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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2011.11.18 20:33

원룸

조회 수 1130 추천 수 0 댓글 1
불과 며칠 전에 일어났던 일입니다.
 
 저는 지방대 원룸 촌에 사는 졸업반 대학생입니다. 제가 사는 원룸촌은 시골분위기가 상당히 묻어나는 그런 곳인데요. 저는 그중 한 마당 안에 원룸건물과 주인아저씨 댁이 같이 있는 곳에 살고 있습니다. 물론 같은 건물은 아니고 한 마당 안에 두 건물이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원래 이 원룸은 1,2층에 모두 사람이 있었는데 올해 들어서는 2층만 쓰게 되었습니다. 1층엔 더 이상 사람을 받지 않겠다고 하시더군요. 왜 그러시는지는 잘 몰라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살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원래 1층에 103호에 살고 있다가 바로 윗집인 203호로 옮겼습니다. 사실 1층보다는 2층이 나으니 불만은 없었죠.
 
 2층에는 방이 다섯 개 인데 남은 방 두 개에 계시는 아주머니들은 방만 계약하고 집에 거의 안계시고 제가 사는 203호 옆 202호와 앞집 206호는 각각 제 친구들이 살고 있는 방입니다. 그러다보니 자주 어울려 다니곤 하는 친한 녀석들입니다.
 
 한 반년이상 아무 일 없이 잘 살다가 어느 날 밤늦게 까지 레포트를 정리하다 문득 배가 고파져서 허기를 달래기 위해 편의점으로 먹을거리를 사러 나갔습니다. 그때가 새벽 3시쯤 되었을까요.
 
 가볍게 삼각 김밥과 마실 거리를 봉지에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그날따라 가로등도 꺼져있고 주변에 아무 불빛도 없어서 더 선명하게 기억이 납니다. 오는 길에 제가 사는 원룸을 빤히 쳐다보며 걷고 있었는데, 1층 102호에서 정확히 불이 켜졌다. 꺼졌다. 켜졌다. 꺼졌다. 켜졌다. 꺼졌다. 하고 3번을 반복하는 겁니다.
 
 처음에는 주인집 아저씨가 들어가서 뭘 손보나 보다는 생각에 별 생각없이 집으로 들어와 2층으로 올라가려고 했는데, 지금 시간은 새벽3시, 아무리 생각해도 주인집 아저씨가 이 시간까지 깨어있을리도 없고 일이 생겼다고 해도 이런 새벽에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이 되어서, 102호문 앞까지 걸어가 벨을 두세 번 눌러보고 문손잡이를 잡고 돌려보았습니다.
 
 철컥 거리기만 하고 문이 열려있진 않더군요. 안에서 인기척도 전혀 없고요.
 
 그때서야 문득 머릿속으로 이건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팍 들면서, 정말 쏜살같이 계단으로 뛰어가 제방으로 들어갔습니다. 현관문을 쿵 닫고 고리를 딱 건채로 등을 문에 기대고 가만히 있었습니다. 등에는 식은땀이 흐르고, 아무 생각도 안 나더군요. 그저 멍한 채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문고리만 꽉 잡고 있었습니다.
 
 그때
 끼이익 하고 복도를 탄 채 문이 열리는 소리가 밑에서 들려오더군요. 그때의 심정은 대체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문을 닫는 소리와 함께 또각또각 하고 분명한 발자국 소리로 복도를 걸어오는 소리가 울려퍼졌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정도로 선명한 소리를 내는 신발이 라고야 여성의 하이힐 정도라고 생각되네요. 그대로 그 소리가 밖으로 나가주었으면 얼마나 다행이었을까요.
 
 그 소리는 2층으로 올라오는 계단을 타고 제 방 앞까지 다가왔습니다. 하나하나 소리가 가까워질 때마다 머리는 공황에 빠지고, 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답이 나오지 않아 미칠 거 같더군요. 정말 간절하게 저리 좀 가라라고 그렇게 빌었건만 아무 소용없이 제 방 바로 앞에서 멈춘 소리가 약 10초쯤 지나더니.
 
똑. 똑.
 
 하고 문을 두드렸습니다.
 
 온 몸의 털이란 털은 곤두서고 이런 시발이라는 생각밖에 안 들더군요. 정말 최선을 다해 숨소리도 죽이고 아무 소리를 내지 않으려 노력하며 기다렸습니다. 그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모르겠는데, 다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더군요.
 
똑. 똑. 똑.
 
똑. 똑. 똑. 똑
 
똑. 똑. 똑. 똑. 똑
똑. 똑. 똑. 똑. 똑. 똑
 
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
 
 이대로는 미쳐버리겠다 싶어서, 조용히 주머니에 있던 폰을 꺼내 옆방과 앞방의 친구들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전화통화를 하면 그 소리가 들릴 태니 차마, 그러지 못하고요. 정말 간절히 이 친구들이 자고 있지 않기를 바라면서, 안자고 있으면 제발 지금 당장 최대한 빨리 현관문 박차고 좀 내방에 와달라고, 그렇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문 앞에 있는 밖을 내다보는 구멍으로 조심스레 밖을 보았지만 무언가로 막아놓은 것처럼 파란색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도 문을 두드리는 소리는 계속 귀를 따갑게 때려댔습니다.
 
그때
 
 옆방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면서, 친구 한명이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와 동시에 문을 두드리는 소리는 딱하고 멈춰버리고, 저는 너무 반가운 마음에 문을 열려고 했는데 이 친구가 평소에는 제 방문을 노크도 안하고 그냥 벌컥 벌컥 열어젖히는 친군데 그날은 어째 가만히 걸어오더니
 
 똑. 똑.
 
 하고 문을 두드리는 겁니다. 평소 같으면 야밤이라 노크를 하나보다 라고 생각했는데 그날따라 왠지 죽어도 문을 열면 안 될꺼 같은 느낌에 친구이름을 나지막히 불렀습니다.
 
 그러니까 바로
 
덜컥. 덜컥. 덜컥. 덜컥. 덜컥. 덜컥. 덜컥. 덜컥. 덜컥. 덜컥. 덜컥. 덜컥. 덜컥. 덜컥. 덜컥. 덜컥. 덜컥. 덜컥. 덜컥. 덜컥. 덜컥. 덜컥. 덜컥. 덜컥. 덜컥. 덜컥. 덜컥. 덜컥. 덜컥. 덜컥. 덜컥. 덜컥. 덜컥. 덜컥. 덜컥. 덜컥. 덜컥. 덜컥. 덜컥. 덜컥. 덜컥. 덜컥. 덜컥. 덜컥. 덜컥.
 
 이대로 라면 미쳐버리겠다 싶어서 시발! 꺼지라고! 소리를 지르며 문을 벌컥 열었습니다. 문 앞에 누군가 있다면 문에 맞고 쓰러질 정도로 강하게요. 그와 함께 문손잡이를 잡고 문을 열던 제 손목을 차가운 무언가가 탁 하고 잡더군요. 고개를 드려는 순간 앞방에 있던 제 친구가 문을 열고 후다닥 나왔습니다.
 
 고개를 들어보니 제 눈앞엔 자기 방에서 갓 나온 채 뻥친 표정으로 저를 멍하니 처다보는 친구가 있고, 그 외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제가 문잡고 흔들었냐고 묻자. 친구가 내가 미쳤냐? 라고 답하더군요.
 
 그리고 대체 무슨 일이냐고 다그치는 친구에게 아무 말 못하고, 그날은 일단 친구 집에서 같이 잤습니다. 다음날 알아보니 옆방 친구는 그날 동아리 얘들이랑 술을 먹고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과연 1층에서 절 따라온 존재는 무엇이었을까요.
 
 지금도 전 밤에 혼자 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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