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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2013.08.06 06:34

[단편] 천국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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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시엘씨는 항상 천국으로 가는 꿈을 꿨다. 뭉실뭉실한 솜사탕 같은 흰구름과 황금빛으로 물든 도로, 그리고 은은한 하프소리가 들려오는 곳. 그 곳이 바로 천국이었다.

그는 항상 열망했다. 그 누구보다 천국을 꿈꿨고 어느 누구보다 천국에 대한 지식을 많이 알고 있었다. 자신이 천국에 간다면 정말로 잘 지낼 자신감이 있다고도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여느 때와 같이 천국을 그리워하며 잠이 든 신시엘씨 앞에 빛으로 감싸진 언덕 하나가 거짓말 같이 나타났다. 그는 너무 놀란 나머지 신발을 신는 것도 잊어먹은 채 집을 뛰쳐나와 반짝거리는 언덕을 바라보았다. 언덕은 끝도 없이 하늘까지 펼쳐져 그 높이를 가늠할 수가 없었다. 신시엘씨는 언덕을 바라보며 이제 어떻게 해야 되는걸까라고 발만 동동 굴렀다.

그 때, 구름에 가려진 달이 번쩍하면서 어두운 밤을 환하게 비추더니 하늘까지 이어진 언덕 사이에서 섬광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잠시 후, 그 곳에서 천사 한 명이 날갯짓을 하면서 신시엘씨 앞에 사뿐히 내려 앉았다.

"당신은 천사입니까?"

신시엘씨가 믿기지 않는 듯 천사에게 물었다.

"네. 맞습니다. 당신을 천국으로 인도하기 위해 지상에 내려왔지요."

천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신시엘씨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손가락을 치켜들어 자신을 가리켰다.

"어째서 저를 인도한다는 것입니까? 저는 그저 평범한 사람일뿐입니다."
"항상 천국을 그리워 하셨잖습니까. 천상에서 당신을 주의 깊게 관찰해왔습니다. 당신만큼 천국을 그리는 인간은 드뭅니다."

천사는 신시엘씨를 가리키며 미소를 지었다. 신시엘씨는 말끝을 흐리듯이 답했다.

"네. 물론 그리워한 것은 사실입니다만. 이렇게 막상 실제상황이 되니......"
"떨리신다는 것이군요."
"네. 사실 그렇습니다."

입가를 날개로 가리며 웃음을 감춘 천사가 신시엘씨의 말에 대답을 했다.

"역시 인간은 신기하군요. 그토록 바라던 것이 눈 앞에 나타났는데 막상 허무감을 느끼다니.... .."
"그렇다고 가기 싫다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저는 정말로 천국으로 가고 싶습니다."
"압니다."

간절한 표정의 신시엘씨를 천사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천국으로 가는 것이 마냥 쉽지만은 않을겁니다."
"당연한 것이지요. 극락영생의 장소니까 말입니다."
"그렇지요."

천사는 날갯짓을 하더니 지상에서 조금 띄워진 상태로 말했다.

"시련이 있을겁니다. 아니, 천국으로 가기 위한 시험이라고 봐야겠군요."
"시험? 천국으로 가기 위한 시험이라고요?"
"네. 그렇습니다. 하시겠습니까?"

평소 꿈꿔오던 천국이다. 시험이든, 시련이든 그런 것을 무서워할 때가 아니다. 게다가 지금이 아니면 이런 기회가 영원히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신시엘씨는 침을 꼴깍 삼키며 입을 연다.

"네. 하겠습니다. 
"역시 하실줄 알았습니다."

천사가 날개를 퍼덕이며 언덕 위로 올라가 남자를 내려다보았다.

"그럼 언덕을 올라가십시오."
"네. 상당히 높지만 한 번 올라가 보겠습니다."
"좋은 마음가짐입니다. 하지만 명심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천사의 중후한 말에 신시엘씨는 언덕 바닥에 대려던 발을 흠칫했다. 그런 그를 본 천사는 아주 조용하고 느린 톤으로 말을 이었다.

"언덕에 발을 대는 순간, 당신은 불로불사의 몸이 됩니다. 덧붙여 당신의 몸도 그 언덕을 끝까지 오를 때 까지 영원히 나갈수 없게 됩니다."

신시엘씨는 뭐라고 말을 하려다 그만 말문이 막혔다. 그러고는 언덕을 자세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눈이 부시도록 빛나는 풀밭길, 45도의 균일한 높이, 마치 스플라인 곡선을 그려 놓은듯한 생김새, 저 멀리 까마득한 뚫린 구름 사이로 이어진 언덕의 끝. 이 모든 것이 언덕을 나타내주고 있었다.

분명히 그는 천국을 가고 싶어 한다. 그것은 그에게 있어서 절대로 변하지 않는 신념이었다. 하지만 그 신념을 완벽하게 이루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위험성의 시도가 필요하다. 자신이 이렇게 위험한 신념을 믿고 있었다는 것에 대해 신시엘씨는 혀를 내둘렀다.

"언젠가는 언덕의 끝을 갈 수는 있는겁니까?"

신시엘씨가 초조해하며 천사에게 물었다. 그러나 천사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당신 하기 나름이겠죠."

그가 어깨를 으쓱하더니, 신시엘씨 앞으로 날아와 멈춰섰다.

"어때요. 그래도 하시겠습니까?"

천사는 심오한 표정을 짓고는 신시엘씨를 바라보았다. 신시엘씨는 한숨을 쉬었다. 상당히 겁이 났었다. 당연한 것이다. 저 언덕을 오르다가 떨어져도 죽지 않고, 아무리 배가 고파도 죽지 않는다. 언덕의 끝을 오르기전까지 그는 그 곳에 영원히 존재한다. 하지만 이 모든 시련을 이겨내면 최상위의 플래티넘 티켓인 천국행을 따낼 수 있다. 신시엘씨는 심호흡을 하고 숨을 내쉰뒤 최후의 결단을 내렸다.

"하, 하겠습니다."
"정말이지 대단한 분이군요......"

천사는 감탄사를 내뱉고는 날개를 펼쳤다.

"과정은 엄청나게 힘들겠지만 그 끝은 찬란하리라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노력 없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게다가, 당신은 다른 인간이 받지 못한 특별한 기회를 받은 것입니다. 그럼, 언젠가 천국에서 봅시다."

그 말을 끝으로 천사는 하늘 위로 올라가 버렸다.

신시엘씨는 떠나가버린 천사가 있던 자리를 보다가 무심코 언덕 위에 발을 올려 놓았다.

"엇."

아무것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 그의 생각과는 달리 언덕에는 이상한 점이 없었다. 혹시 몰라서 언덕 밖으로 나가보았지만 무언가의 힘에 의해 퉁 튕겨져 나갔었다. 할 수 없었다. 이렇게 된 이상, 언덕을 오를 수 밖에 없다. 후회하기에는 늦었다.

그렇게 1년이 지났다. 정말 천사의 말대로 잠을 자지 않아도, 밥을 먹지 않아도, 배고프거나 피곤하지도 않았다. 다만, 언덕에서 떨어지면 살을 찢는 고통이 그를 급습했다. 물론 죽지는 않았다. 신시엘씨의 체모는 그대로 자라서 머리카락은 허리까지 치렁치렁 왔었고, 수염은 턱수염과 겹쳐서 굉장히 지저분해 보였다. 입고 있던 옷은 누더기가 된 지 오래다.

10년이 지났다. 여전히 그는 언덕을 오르지 못했다. 언제 오를까라는 마음가짐도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수염은 이미 목부근까지 치렁치렁 내려왔다.

100년이 지났다. 그의 정신상태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지친 상태가 되었다. 언덕을 언제 처음 올라봤는지도 저 멀리 까마득히 사라졌다.

1000년, 10000년, 100000년......

영겁이라고 할 수 있을만큼 긴 세월이 지났을 때, 신시엘씨는 드디어 언덕의 끝의 앞에 서있었다.

"드디어......"

신시엘씨는 감정에 벅차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손을 언덕의 끝으로 가져다 대어 오르려고 시도를 했다. 그런데 그 때, 그의 앞에 천사가 나타났다.

"성공하셨군요......"

천사가 비조가 띤 웃음을 흘리며 신시엘씨를 바라보았다. 그런 그를 본 신시엘씨는 미소를 지었다.

"네. 드디어 성공했습니다. 그 동안 수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이제 그런 것은 상관 없습니다. 이제 저는 천국에 갈 수 있는 겁니까?"

천사는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느긋하게 경청을 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려고 했을 때, 신시엘씨는 환희에 가득 찬 표정을 지었다.

"아니."

그러나 천사는 고개 방향을 바꾸고 도리도리 저었다.

"네?"

신시엘씨는 어안이 벙벙했다. 그러나 사건의 상황을 미처 깨닫기도 전에 천사가 그를 발로 차 떨어뜨렸다. 그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는 끝없는 나락 속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봐, 자네가 개발한 '천국은 없다'라는 방법이 꽤 많은 놈들한테 쓰이고 있더군."

동료 악마가 천사로 둔갑한 악마에게 말을 건넸다. 

"그렇더군. 방금 전까지만 해도 한 놈 기억을 지운 다음 처리하고 왔어."

천사로 둔갑한 악마가 껄껄 웃으며 답했다.

"자넨, 인간의 마음을 어떻게 그리 잘 아는가?"

동료 악마가 감탄하듯, 질문을 했다.

"하하, 다 악마 재량 아니겠어? 그런데 이봐, 인간에게 있어 가장 큰 공포가 뭐라고 생각하나?"
"글쎄. 고통?"

고민해하는 동료 악마에게 천사 악마가 쭈글쭈글한 손가락을 들어 부정의 표시를 내비추었다.

"그건 바로 자신이 믿고 지켜왔던 신념이 산산조각 났을 때지."

천사 악마의 말에 동료 악마가 턱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이만, 일하러 가봅세나. 일이 아직도 산더미 같이 남았잖나."
"아, 그렇지. 또 잡담 떨다가 윗놈들이 보면 뭐라고 한 소리 하겠군."

그들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검은 날개를 펼쳐서 하얀 날개로 바꾼뒤, 천사로 둔갑했다.


신시엘씨는 항상 천국으로 가는 꿈을 꿨다. 뭉실뭉실한 솜사탕 같은 흰구름과 황금빛으로 물든 도로, 그리고 은은한 하프소리가 들려오는 곳. 그 곳이 바로 천국이었다.

그는 항상 열망했다. 그 누구보다 천국을 꿈꿨고 어느 누구보다 천국에 대한 지식을 많이 알고 있었다. 자신이 천국에 간다면 정말로 잘 지낼 자신감이 있다고도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여느 때와 같이 천국을 그리워하며 잠이 든 신시엘씨 앞에 빛으로 감싸진 언덕 하나가 거짓말 같이 나타났다. 그는 너무 놀란 나머지 신발을 신는 것도 잊어먹은 채 집을 뛰쳐나와 반짝거리는 언덕을 바라보았다. 언덕은 끝도 없이 하늘까지 펼쳐져 그 높이를 가늠할 수가 없었다. 신시엘씨는 언덕을 바라보며 이제 어떻게 해야 되는걸까라고 발만 동동 굴렀다.

그 때, 구름에 가려진 달이 번쩍하면서 어두운 밤을 환하게 비추더니 하늘까지 이어진 언덕 사이에서 섬광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잠시 후, 그 곳에서 천사 한 명이 날갯짓을 하면서 신시엘씨 앞에 사뿐히 내려 앉았다.

"당신은 천사입니까?"

신시엘씨가 믿기지 않는 듯 천사에게 물었다.

"네. 맞습니다. 당신을 천국으로 인도하기 위해 지상에 내려왔지요."

천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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