성은 닮았다. 

대체 어떻게 이 껌을 구하게 된 것일까?



“글쎄요. 씹지 않고 있으면 무척 괴롭다는 정도?”



필중이 말했다. 



“오부장님이 껌으로 변했다는 건 무슨 말이었어?”



하나씩 의문을 풀어나가야 한다. 

그런 면에서 오부장의 일은 단연코 미스테리였다. 

현재로서 가장 이치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이치를 따질 상황은 전혀 아니었지만.



“그거야 지금 씹고 계시니 알 거 아닙니까.”



순간 턱의 움직임이 멈췄다. 



“뭐... 라고?”



필중이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엑? 껌에 대해서 잘 아는 거 아니었어요?”



대체 무슨 말을 지껄이고 있는 건가. 

지금 내가 씹고 있는 껌이 오부장이라도 된다는 건가?



“이 껌 정체가 뭐야?”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예상이 틀리기만을 간절히 바랄 뿐이다.



“오부장님이에요. 아마 허벅지 부분일 거예요.”



“퉤!!”



필중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껌을 뱉어버렸다. 



“씨팔. 왠지 비리다고 생각했는데, 그럼 내가 생살을 씹어대고 있었다는 거야?”



필중은 여전히 의아한 표정이었다. 

새삼 왜 이러냐는 듯 했다.



“전혀 모르는 것처럼 하시니 당황스럽네요.”



“내가 이 껌이 오부장인 걸 어떻게 알겠어. 나는 오부장이 그렇게 변한지도 몰랐는데!”



그렇게 말 하며 바닥에다 마른침을 연신 뱉어냈다. 

점점 역겨운 기분이 올라왔다.



“아. 그럼 아까 씹던 껌은 어디서 구하신거죠? 다른 껌인가요?”



필중이 알고 있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짐작이 갔다. 

내가 맨 처음 가져왔던 껌에 대해 필중은 모르는 게 분명했다. 

껌을 삼키지 말라고 했던 경고도, 그 음식점 주인의 괴상한 말조차도 말이다.



“우선 내가 하는 말을 잘 듣고, 나머지 아는 것들을 내게 말 해줘. 잘 들어야 해.”



“예? 아 예. 알겠어요.” 



이제 내가 아는 것들을 말할 차례다. 

그래봐야 그 곳에서의 짧은 체험담에 불과하지만.



......



......



-콰앙! 콰앙!!



잠자코 있던 괴물이 또 다시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 나도 이야기를 끝내고 있었다.



“내 예상은 그래. 삼키지 말란 말을 무시하고 삼켰기 때문에 지금 저렇게 변한거지.”



필중은 잔뜩 표정이 굳어있는 상태였다. 



“그럼 대리님과 오주임이 가져오신 껌이 문제가 된 거군요?”



싸늘한 말투였다. 

하지만 이 정도는 감수할 작정으로 꺼낸 말이었다.



“내 탓이 없다고는 못 하지만, 정확히는 오주임이 다른 사람들에게 껌을 주었기 때문이지.”



“그 껌은 제가 드린 것 하고 다른가요?”



그 껌을 떠올려봤다. 

그 넘치도록 흐르던 단물과, 삼키고 싶은 욕망이 간절해지는 식감, 계속해서 씹게 만드는 엄청난 중독성 등등. 

생각만으로도 군침이 흘렀다. 

모양 또한 시중에서 파는 껌과 비슷했다. 

그런 점에서 필중이 줬던 껌과는 여러모로 다른 점이 많았다. 

중독성만 빼고 말이다.



“다르지 엄청. 자 이제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겠지?”



필중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믿기 힘들지만 지금으로선 가장 그럴싸하네요.”



여전히 거슬리는 말투였다. 

어쨌든 껌을 삼켜서 괴물이 되었을 거라는 나의 말에 수긍은 한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의문은, 오주임도 껌을 삼켰는데 왜 괴물로 변하지 않았냐는 거지.”



내 말을 들은 필중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음. 그러네요. 오주임도 삼켰다면 뭔가 변화가 있어야 맞는...”



말하던 중 필중의 표정이 갑자기 변한다.



“아. 그러고 보니 조금 이상한 점이 있었어요.”



“뭔데?”



필중이 침을 한 번 꿀꺽 삼킨다.



“다른 사람들도 그랬는지는 모르겠어요. 오주임을 빼고 나머지 4층 사람들은 괴물이 된 것만 봤으니까.”



내가 대답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러니까 오주임 팔에, 뭔가 뜯긴 자국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식으로 구멍이 숭숭 나 있었어요.”



“......”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비슷한 모습을 어디선가 봤던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그, 그리고 또?”



“예? 음... 일단 그게 다에요.”



“아니, 괴물에게 얘기를 했다는 건 어떻게 된 거야. 사람을 습격하는 것 아니었어?”



사실 가장 큰 의문은 이것이었다. 

오주임은 대체 무슨 수로 괴물과 이야기를 했다는 건가. 

다른 동료들의 얼굴이 붙어 있지만 이성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 볼 수 없는 그야말로 괴물과 말이다. 

잠시 뜸을 들이던 필중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음. 글쎄요. 저는 단순히 같은 4층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하지만 원하던 대답은 들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아 그러면 오부장...윽...”



갑자기 두통이 몰려왔다. 

껌을 뱉었던 탓일 것이다. 



“아. 거봐요 대리님. 비위 상하는 건 이해하겠는데, 그런 것 따질 때가 아니라고요.”



필중이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예의 그 덩어리를 하나 또 꺼냈다. 

다른 게 있다면 이번엔 시뻘겋다는 점이었다.



“제가 씹으려고 남겨둔 건데 대리님 드릴게요. 맛이 아까보단 나을 거예요.”



이제 껌이라고 부르기도 싫었다. 

시뻘건 덩어리. 

아까전의 말대로라면 오부장의 피가 아닌가? 

살점도 비위가 상해 뱉어버렸는데, 지금 핏덩이를 내 입에 집어넣으라는 얘긴가? 

두통은 점점 심해지고 있었다.



“으... 너는 비위도 안상해?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게 씹으란 말을 하는 거야?”



필중이 억지로 내 손을 펴 그 덩어리를 올려놓았다. 



“대리님이 뭘 모르셔서 그래요. 선입견을 버리면 그렇게 이상한 맛도 아니에요. 평범하죠.”



필중이 계속 말을 이었다.



“물론 저도 처음엔 꺼려했어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살고 싶으면 씹어야 하는데.”



손에 놓인 덩어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 시뻘건 덩어리는 정말 백 번 양보해도 혐오스럽기 그지없었다. 

피라는 걸 몰라도 말이다.



“이걸 씹지 않으면 죽기라도 한단 말이야?”



귀에서 우웅 하는 소리가 들린다. 

두통과 오한이 더 심해진 느낌이었다.



“맞아요. 그러니까 어서 씹으세요.”



“뭐? 죽는다고? 으으윽...”



필중의 표정이 아까보다 더 굳은 것 같다.



“눈앞에서 더 이상 사람 죽는 거 보고 싶지 않아요. 어서 입에 넣어요!”



필중의 닦달에도 나는 감히 이 덩어리를 입에 넣지 못 하고 있었다. 

나는 말 그대로 미식가다. 

이런 것을 입에 넣었다간 아마 제정신으로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후우... 고집하고는. 힘으로라도 해야겠군요.”



필중이 말하면서 내게로 다가왔다. 

그리고 내 손에든 덩어리를 빼앗아 난폭하게 내 입을 벌렸다. 



“윽, 으으윽 이게 무..우읍..”



그리고 태 턱과 머리를 붙잡고 강제적인 상하운동을 시키고 시작했다. 

어떻게든 씹지 않으려고 혀로 이리저리 굴려봤지만 결국 어금니 사이에 정확하게 껌이 걸리고 만다. 



-아그작



단 한 번 씹었을 뿐인데 엄청난 양의 단물이 쏟아져 나온다. 

물론 이것은 다 피겠지.



“흡, 어때요. 막상 흡, 씹어보니 흡, 괜찮죠?”



필중이 계속해서 내 턱을 움직였다. 



“읍, 읍, 이제 됐으니까 이거 읍, 놔!”



말하면서 필중의 몸을 밀쳐냈다. 

필중의 입 꼬리가 살짝 올라간 걸로 보아, 만족스러운 모양이었다. 



“맛 괜찮죠?”



나는 매섭게 필중을 노려보았다. 

하긴 그렇게 나쁜 맛은 아니었다.

아까보다 조금 더 비렸지만 단물이 훨씬 더 풍부했고, 식감도 나쁘지 않았다. 

다만 이것이 오부장의 피라는 사실이 나를 괴롭게 할 뿐이다.



“그렇게 보지 마세요. 따지고 보면 대리님 때문에 이렇게 된 거잖아요.”



순순히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말 그대로 필중이 잘못한 것은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나 때문에 필중이 이런 상황을 당하게 된 것이니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었다.



“흠, 흠.”



표정을 풀고 가볍게 헛기침을 했다.



“누가 뭐래? 단지 상사에게 예의 없게 군 것 때문에 그렇게 본 거야.”



필중이 어깨를 한번 으쓱하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쨌든 증세는 다시 좋아졌다.



“그런데 그 말 무슨 말이야. 껌을 씹지 않으면 죽는다는 말.”



“아아. 봤으니까요. 대리님처럼 혐오스럽다는 이유로 껌을 거부하다가 죽은 사람들을요.”



“죽어? 이 증상이 계속 심해지다가 결국 죽는다는 얘기야?”



슬슬 필중의 표정에서 짜증이 묻어나기 시작했다.



“그렇다니까요. 대부분은 여자들이었어요. 곧 죽어도 이것만은 못 먹겠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다가 결

국 죽어버리더군요.”



정리해보면, 

껌을 씹다가 뱉은 것만으로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는 것인가? 



“그럼 애당초 처음부터 안 씹었으면 됐잖아. 대체 그걸 왜 씹은 거야?”



갑자기 필중이 무서운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기억에서, 참기 힘든 무언가를 떠올렸기 때문일까.



“그래서 오주임이 개새끼인거에요.”



필중이 담배하나를 입에 물었다. 

하나를 핀지 얼마 되지도 않았건만.



“대부분이 괴물들에게 당했지만, 3층에서 4층으로 도망간 사람들도 꽤 있었어요. 저를 포함해서 음, 아

홉, 아니 열 명이었던 것 같네요.”



필중이 연기를 한 번 내 뱉고 말을 이었다.



“그 때는 이곳이 아니라 405호였어요. 다른 사무실보다 크고, 쾌적했죠. 물론 지금은 끔찍하게 변했지만.”



-콰앙!!



그 때 들리는 괴물의 소리. 

하지만 이제 이 소리에도 심드렁했다. 

여전히 저주스러운 모습이긴 했지만 말이다.



“모두가 공포에 떨고 있을 때, 오주임이 유유히 들어왔어요. 웃고 있었죠. 그리고 자신은 괴물에게 당하

지 않는다고 말했어요. 이유를 물었더니 그게 껌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우리에게 껌들을 내밀었어

요. 지금 제가 갖고 있는 그대로였죠.”



이 들이 오주임에게 속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바로 내가 껌을 씹고 있었는데도 괴물에게 끌려갈 뻔 했지 않는가.



“그 새끼가 또 거짓말을 한 거군.”



필중이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 말했다.



“맞아요. 거짓말이었죠. 하지만 우리 모두는 그 말을 철썩 같이 믿었어요. 그리고 혐오스럽기 그지없는 

그 덩어리들을 입에 넣고 씹었죠. 그 때는 이것이 오부장의 몸인지 뭔지 알 턱이 없었어요. 그냥 이상하게 

생긴 껌이구나 할 뿐이었죠.”



“어떻게 그것이 오부장의 몸이라는 걸 알아낸 거야?”



“예, 계속 들어보세요. 그렇게 우리는 껌을 씹었어요. 그리고 이제 괴물에게 당하지 않을 테니 나가자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죠. 그래서 아마 그 때 네 명 정도가 먼저 밖으로 나갔을 거예요. 하지만 결과는 뭐 대

충 예상하실 거예요. 세 명은 괴물에 끌려가고, 한 명만이 겨우 겨우 도망쳐 돌아왔어요. 그 때 우리는 알

게 된 거죠. 오주임에게 속았단 것을“ 



여기까지 말 하고 필중이 담배를 한 모금 더 빨았다. 

그리고 길게 연기를 내 뿜은 다음 말을 계속했다.



“그런데 그 돌아온 한 명이 402호에서 오주임의 모습을 본 거에요. 오부장의 덩어리를 손으로 뜯고 있는 

모습을요. 그리고 그 뜯은 덩어리는 우리가 입에 넣었던 것과 일치했고요.”



말을 듣다보니 필중이 얼마나 끔찍한 하루를 보냈는지 알 것 같았다. 

시시각각 죽음과 맞서서 겨우 살아남은 게 아닌가. 



“껌이 오부장의 몸이라는 걸 안 순간 우리 모두가 껌을 뱉어버렸죠. 아까 대리님처럼요. 그리고 생전 처

음 겪는 고통에 시달려야했습니다. 정말 영문도 모른 채 말이죠. 오주임은 그 이후에도 몇 번씩 찾아왔어

요. 하지만 이제 그의 말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죠. 껌을 씹으면 나아질 거라는 말조차도 말이죠.”



필중이 어느새 다 핀 담배를 바닥에 눌러 불을 끈다.



“뭐 별수 있나요. 도저히 참을 수준이 아닐 정도가 되었을 때, 딱 한 번만 더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단순

한 자기 합리화였죠. 하지만 놀랍게도 이번엔 진짜였어요. 껌을 씹으니 나아진 거예요. 저를 비롯해서 네 

명 정도가 그렇게 살아났어요. 하지만 나머지는 그러지 못했죠. 끝까지 그 껌을 거부했기 때문이에요.”



“그래. 그러다 결국 죽었다는 말이군.”



대충 상황을 알 것 같았다. 

왠지 오주임이 “깨달았다”라고 말했던 것이 어떤 것인지 이해가 될 것 같았다. 



“오주임은 정말 개새끼에요! 이것만은 확실하죠.”



여전히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필중이 말했다. 

나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양주임과 눈이 마주칠까봐 시선은 밑으로 내린 채로 말이다. 



“그런데 왜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어?”



아무리 오주임의 거짓말 때문이라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소식이 없다면 재차 신고하는 것이 정상이었다. 



“신고는 몇 번이고 했습니다. 제가 한 것만 여섯 번도 넘을 거예요.”



“그런데 왜 안 와?”



“그걸 모르겠어요. 안개 때문에 대원들이 길을 헤맨다니 어쩐다니 이상한 말만 해대고. 지금 사람이 몇 명

이 죽었는지 아냐고 따지니까, 되려 소리를 지르더라고요.”



안개가 꽤 자욱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길을 잃을 정도는 아니었다. 

거기에 경찰이라면 길을 찾을 수단은 얼마든지 있었을 것이다. 

단순히 길을 잃었다는 말로는 변명거리가 되지 못한다.



“대한민국 짭새들 수준이 낮은 것은 알지만, 이렇게 신고를 많이 했는데도 늑장 대응을 했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인데. 다시 한 번 해보지 그래?”



필중이 뭔가를 말하려고 하다가 말며 고개만 끄덕였다. 

어쩌면 ‘대리님이 직접 하시죠’ 같은 말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필중이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버튼을 누르기 시작했다.



“사무실 전화로 하지 뭐 하러 핸드폰으로 해?”



“해 보세요 한 번.”



필중이 핸드폰을 귀에 댄 상태로 말했다. 

책상 쪽으로 다가가 수화기를 들어 귀에 대 보았다.



-지지직,,지지직,,지지직



잡음이 너무 심해서 전화기가 되는지 안 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아 저 경찰서죠. 여기가 ...



필중에게 전화가 왜 이런 건지 물어보려고 했는데 때마침 통화를 시작한 모양이었다. 

그래서 직접 다른 책상들을 돌며 하나씩 전화 상태를 점검해 보았다.



-지지직, 지지직,



모두다 마찬가지였다. 

한마디로 유선전화는 불통인 상황이었다. 

이렇게 되자 떨어뜨렸던 핸드폰이 자꾸만 생각난다. 

아내와 은비의 목소리를 듣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기 때문이다.



-예 빨리 좀 와주세요 제발. 예 예~



필중의 통화가 끝난 모양이었다. 

마침 잘 됐다는 생각이 들어 그에게로 다가갔다.



“통화 끝났어? 뭐라든?”



필중이 통화가 영 불쾌했는지 좋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뭐, 순찰차만 네 대를 보냈다고 하는데. 기다려보란 말 뿐이네요. 하아. 진짜 짜증나네.”



“그렇게까지 말 했으면 오겠지. 

 그나저나 나 핸드폰 한 통화만 쓰면 안 될까? 우리 딸내미한테 오늘 못 간다는 말을 
 
 해줘야 하는데.”



필중이 의아하게 나를 쳐다보다가 천천히 핸드폰을 건 냈다.



“핸드폰 없으세요?”



필중에게 핸드폰을 받자마자 슬라이드를 열어 아내의 번호를 눌렀다.



“아아. 여기 올라오다 떨어뜨렸어. 주울 수도 없는 상황이었고, 그 높이면 아마 망가졌을 테니까.”



필중이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뚜우우우우, 뚜우우우우






신호가 가기 시작했다. 

절망적인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내일은 갈 수 있다고 말 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은비에겐 치킨을 두 마리나 사 가겠다고 얘기 해야지. 

교촌과 비비큐를 각각 한 마리씩 말이다.






-뚜우우우우, 뚜우우우우






-뚜우우우우, 뚜우우우우






-뚜우우우우, 찰칵, 






전화 받는 소리가 들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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