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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취함+군대 시너지로 존나 좆같은 서정적인 글이 나와버림 ㅎㅎ

 

안 읽어도 됨 곧 내여못 마무리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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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ip in side the eye of your mind

 

don't you know you might find

 

a better place to play...

 

 

 

 

낡은 팝송이 고막을 때린다.

 

어느덧 기억을 찾은 태현의 애창곡이기도 한 oasis의 don't look back in anger......

 

그가 좋아했던 여자가 가장 좋아하던 노래기도 했다. 현지는 이 노래를 부를 때만은 그를 칭찬했다. 말없이 코인 노래방 자리에 앉아 멍하니 그를 바라보곤 했다.

 

어두침침한 좁은 방 안에서 밝게 빛나던 그 두 눈을 떠올리며 태현은 잠에서 깼다. 귀에는 노엘 갤러거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she know it's too late......"

 

너무나 씁쓸한 가사에 태현이 쓴 웃음을 지었다. 원래대로라면 이 여름 방학, 그는 샘물교회를 과도하게 까다가 명예 훼손으로 고소위기에 처했었다.

 

그리고 눈 앞의 그의 친구 거미상자는 막내 이모가 피랍되었었다.

 

이러나 저러나 둘의 인생은 상당히 병신같다.

 

"갑자기 뭐야?"

 

"그냥 노래 가사지 뭐."

 

거미상자를 돕기로 했지만 솔직히 그리 끌리지만은 않는다. 그는 늘 과거에 집착했었다. 지나간 첫 사랑, 지나간 두번째 사랑, 그리고 그에게 적극적으로 어필하지 않았던 수많은 여자들. 그 외에도 조금만 더 빨리 알았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한 새로운 친구들.

 

5년 뒤에 드디어 아무리 그리워해도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그는 이미 외톨이가 되어 있었다.

 

첫사랑은 그의 서투름에 떠났고 두번째 사랑은 그의 무책임함에 떠났다. 수많은 여자들은 그가 뿜어내는 특유의 또라이 기질에 질려 떠났다.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몇년동안 집에 틀어박혀 나오질 않으니 자연히 멀어져갔다. 17살부터 19살까지 고등학교의 태풍의 핵이었던 그는 20살부터 자취를 감추고 결국 21살에 많은 이의 기억 속에서 잊혀졌다.

 

 

17살부터 스스로 외진 길을 걸은 거미상자로써는 그 갑작스런 소외감을 이해할 수가 없을 것이다.

 

 

다시 22살로 돌아가 그 소외감을 겪고 싶지가 않은 태현이었다.

 

 

17살인 지금이라면 바꿀 수 있지 않을까.

 

그를 상처입힌 첫사랑에게 역으로 상처를 주고 현지와 영원히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거미상자에게서 사태를 알게된 후, 두 사람을 만나고 그는 매일같이 저런 망상에 빠졌다.

 

 

 

하지만 걱정도 된다. 만약 과거를 바꾸지 못한다면?

 

 

미래에 똑같은 일이, 어쩌면 더 심한 일이 일어난다면?

 

아마 이번엔 정말 견딜 수 없을 것이다.

 

 

 

이대로 그를 돕는 것을 그만둬버릴까. 오히려 방해해버린다면 영원히 모든 것이 시작되기 전인 2007년에 남을 수 있다.

 

다시 축제에 나가고, 이번에는 그 때와 달리 소개팅에 나가고, 22살의 앞선 마인드로 17살 소녀들에게 당당한 모습을 보이고, 그가 좀 더 갈고닦은 바이올린 실력이라던가, 살만 가득하던 그 때완 달리 제법 좋아진 몸 등으로 어필할 수 있겠지.

 

패션은 그닥 관심이 없지만 대체적인 대세의 흐름은 알고 있으니 스타일도 좋게 꾸밀 수 있을 것이고, 무엇보다도 어떤 회사가 흥하고 어떤 회사가 망할지를 알고 있으니 주식을 통한 용돈 벌이도 용이할 것이고......

 

미래를 안다는 것은 정말 운이 좋은 일이 아닐 수가 없다.

 

하지만 그의 마음을 찌르는 것은 종합부동산세로 고생하시던 부모님의 등이었다.

 

 

결국 그는 새로운 미래를 포기했다.

 

 

 

웃돈주고 산 소주를 입에 들이부르며 태현은 공원 벤치에 앉았다.

 

"하하...... 노무현 개새끼!"

 

때는 2007년, 노무현 정권의 막바지로 국민들의 불신이 하늘을 찌를 때였다. 인터넷에는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 혹은 "노시개" 같은 노무현 비하성 댓글이 즐비했고 민주당 10년 정권은 결국 그들의 무능함을 어필함으로써 막을 내리고 있었다.

 

왠지 눈에서 눈물이 난다. 행복한 미래와 불행한 미래 두 개의 미래 중에 행복한 미래의 가능성을 보고도 그 것을 포기해야하는 슬픔이란.

 

하지만 그의 부모님에게 다시 등골을 빨고 싶지가 않았다.

 

 

물론 그도 알고 있다. 현재 그의 부모님은 등골을 아직 빨리지 않았다. 하지만 왠지 모를 미안함이 그를 엄습했다.

 

 

 

술기운 때문일까? 용감해진 태현이다.

 

공원과 그의 집 사이에 위치한 첫사랑의 집 앞 공중전화에 동전 몇개를 집어넣고 몇년동안 잊을래야 잊을 수 없던 번호를 누른다.

 

이상하게도 이 번호는 정지되었다가 풀릴 때도, 휴대폰이 스마트폰으로 바뀔 때도 늘 그대로다.

 

물론 그녀의 집 번호도 마찬가지다.

 

언제나처럼 클래식이 울린다. 비발디의 사계 중 뭐였더라...... 태현은 실실 웃으며 고개를 들어 그 집을 응시했다.

 

그 방은 불이 켜져 있다.

 

매일 밤 그와 그녀의 데이트가 끝나고 그녀를 집 안에 데려다 준 후 그 방에 불이 켜지길 기다렸었다. 그리고 불이 켜지면 창문이 살짝 열리고 그녀의 환한 웃음과 손짓이 그를 배웅했다.

 

-여보세요?

 

한참동안 컬러링이 들린 후 그녀가 전화를 받았다.

 

"나야."

 

취했는지 앞뒤 상황 재지도 않고 그는 습관처럼 말했다.

 

-......누구?

 

"나라고 나."

 

-누구신데요?

 

"나라고, 너의 삐-!"

 

결국 둘사이에 부르던 애칭을 꺼내고만 태현이다. 심지어 아직 그런 애칭 붙지도 않았다. 이만하면 진상 중의 진상이다.

 

-장난 전화 하지마세요. 끊을게요.

 

뚜뚜뚜

 

"my soul slides away, but don't look back in anger. i heard you say."

 

벽에 머리를 박은 채 또 가사를 씨부리던 그는 다음 목적지로 향한다.

 

 

 

그의 집에서 2~3키로 떨어진 커다란 공원. 호수엔 번지점프대가 있고 오리들이 헤엄친다. 여름밤, 낮에 온 단비로 인해 하늘은 맑고 땅은 촉촉하다.

 

바지가 젖던 말던 그는 자리에 앉았다. 이 자리가 그 자리였다. 같이 별을 보던 자리였다.

 

 

하늘엔 언제나처럼 북두칠성이 보인다.

 

 

"아레가 데네브 아르타이브 베가...... 키미가 유비사스 나츠노 다이 삼가쿠....."

 

아직 나오지도 않은 노래를 중얼거리며 미친새끼처럼 쳐웃던 그는 문득 눈 앞에 낯익은 한 아이가 서있음을 깨달았다.

 

영화같은 재회였다. 아이러니한 표현이지만, 앞으로 일어날 모든걸 기억하는 소년과 일어났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소녀는 그렇게 한참동안 서로를 마주봤다.

 

"저기......"

 

소녀가 먼저 입을 연다.

 

"학원에 늘 서있던 그 오빠 아니신가요?"

 

보통 그런 이유로 말을 걸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말을 건다는 것은 무언가 그녀에게 그가 특별한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제서야 태현은 깨달았다.

 

 

이 미래는 바꿀 수가 없구나.  그가 저질렀던 일이 너무나 병신같고 거대해서 수습할 수가 없구나.

 

 

사랑은 잊어도 죄책감은 영원히 갖고 살아야 한다.

 

 

그렇다면 결론은 나왔다. 그는 늘 하고 싶었던 것처럼 그녀를 와락 껴안아버렸다.

 

 

17살의 현지는 급격히 성장한 탓에 태현과 키가 비슷했지만 지금은 아직 왜소한 중학교 2학년일 뿐이다.

 

 

"현지야."

 

"네, 네?"

 

"현지야."

 

"누, 누구세요?"

 

당황하는 그녀의 반응을 알면서도 태현은 그녀를 더욱더 거세게 안았다. 그리고 계속해서 이름을 부른다.

 

"늘 미안했어."

 

거기까지 말한 그는 포옹을 풀고 15살의 그녀의 머리를 한 번 쓸어 넘겨 주었다.

 

공원 내 카페에선 둘을 애도하는 것처럼 타이밍 좋게 oasis의 stand by me 가 흘러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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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샹키 2012.07.07 18:34 (*.246.78.129)
    군대가기전까지 연재완료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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