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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2012.06.27 09:32

고양이의 저주

조회 수 1750 추천 수 0 댓글 6

제가 군대에서 상병 말 쯤 외박나왔을 때이니, 아마 2년정도 전 일겁니다

3주차 선임 한명과, 좀 차이나는 후임 둘 이렇게 네명이서 큰 길가로 나가던 중이었습니다

당시 그 주변은 인적이 한적한 곳이라 차들이 꽤 빠른 속도로 지나다녔는데요



그 때, 거의 바로 지척에서 차도에 반쯤 걸친 채 걸어가던 고양이가, 

빠른 속도로 달려가는 차에 치여 2-3미터 가량을 날아가는 것을 보게되었습니다

고양이는 피범벅이 되어서는 비틀비틀거리면서 일어나더니 처량하게 울어댔습니다

그런데 그 차 뒤를 이어 몇대의 차가 더 달려오더니 고양이를 한번 더 치고, 

또 다음차가 아예 고양이를 깔아뭉개버렸습니다



다른 동물이 죽어도 꺼림칙할 마당에, 하필 고양이라 기분이 영 찜찜했는데

혈기왕성한 선임이 하도 보러가자는 통에 마지못해 이끌려갔습니다



도로는 움푹한 곳 마다 작은 피웅덩이가 고여있었고,

고양이 목을 기준으로 아랫부분은 납작하게 도로에 들러붙은채로 눈은 부릅뜨고 죽어있었습니다

선임은 고양이를 보더니, 하등생물들은 죽어도 잠시동안은 뇌가 활동한다느니 이런말을 하며

고양이머리를 전투화를 신은 발로 툭툭 건드리고 침을 뱉었습니다



전 이러다 저주를 받는게아닌가 하는 생각이 순간 들었습니다

평소에도 고양이는 영이 서린 동물이다, 이유없이 해를 끼치면 반드시 돌려준다라는 말들을 많이 들었으니까요

눈을 부릅뜨고 죽은것도 좀 마음이아파 시체정도는 묻어주고싶었지만

아.... 차마 손을 대지도 못할정도로 끔찍했습니다 

그래서 애써 외면하고 지나쳐왔는데 영 기분이 좋지 않더라구요



그날 밤, 술을 꽤 마시고 헤롱거리는 상태로 모텔에서 잠을 자는데..

한참을 잘 자다가 갑자기 눈이 딱 떠지는겁니다

일어나려고했는데 머리가 깨질 것같이 너무 아파서 눈만 뜬채 손을 들어 손목시계를 보니 4시였습니다

시간도 아직 이르고, 머리도 너무 아파 다시 잠을 자려고하는데

끙끙 앓는소리에 섞여서 뭔가 고양이소리 같은게 들리는겁니다



온몸에 소름이 돋고, 침을 꿀꺽 삼키고는 큰맘먹고 고양이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더니

진짜 그런건 생전 처음 봤습니다



긴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2m정도의 키에, 

사람형체를 하고있지만 얼굴은 고양이같은... 괴상한 괴인이 있었습니다

그 괴인은 선임의 머리카락을 잡고 바닥을 질질 끌고가고있었습니다



진짜 너무 놀라서 술이 확 깨서 벌벌 떨고있었는데

그 이상한 괴인이 절 향해 고개를 돌리더니 눈이 딱 마주쳤습니다

그대로 정신을 잃고 그 이후론 기억이 없는데

정신을 차리고보니 10시쯤이었습니다..

선임은 별일없이 멀쩡하게 일어나있더라구요



전 괜히 고양이귀신을봤니 어쨋니 말했다간 

고양이시체보고는 쫄았냐는 둥, 미친놈 취급만 받을 것 같아 가만히 있었는데

점심을 먹을 때 쯤 선임이 말을 꺼냈습니다



“야, 느그 중에 누구 탈모있는 놈 있나? 아까 모텔바닥에 뭐 짧은 머리털같은거 막 빠져있던데, 누구 털갈이하나?”

고양이귀신이 뽑은 니 머리카락이다 이 인간아..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론 그게 사실이 아니기를 바랬습니다

그 날 이후로는 다시 보지는 못했지만, 고양이는 조심하게 되더라구요

따지고보면 모든 동물들도 다 그렇겠지만, 왠지 고양이만큼은 영물이라는 느낌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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