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여동생이 이렇게 못 생겼을리가 없어 - 10
벤치에 앉아 고뇌를 하던 찬현은 허탈한 기분에 고개를 숙였다.
이 곳은 현실이다. 비록 타임 슬립이라는 희한한 일을 겪긴 했지만, 그렇다고 그가 무언가 대단한 이능력을 얻은 것도 아니다.
스포츠에 관심이 없는 터라 경기의 승패도 잘 몰라 토토 같은 대박의 찬스를 잡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성인이 아닌 고교생의 몸은 무력함의 결정체라고도 할 수 있다.
사실 성인이라고 해도 돈과 배경이 없다면 무력한건 마찬가지지만.
어쨌든 이 곳은 애니메이션의 세계처럼 죽음의 선이 보이는 그런 곳이 아니다.
그에게 주어진 제 2의 삶이자 과거의 그와 같으면서도 다른, 굳이 말하자면 기회다.
"공부나 해볼까."
실제로 공부를 안한 덕에 2년 뒤에 전문대 원서를 쓰고 진로를 잘 못 택했다고 절규하며 다른 전문대로 가기 위해 다시 입시 준비를 하는 그다.
혹시 아는가, 지금부터 공부하면 인서울은 힘들어도 지방 국립대 정도는 갈지.
사무라이 걸의 얼굴이 스쳐 지나간다. 나영이의 얼굴이, 미뇽의 목소리가, 제이나의 깐죽거리던 모습이 떠오른다.
샹여는 지금 고등학교 2학년인가? 샹키랑 같이 있을 수도 있겠다.
차라리 태현이처럼 유진이나 빨아볼걸 하는 생각도 든다.
'미뇽아! 뽀찌 보여도!'
'씹걸레년이. 니는 그냥 여기 들어오지마라!'
'J바이러스......'
4년 뒤, 5년 뒤.
점점 그는 여성 불신으로 변해간다.
-오빤 참 자상해요.
콱 하는 소리와 함께 찬현의 주먹이 벤치 바닥에 박혔다.
미친듯이 아프지만 주먹보다 가슴이 더 쓰리다.
눈물이 앞을 가리고 시야가 흐려진다.
그리고 귓가엔 표준어 욕설과 함께 둔탁한 타격음이 들려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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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부상 출연 다음 회로 미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