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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2012.02.03 01:15

악마

조회 수 1144 추천 수 0 댓글 1
이것은 내가 직접 겪은 이야기입니다.

10여년 전, 내가 아직 초등학생이었을 때, 형과 함께 할머니 댁에 놀러 가려던 때였습니다.

역에서 표를 끊고, 전철을 타고 할머니 댁으로 갔습니다.



처음으로 전철을 타는 것이었던데다, 형과 단둘이 할머니 댁에 간다는 것만으로 기뻤던 나는 형과 신나게 떠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옆에 앉아 있던 20살 정도 되어 보이는 누나가 엄청난 비명을 질렀습니다.

그것에 깜짝 놀란 나는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한 번도 보지 못한 방이었습니다.

가만히 누워 있자 문을 통해 사람이 들어왔습니다.

역무원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쓰러진 나를 데려다 놓았던 모양이었습니다.

형에 관해 묻자 역무원은 고개를 푹 숙였습니다.

몇 분 후에야 그는 형이 죽었다고 힘겹게 말했습니다.



나는 영문을 모르고 원인을 물었지만, 역무원은 입을 꼭 다문채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집으로 돌려보내졌습니다.

역무원과 어머니가 현관에서 무엇인가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들려왔습니다.



[...군은...악마에게...당해...렸습니다.]

악마?

나는 어린아이였기 때문에 형이 악마한테 죽음을 당했다고 생각하며, 나까지 잡아가지 않을까 그 후로 5년간 겁에 질린채 살아왔습니다.



악마...

그 말의 의미를 알게 된 것은 내가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의 일이었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온 나는 집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토요일이라 학교에서 일찍 돌아온 터였기에 배가 고파 점심을 만들고 있던 도중이었습니다.

점심이 없다는 것에 투덜거리며 식사를 차리던 도중, 전화가 왔습니다.

아버지의 전화였습니다.



어머니에게 여러번 전화를 했는데 휴대폰을 받지 않아 걱정한 나머지 집에 전화하신 것입니다.

나는 일단 휴대폰을 집에 놓고 간 것은 아닐까 싶어 어머니의 휴대폰에 전화를 하고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휴대폰은 전혀 보이지 않았고, 나도 슬슬 걱정이 되어 어머니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어머니는 할머니 댁에 계셨습니다.

다만 휴대폰 배터리가 나가서 전화를 못 받으셨던 것이죠.

그런데 할머니 댁에서 만난 어머니는 어딘가 평소와는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는 아버지와 얼굴을 마주하고는, 고개를 끄덕인 뒤 말했습니다.

[슬슬 너에게도 제대로 이야기 해 주어야 할 것 같구나...]

나는 바로 형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그리고 나는 5년 동안 두려워하며 물어보는 것조차 할 수 없었던 "악마" 의 뜻을 알고, 지금까지 두려워하며 살고 있습니다.

진상은 이랬습니다.

아까 말했다시피 나는 어느 여자의 비명 소리를 듣고 실신했었습니다.



그 여자의 앞에는 부모와 자식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어린 아이가 너무나 시끄럽게 구는데도, 부모는 아무 제지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한동안 시간이 지났을 때, 가까운 곳에 앉아 있던 괴상한 모습의 남자가 일어나 손에 들고 있던 우산으로 마구 떠들고 있던 아이의 머리를 마구 찔렀다고 합니다.



그 여자가 비명을 질렀던 것은 바로 그것 때문이었죠.

그리고 내가 기절한 사이, 남자는 역시 계속 떠들고 있던 우리에게 다가왔고...

형 역시 우산으로 머리를 난도질당해 죽었던 것입니다.




그 남자는 온 몸을 검은 천으로 휘감고 있었고, 얼굴에는 웃는 것인지 화내는 것인지 모를 표정을 짓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 형상은 마치 악마의 모습이었다고 합니다.

이것이 내가 형의 죽음에 관해 5년만에 알게된 진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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