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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은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나이상으론 중학교 졸업한지 반년도 채 안 지난 찬현이지만 실제는 6년도 더 지난 시절이기에 가물가물한 내용들이다.

 

하품을 몇 번 하고 본능적으로 바지춤에 손을 넣어 가랑이를 긁적이고, 머리를 숙여 꾸벅꾸벅 졸다가 발표하라는 소리에 혼자 놀라 고개를 드는 등 추태를 보이던 찬현은 한 여자아이의 발표 때 유난히 집중했다.

 

바로 정현의 친구인 이름 모를 소녀였다.

 

소녀는 제법 똑똑한듯, 어려운 수학 문제를 교과서처럼 설명을 곁들여 읽어 나갔다.

 

다른 아이들도 발표를 몇 번 하긴 했지만 그 누구도 소녀처럼 완벽한 발표는 해내지 못했기에 우레 같은 박수 소리가 교실을 메웠다.

 

그리고 한 쪽 구석에선 작은 키의 중년 여성이 환하게 웃으며 소녀를 향해 엄지를 내밀었다.

 

아무래도 소녀의 모친인 듯 했다.

 

찬현은 그 소녀에게 마음이 있었지만 소녀 이야기는 관두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어차피 안 이루어질 것이니까.

 

 

짧았다면 짧고 길다면 긴 한시간이 끝나자 소녀들은 각자의 부모를 향해 달려왔다.

 

하지만 정현은 약간 토라진 얼굴로 찬현을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니 와그라네."

 

찬현은 언제나처럼 퉁명스럽게 물었다.

 

"몰라서 묻나?"

 

정현은 날카롭게 쏘아붙이며 시선을 돌렸지만 찬현에게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아쉽게도 찬현은 눈치가 너무나도 부족했다.

 

"모르니까 하는 말이지. 니 내가 알면 물어봤겠나?"

 

정현을 아주 당연한 듯 말하는 찬현에게 질린듯 눈을 크게 떴다.

 

"오빤 인간이 와 그라는데?"

 

"뭐."

 

"그렇다이가! 오빤 내 보호자로 왔다! 그런데 계속 아현이한테 눈 돌릴래? 누구 오빠얀데? 어?!"

 

주변의 소란이 조금씩 줄어간다. 그제서야 정현은 사태파악을 했다. 성량이 너무 컸던 것이다. 거기다가 구체적인 이름까지 거론되었으니 그 아현이란 소녀의 귀에도 들어갈 것이다. 아니, 이미 한 쪽 구석에서 놀란듯 입을 가린 채 둘을 바라보고 있다.

 

"아...... 쪽팔려 죽겠다!"

 

정현은 그대로 책상에 손을 포갠 채 머리를 묻고 울기 시작했다. 찬현은 그런 동생을 달래려고 했으나 주변의 모든 시선이 그에게 꽂히자 언제나처럼 부들부들 떨다 몸을 일으키고 말았다.

 

"내...... 내, 간다. 집에서 보자. 치, 치, 치......"

 

찬현은 문을 벌컥 열고 눈물을 훔치며 달렸다. 입으로는 하지 못했단 말을 뇌까린채......

 

"치킨...... 한마리 먹으면서......"

 

원래라면 남자로 태어난 그의 동생과 그가 심심하면 즐기던 치킨.......

 

오르고 올라 1만원 중반대라는 그리 가볍지 않은 가격을 자랑하면서도 야식계의 엘리트 자리를 차지하는 치킨......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올라오며 잃은 것은 그의 순수함과 동생의 성별만이 아니었다.

 

두 사람의 치킨에 대한 애정 역시 사라지고 말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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