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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경상대 앞

 

지하철도 없는 촌구석 진주에서 그나마 번화가로 손에 꼽히는 곳이다.

 

"오빠야, 뭐하는데. 빨리 온나."

 

"아 좀 기다리라. 미친년아."

 

교복차림의 두 남녀가 길을 걷는다. 찬현과 그의 동생인 정현이다.

 

좀처럼 같이 다니지 않는 찬현과 정현이다. 둘이 같이 나온 이유는 정현이 오늘 소개해줄 사람이 있다고 떼를 썼기 때문이다.

 

"근데 존나 궁금한게 있다."

 

찬현이 이마의 땀을 닦으며 말했다. 때는 7월 하순. 무더위가 극에 달해 있었다.

 

"뭔데?"

 

정현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찬현은 눈을 찌르고 싶은 것을 참으며 입을 연다.

 

"누가 니같은거랑 사귀는데?"

 

전세계 거의 모든 오빠들의 공감이 아닐까 싶다. 누가 저딴 년이랑 사귄단 말인가? 물론 그래도 피 섞인 동생이라고 혹시 뭔 짓 당하지 않았을까 걱정되기도 한다. 어쨌든, 오늘 정현이 소개해주겠다고 말한 사람은 다름아닌 그의 남자친구이다. 여자친구를 한 번도 사귀어보지 못한 찬현으로썬(사실 사귀었지만 2주만에 차였다.) 부러울 수 밖에 없다.

 

"오빠야- 니 내 무시하나?"

 

정현은 음절을 딱딱 끊으며 찬현의 옆구리를 꼬집는다.

 

 "아야야! 아프다 미친놈아! 아가 와이라네. 이라니까 내가 니 무시 안할 수가 있나?"

 

사투리의 극을 달리는 두 사람의 대화다. 하지만 이 곳은 경상도. 이런 대화는 모든 곳에서 들을 수가 있다. 그리고 그런 대화 뒤로 이질적인 분위기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어, 여기야!"

 

찬현은 그 목소리와, 말투가 익숙했다. 그리고 저 실루엣도. 저 멀리서 손을 흔드는 그는......

 

"얭락이 오빠야!"

 

"뭐고, 저, 저, 저것들 둘이 사귀고 있나?!"

 

그의 유일한 친구인 얭락...... 아니, 영락이었다.

 

"니 뭔데."

 

찬현이 약간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어?"

 

"니 뭔데 여깄는데. 니가? 니가 점마 남자친구가?"

 

"어..... 나, 나야말로 묻고 싶은데. 찬현 니가 왜 여기에 있어?"

 

"서울말 쓰지마라 게이새끼야 아 진짜 열받네 니가 뭔데 여깄냐고!"

 

찬현의 분노는 원인이 복잡했다. 여자친구가 있는 영락에 대한 열등감. 동생이 그보다 먼저 여자친구를 사귄 것에 대한 부러움. 혹시라도 영락이 동생에게 무슨 짓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조바심. 과거의 일이 한시 앞도 알 수 없게 되가니 미래를 조정할 수 없게된 불안감.

 

"차, 찬현이...... 말이 너무 심한거 아냐?"

 

영락이 당황해서 말을 더듬는다. 찬현은 무심코 정현을 바라 보았다. 정현의 얼굴이 분노로 붉게 물든다.

 

"열등감에...... 빠지가지고......"

 

정현은 낮고 분명한 목소리로 한마디씩 뱉었다. 그리고...... 짝 하는 소리와 함께 찬현의 목관절이 옆으로 돌아간다. 찬현은 너무나 어이가 없어 한쪽 뺨을 감싼 채 정현을 바라보았다.

 

"니..... 니 돌았......"

 

다시 짝 하는 소리와 함께 이번엔 반대쪽으로 목이 돌아간다.

 

 

"니가 여자친구 없으면 다른 사람도 없어야되나? 와 처음부터 그라는데? 둘이 아는 사이인건 몰랐는데 아는 사이라도 이라면 안되지! 오빠야 니 원래 그렇게 빙신같은줄 몰랐다!"

 

정현은 울먹이며 저 멀리 달려갔다. 그리고 영락은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그 뒤를 쫓는다.

 

홀로 남겨진 찬현은 욱씬거리는 양쪽 뺨을 감쌀 생각도 하지 않고 조용히 읊조린다.

 

 

"니는 모른다......"

 

 

오빠의 마음을 모른다.

 

 

그게 여동생이다.

 

 

 

 

 

한편 정현은 가좌동 공원의 벤치에 누워 있었다.

 

 

두 눈에선 눈물이 분수처럼 솟아 오른다. 그런 그녀에게 한 남자가 다가왔다.

 

"여기서 자면 감기들어. 그리고 팬티도 보이고."

 

익숙한 목소리의 표준어를 들으며 정현은 안도했다. 다행히 영락이 쫓아온 것이다.

 

그리고 영락은 반팔 남방을 벗어 치마 아래 쪽을 덮어주었다.

 

"정현아, 우리 그냥 이해하자."

 

"뭘?"

 

"생각해보니까 나라도 그랬을 것 같아. 내게 동생이 있고 기저귀 가는 것까지 봐왔는데 갑자기 남자친구라고 데리고오면 말야......"

 

영락은 차근차근 설득을 하기 위해 느릿하게 말을 이었지만 그의 말은 정현에 의해 끊기고 만다.

 

"웃기지마라. 내는 이해 못한다."

 

정현은 강경한 태도로 몸을 일으켰다.

 

허술한 아이 섀도우가 눈물에 번져 볼을 검게 수놓고 있다.

 

"평소 때 오빠 다운 모습이라도 보이던가.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이제와선 동생을 질투까지 해?"

 

정현의 눈에서 다시 눈물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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