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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2011.11.14 19:49

경찰학교의 귀신

조회 수 1209 추천 수 0 댓글 3
기리님이 투고해주신 이야기입니다.


제가 군대에 있던 2001년의 이야기입니다.


의경을 지원해서 입대했던 저는 훈련소를 거쳐 경찰 학교에 가게 되었습니다.

경찰 학교에서는 각 층별로 중앙과 양 쪽 끝에 모두 3명이 불침번으로 근무를 했습니다.


저는 일과를 마치고 자고 있었는데, 갑자기 새벽에 쿵하는 소리가 났습니다.

뭐가 떨어졌다보다라고만 생각하고 피곤한 나머지 계속 잠을 청했는데, 몇 분 지나지 않아 [으악!]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순간 주변의 불이 모두 켜졌습니다.

원래 그런 상황에서는 자리를 비워서는 안 되지만 저를 포함한 몇몇 훈련병들은 밖으로 나와 무슨 일인지 상황을 살폈습니다.

자세히 보니 화장실 쪽에 2명이 쓰러져 있었습니다.


츄리닝이 아닌 근무복을 입고 있는 것으로 보아 불침번을 서던 사람인 것 같았습니다.

곧 교관들이 뛰어 들어 왔고, 다시 불을 끄고 다들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어제 불침번을 서다 기절한 2명은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그리고 경찰 학교에서의 교육을 마치고 자대로 배치될 때까지 결코 돌아오지 않았죠.

더욱 이상한 것은, 그 날 이후로 불침번 근무자들에게 3명이 중앙에 함께 모여 근무를 하라는 중대장의 지시가 내려왔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를 포함한 훈련병들은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수군대기 시작했죠.


그리고 관심은 그 날 불침번을 서던 3명 중 유일하게 기절하지 않은 훈련병 한 명에게 쏠렸습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원래대로라면 중앙과 양 끝에 한 명씩 서 있어야 했지만, 기간병들이 다 자는 새벽이다 보니 중앙에 다 같이 모여서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근무 도중 화장실에서 물소리가 들리더라는겁니다.


원래 군대에서는 밤에 마음대로 이동을 하지 못하고, 화장실이 급하면 꼭 근무자에게 말을 하고 다녀와야 합니다.

그래서 누가 말도 안 하고 화장실에 갔냐며 투덜대고 있는데, 한참이 지나도 물소리가 끊기지를 않았다고 합니다.

아마 누가 물을 잠그지 않고 돌아갔나 싶어 화장실 앞 근무자가(화장실은 복도의 한 쪽 끝에 있습니다.) 물을 잠그러 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가 화장실에 들어가자 쿵하는 소리가 울렸습니다.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중앙 쪽 근무자가 화장실로 달려갔는데, 역시 [으악!] 하는 단말마만을 내뱉고 쓰러졌다는 겁니다.

혼자 남은 근무자는 깜짝 놀라 복도의 불을 다 켜고 달려 가보니, 한 명은 화장실 안에 쓰러져 있고, 다른 한 명은 화장실 입구에 쓰러져 있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역시 원인은 알지 못했고, 결국 우리들은 교육을 마치고 각각 다른 부대로 배치되었습니다.

그로부터 1년 정도 지났을까요.

저는 상경을 넘어 수경으로 진급했고, 아랫기수의 후임과 근무를 서고 있었습니다.


근무 도중 심심한 나머지 후임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제가 경찰 학교에서 겪었던 이야기도 꺼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한참 듣던 후임이 제게 말하는 겁니다.


후임이 경찰 학교에서 교육을 받던 때, 병원에 다녀와서 한 기수 늦게 교육에 참여하게 된 사람과 같은 방을 썼었다는 겁니다.

알고보니 그 때 기절하고 나서 병원으로 후송되었던 근무자 중 한 명이 제 후임과 같은 방을 썼었던 겁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했다며 후임이 제게 들려준 이야기는 너무나 충격적인 것이었습니다.


그 사람은 중앙 쪽에서 근무하던 사람이었는데, 화장실에 물을 잠그러 간 녀석이 돌아오질 않길래 무슨 일인가 싶어 따라갔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화장실에서 무언가가 기어다니는 듯한 소리가 들렸고, 이상하다 싶어 화장실의 불을 켰더니 물을 잠그러 갔던 친구가 쓰러져 있고, 왠 하반신이 없는 여자가 자기를 보고 팔꿈치로 미친듯이 기어오더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제 후임 역시 경찰 학교 시절 그 여자를 봤다고 합니다.


새벽에 3층 베란다에서 그 고참과 몰래 담배를 피고 있는데, 긴 머리의 짧은 여자가 아주 빠른 속도로 기어서 경찰 학교 뒷문으로 가고 있는 것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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