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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2011.08.23 22:36

택배 아르바이트

조회 수 1198 추천 수 1 댓글 0
제가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려고 할 때 알바를 많이 해본 친구가 해준 이야기입니다.

택배 알바를 하던 어느 날, 집에 찾아가기 전에 수취인들에게 전화를 돌리고 있었는데 생각해보면 유독 한 분이 굉장히 겁먹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대요.

친구는 원래 말투가 무뚝뚝한데다가 달리 전화 할 곳도 많아서 우물쭈물하는 와중에 뚝 자르고 집에 계시냐고 물었다고 물었대요.

이번에도 상대방은 우물쭈물하며 대답을 회피하다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집에 있다고 대답했답니다. 끊으려고 하는 하니 이상하게도 상대방이 지금까지와 달리 정확한 목소리로 문 앞에 놓고 가라고 했대요. 그런데 막상 가보니 대학가에 있는 아파트인데다가 마침 등교시간이었는지 학생들도 많고 통행도 많았대요.

문 앞에 놓고 갔다가 분실되면 독박 쓸 것 같아서 굳이 문을 두드리고 택배 왔다고 하면서 주인을 불렀다고 하네요.

아까 전화통화에서도 집에 있었다고 했고, 무슨 자신감인지 이 녀석이 자기 기억력에 자신이 있어서 소신대로 나올 때까지 불렀대요.

결국 집주인인 여자가 나왔는데 문을 조금 열고 문에 반쯤 몸을 기대서 절반 정도는 보이지 않았대요.

꽤 예쁜 편이어서 얼굴에 눈이 갔는데 무표정이었는데 눈매가 참 친구에게 악의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섬뜩하더래요. (째려보는 느낌?)

박스가 꽤 무겁고 여자가 예쁘니까 괜한 친절로 거실까지는 가져다주고 싶었지만 워낙 눈빛이 무서워서 현관문 앞에다가 놓고 돌아섰대요.

마침 같은 층에 수취인이 세 명이나 있어서 다시 다른 집 문을 두드리고 나오길 기다리다가 슬쩍 방금 여자 쪽을 봤는데, 박스가 무거우니까 여자가 손에 들고 있던 식칼을 박스 위에 놓고 박스를 안으려고 하고 있었대요.

즉, 여자는 현관문에 가려져 있던 왼손으로 식칼을 숨기고 택배를 받았던 거죠.

요즘 세상이 삭막한지라 처음엔 그 여자가 자기를 죽이려고 기다리고 있었나 하는 생각에 무서워져서 택배회사를 그만 뒀는데, 다시 생각해보면 오히려 그 여자가 더 무서워서 식칼을 들고 있었을 수도 있고…….

어떤 의도로 그 식칼을 들고 있었든지 괜한 호의로 집에 들어가려고 했다면 저는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들을 수 없었을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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