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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2012.01.27 00:03

숲속의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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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기 힘든 이야기를 하려 한다.

솔직히 나도 당사자가 아니면 믿지 않았을 것이다.

사실 나는 중학교 시절 죽으려고 마음을 먹었던 적이 있다.



친구들 사이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던데다, 선생님도 제대로 상대해 주지 않았다.

부모님은 불륜으로 인해 나에게는 관심이 없었다.

하도 맞아서 몸은 멍투성이였고, 그 날은 얼굴까지 울퉁불퉁해져서 숨을 쉬는 것조차 힘겨웠다.



내가 살던 곳은 꽤 시골이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들어가면 안 되는 곳" 이 한 군데 있었다.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곳에는 불량배들조차 들어가는 것을 꺼렸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아마 정말로 위험한 곳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죽으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입구에 쳐져 있던 밧줄이랄까, 종이 덩어리를 띄처럼 연결한 것을 넘어갔다.

길 하나 변변치 않은 곳을 계속 걷자, 탁 트인 곳이 나타났다.



나는 여기서 목숨을 끊기로 마음 먹었다.

하지만 죽자고 생각했던 주제에 목을 맬 끈이나 칼 같은 것도 없었다.

낙서가 가득하고 여기저기 찢어진 가방 안에는 역시 흉한 꼴이 된 교과서 뿐이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그 근처의 나무에 기대 있다 그대로 잠에 빠져 버렸다.

그 당시 나는 매일 같이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몸은 아픈데다 정신적으로도 피로한 상태였기에 쉬어야 하는데도 잠을 자지 못했던 것이다.



밤을 뜬 눈으로 지새면 어느새 다음 날이 된다.

학교를 쉬어도 부모님 중 한 명이 불륜 상대와 함께 집에 와서 신경 쓰인다.

때로는 부모님에게조차 맞는 때도 있었다.



하지만 아예 죽기로 마음을 먹었던 탓일까?

마음이 편해졌던 것인지, 몸이 한계였던 것인지 나는 쉽게 잠에 빠졌다.

그런데 마치 학교에 있는 것처럼 주변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내가 당하고 있던 왕따는 무시와 폭력과 험담이 모두 섞여 있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쉬는 시간에는 책상에 엎드려 빨리 시간이 가기만을 빌 뿐이었지만 욕은 모두 들린다.


그렇게 쉬는 시간에 들려오는 것처럼 험담이 들려오는 것이다.



그렇지만 어째서인지 평소처럼 구체적인 험담이 아니었다.

기분 나쁘다던가,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던가, 냄새 난다던가 하는 것이 아니었다.

분명 안 좋은 말이라는 것은 알 수 있는데, [뭐야, 저건.] 이라던가 [뭐하는 거야.] 라는 어쩐지 어리둥절해 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화가 난 것 같은 말투였기에, 나는 분명 험담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것을 꿈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겨우 잠에 들었는데 꿈에서마저 괴로워해야 하는 것인가 싶어 슬퍼졌다.

그래서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귀가 멍멍하고, 눈 앞이 어두컴컴해졌다.

그렇게 기절할 때까지 울었다.

지금까지 내가 겪은 힘든 일들을 떠올리며 이제는 싫다고 울부짖었다.



내가 정신을 차리자, 눈 앞에 3명의 사람이 보였다.

분명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 곳인데도 지역의 유력자로 유명한 할머니와 그 집안 사람인 것 같은 남자와 여자가 있었다.

사실 나는 그 할머니의 손자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



지역에서 워낙 힘이 강한 사람이었기에 내 편은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할머니는 나를 손자에게 데려갔다.

나는 그 녀석의 얼굴조차 보고 싶지 않았는데도.



그렇지만 그 녀석은 어째서인지 대단히 겁에 질려 있었다.

너덜너덜한 꼴의 나에게 떨면서 무릎을 꿇고 사과를 했다.

그 이후 우리 집에 연락이 갔고, 나는 스트레스와 부상 문제로 인해 잠시 입원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퇴원하고 나니 주변의 사람들의 태도가 이상했다.

지금까지 괴롭히고 있던 놈들이나, 선생님, 거기다 교장마저 나에게 사과를 해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게다가 부모님마저 내게 무릎을 꿇고 사과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싶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할머니에게 불려서 그 집에 가게 되었다.



나중에 안 일지만, 할머니가 지역의 유력자였던 이유는 영매로써 예언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대로 그 집안의 사람은 그 힘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들어갔던, 출입이 금지된 숲 안에 있는 "무엇인가" 가 할머니의 머릿 속에 가지각색의 것들을 텔레비전마냥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 영상은 언제 올지 모르고, 어떻게 되든 좋은 일이나 중요한 일이 섞여서 들어온다고 한다.

그리고 내가 정신을 잃었던 바로 그 때, 할머니의 머릿 속에 내가 집이나 학교에서 받고 있는 처사와 숲 속에 쓰러져 있는 영상이 보였다는 것이다.

거짓말같은 이야기였지만 정말 아무에게도 하지 않았던 이야기도 알고 있었기에 믿을 수 밖에 없었다.



할머니는 공정한 성격을 가진 분이셔서 그런 모습에 화가 나셨던 것이다.

그러나 원래대로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야 했다고 한다.

숲 속에 들어간 사람은 모두 정신이 이상해져서 죽거나 미쳐버린다는 것이다.



할머니의 말에 따르면 그 "숲 속의 사람" 이 나에게 전하는 말이 있었다고 한다.

할머니는 쓴 웃음을 지으며 [네 목소리는 무척 불쾌하다. 두번 다시 오지 마라. 다음에는 가만두지 않겠다. 네 목소리는 기분이 나쁘다.] 라는 말을 전해 주셨다.

내 목소리에는 사람이 아닌 것, 특히 실체를 가지지 않은 것을 억제하는 힘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내가 울부짖은 탓에, 숲 속의 사람은 상태가 대단히 나빠졌다는 것이다.

그 날 이후 숲에는 가지 않았지만, 양친을 포함해 주변의 사람들과의 관계가 대단히 서먹서먹해졌다.

결국 나는 그것을 버티지 못하고,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도시로 도망쳤다.



일을 하다보니 결혼도 했고, 아이도 가지게 됐다.

그리고 얼마 전 부모님에게 연락이 닿아 10여년 만에 화해하기 위해 고향에 돌아갔다.

집에 가는 도중 우연히 그 숲을 지나가는데, 갑작스럽게 다섯살 먹은 딸이 울기 시작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숲 속에 프리큐어에 나오는 이스가 무서운 얼굴로 노려봤어!] 라는 것이다.

더 이상 여기 있기 싫다는 딸을 아내에게 맡겨서 가까운 패밀리 레스토랑에 보냈다.

아직 살아 계신 할머니와 부모님에게 인사하고, 숲 앞에서 이제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고 맹세한 뒤 집으로 돌아왔다.



여담이지만 정말로 귀신이 나온다는 집을 일부러 빌려서 사흘 정도 집 여기저기에서 노래를 부른 적이 있다.

그러자 어느 사이 집의 흉흉한 분위기가 싹 가셨다.

부동산 업자나 옆집 사람도 집의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놀랐을 정도였다.



나 자신에게 영감 같은 것은 전혀 없다.

그 숲에서 겪었던 일 이후로 지금까지 이상한 일은 겪은 적도 없다.

거짓말 같지만 정말로 있었던 일이고, 지금도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이다.



솔직히 나는 보이지 않는 것보다 인간이 무섭다.

그 사건만 해도 나는 전혀 변한 것이 없는데, 다른 모든 이의 태도가 180도 바뀌는 모습이 너무나 두려웠다.

마치 나만 다른 세계에 뚝 떨어진 기분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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