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에 널어놓았던 내 속옷을 훔친 녀석이 잡혔다.
경찰에 의하면 도둑은 근처 사는 고등학생이라고 한다.
속옷을 도둑맞은 것 자체가 기분 나쁘지만,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역시 아파트 전세가 싸다고 오는 게 아니었다.
"베란다에 서있던 머리 긴 여자에게 한 눈에 반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훔쳐 버렸다."
경찰에게 고등학생은 이렇게 말했다고 하는데,
우리 집에는 숏커트인 나와 남편뿐.
혹시 착각한 게 아닐까 생각했는데,
윗층에 이사 온 사람과 길가에서 이야기하고 있으니,
그 사람의 아이가 우리집 베란다를 가리키며 말했다.
"엄마 저 언니 울고있어"
깜짝 놀라 바로 올려봤지만 베란다엔 역시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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