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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2013.03.26 02:59

[훗카이도 여행 8]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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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전말이라고?] 남자는 비웃듯이 미소를 지었다. [걱정하지 마. 네 녀석의 사장에게 허락을 맡았으니까.] 남자는 나의 가슴에 주먹을 댔다. 그러자 남자의 주먹이 아무런 반응도 없이, 나의 몸을 빠져나갔다. [봤지? 나는 너에게 아무 짓도 하지 못해. 그 오카마가 너를 완벽하게 방어하고 있고, 나도 그 오카마에게 내 능력이 잡힌 상태니까. 지금의 나는, 그 오카마에게 불알을 잡힌 무기력한 사람일 뿐이야.] 나는 뒷걸음질쳤다. [나한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남자는 어디선가 의자를 꺼내서 앉았다. [아까도 말했겠지만, 사건의 전말말이다. 왜 나와 여동생이 너를 노린 것인지, 또 왜 죽이려고 한 것인지를.. 너는 들을 권리가 있어.] 확실하지는 않았지만, 그 남자는 나를 해칠 의도는 없어 보였다. 솔직히 나도 이 소동의 동기와 이유를 알고 싶었다. [좋아. 그럼 들려줘. 이 사건의 전말을..] [그래, 그래야지. 안 그러면 내가 여기 일부러 찾아온 보람이 없을 테니까 말이야.] 남자는 담배를 땅바닥에 버리고, 발로 비벼 껐다.

 

 

[처음 너를 만난 것은, 네가 오토바이로 오타루에 왔을 때다. 여행이지? 너는 그것을 하러 왔겠지. 나는 우연히 오타루에 용건이 있어서 갔었다. 그때, 여동생인 나나코가 너를 주목한 것이다. 왜냐하면, 네 녀석은 나나코에게 있어서 부러운 존재였기 때문이다. 빛에 모여드는 벌레처럼, 나나코는 너에게 끌려들었지.] 나는 곤혹했다. [왜, 내가? 나의 어떤 점이 부러웠다는 거지?] [너의 마음속에는 따뜻한 가족관계가 있었다. 그것을 본 거야. 나나코는 그게 부러웠다. 우리 가족은 말하자면, 똥 오줌 구덩이 같았어. 특히, 나나코는 생전에 상당히 시달렸어. 개씹같은 아버지 때문이지. 말하는 뽄새도 교활하기 그지없었어. 친아버지가 자식을 성 노리개로 삼다니. 게다가 아버지는 극단적인 새디즘(정상적인 이성간(異性間)의 성(性)행위나 성에 의한 애정의 교환으로는 만족할 수 없어, 상대 이성에게 고통을 주고 폭력에 의해서 상대가 비명을 울리고 몸부림치며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보고 비로소 성적(性的)인 만족감을 느끼는 이상 성격(異常性格)을 말한다. -네이버 지식사전-)을 가진 소유자였어. 때문에, 여동생은 나를 유일하게 믿고 따랐어. 나에게 의지하려고 했어. 하지만 나는 무시했어. 정말 귀찮았거든. 솔직히 말해서, 나는 어떻게 되든 간에 상관없다고 생각했거든. 절망적이었겠지. 그래서 혼자 경찰서에도 가고, 어떻게든 주위에 도움을 구하려고 했어.] [잠깐 기다려.] 나는 남자의 이야기를 가로막았다. [기분이 나빠진 건가? 그렇겠지. 똥 오줌 같은 이야기야. 무리가 아니지.] 남자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고 입에 넣었다. 아까까지 사람을 비웃고 있던 남자의 얼굴은, 상당히 슬퍼 보였다. 이야기의 내용보다도 남자의 표정이 더 공포스러웠다.

 

 

[괜찮은가? 계속할까?] 나는 아무 말 없이 수긍했다. 될 수 있는 한 남자의 얼굴을 보지 않도록 주의했다. [나나코는 경찰에게 도움을 구했지만, 모두 무시되었어. 아버지는 좆같게도, 정신과 의사로서는 엘리트였지. 경찰과도 협력하고 있었고, 서의 간부들과 사이가 좋았어. 경찰들은 나나코의 말을 모두 무시했어. 더 큰 절망에 빠진 나나코는, 결국 정신이 병들어 정신병원에 입원했어. 하지만 병원마저도 아버지가 있는 병원이었지. 거기에서도 나나코는 지독한 취급을 받았어. 아버지는 경찰에 신고했다는 사실을 용서할 수 없었나 보더군. 그래서 나나코의 담당 간호사에게 명령해서, 나나코를 매일 때리게 시켰어. 믿을 수 있겠어? 이런 짓거리를 한 새끼가 친아버지라는 사실을? 결국, 나나코는 자살했어. 어디선가 가져온 밧줄로 목을 매고서.. 그때 나는 처음으로 울었어.] 나는 조용히 남자의 이야기를 들었다. 남자의 가족과 내 가족. 완전 정반대인 가족이었다. [나나코는 자살한 후, 이 세상을 방황하다가 내가 있는 곳으로 왔어. 나나코에게는 재능이 있었지만, 나와 같은 능력은 없었어. 그래서, 나에게 복수를 하고 싶다고 말하더군. 물론, 나는 거절할 수도 있었어. 하지만 나는 나나코가 죽고 나서, 처음으로 알아차린 감정을 거역할 수 없었어. 나는 나나코를 사랑하고 있었어. 그래서 나나코와 협력해서, 그 씹쌔끼와 간호사와 경찰관을 죽였어.]

 

 

[나는 나나코가 만족할 거로 생각했어. 하지만 그게 아니었어. 나는 영에 관한 지식을 어중간하게 가지고 있었어. 복수를 끝내도 나나코는 이미 죽어있었어. 내 눈앞에 있는 나나코는 내가 알던 나나코가 아니었어. 그냥 단순한 악령에 불과했어. 그러한 나나코의 정념이 덩어리가 되었고, 그것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더군. 나는 낙담했어. 아버지를 포함해서 총 3명을 죽였는데도, 나나코는 만족할 줄 몰랐어. 그냥 나나코의 모습을 한, 악령에 불과했어. 그리고 가면 갈수록 악령의 힘은 커져만 갔지. 그때 네 녀석이 나타난 거야. 단순히 복수의 정념으로 뭉쳐진 덩어리에 불과하던 나나코가 너에게 홀린 거야. 나는 놀랐어. 이상한 희망까지 생겼어. 하지만 나나코는 죽은 상태였지.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과는 달랐어.] [그래서 나를 죽이려고 한 거야? 웃기지 마!] [지금 생각해보면 무리지만, 그때는 막연한 희망이 있었어. 너와 나나코가 함께 있으면, 나나코가 원래대로 돌아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나는 남자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냥 죽이려고 했다면, 너는 얼마든지 나를 죽일 수 있었을 텐데.. 왜 당장에 죽이지 않은 거지? 왜 그렇게 일을 빙빙 돌려서 한 거야?] 나는 남자에게 따지 듯이 물었다. 남자의 표정은 그대로였다. [단순히, 곧 바로 죽은 영은 이 세상에 머물지 않아. 곧 바로 사라져버리지. 궁지에 몰아넣고, 괴롭히면, 그 영은 이 세상에 강한 정념을 남기고 길게 머물게 되지. 나는 네 녀석이 나나코와 영원히 함께 지내길 원했어.] 남자의 말에 온몸이 떨렸다.

 

 

[홋카이도에서 되돌아온 너는, 교통사고를 일으키고 중증을 생겼어. 그것도 나의 짓이야. 네가 다니던 회사 인사부장의 뇌에 침입해서, 해고 통지를 쓰게 한 것도 나야. 왼팔만 치료가 잘 안됐지? 그것도 나야. 이것 이외에 여러 가지. 뭐, 따져보면 셀 수 없지만..] 나는 떨리는 주먹을 눌렀다. [때려도 괜찮아. 여기서 참을 수 있는 것도, 전직 샐러리맨의 슬픈 천성 때문인가?] 나는 남자의 왼쪽 볼을 힘껏 때렸다. 남자는 의자에서 굴러떨어졌다. [음, 한대로 만족해?] 남자는 다시 의자에 앉았다. 나는 분노의 감정으로 온몸이 뜨거워지고 있었다. [진정하라고 말하는 게, 무리라는 걸 잘 알지만, 일단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봐. 나는 너에게 감사하고 있어.] [감사라고!?] [마지막에 네 녀석이 나나코와 함께 있었을 때의 이야기야. 그때, 나는 오카마의 부하에게 꽉 잡혀 있어서, 땅바닥에 엎드려 있었어. 그 오카마가 나보고 이 사건의 끝을 보라고 말하더군. 그래서 나는 너희를 보고 있었어. 그때... 나는 눈앞의 광경을 의심했어. 나는 기적을 보고 있었어. 단순히 복수의 정념 덩어리에 불과하던 나나코는 거기에 없었어. 너도 봤겠지? 그 나나코가 진짜 나나코야. 생전의 그 모습 그대로였어. 나나코는 연약한 여자였어.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울었지. 기적을 앞에서 목격한 나는, 어린아이처럼 울 수밖에 없었어. 처음에는 본능적으로 빛만 보면 달려드는 날파리에 불과하던 나나코가, 어느새 너를 정말로 좋아하며 기다리게 된 것이야.]

 

 

나는 떨리는 주먹을 내리고 침묵했다. [너도 어렴풋이, 알아차렸을 거야?] 나는 마지막에 봤던 그 여자의 얼굴을 떠올려보았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의 눈에서 눈물이 나오고 있었다. [울어 주는 건가?] 남자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너는 상냥한 남자구나. 그런 짓을 한 나나코를 위해서 울어 주다니. 너는 정말로 멋진 놈이었다. 나는 너의 용기에 계속해서 놀랐었어. 가정의 애정을 듬뿍 받고 자라온 네 녀석이, 나는 정말로 부러웠다. 나나코는 생전에, 누군가를 좋아한 적이 한 번도 없었어. 이런 모습 말고, 나나코가 살아있을 때 너를 만났더라면... 나에게 그전과 같은 용기가 있었더라면, 이런 일을 없었겠지.] 나는 울었다. 그 여자를 생각하고 울었다. 그 여자는 적이다. 그 여자가 나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잘 알고 있다. 그래도 나의 눈에서는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남자는 의자에서 일어서서 하늘을 쳐다보았다. [나도 나나코도, 사람들을 많이 괴롭혔다. 그래서인지, 나나코는 지옥에 떨어졌어. 다시 태어나도, 또 괴로운 인생을 보낼 거야. 하지만 만일 네가 나나코를 다시 만난다면... 그때는...] 남자는 발걸음을 돌리고, 나에게서 등을 돌렸다. [... 하긴, 그게 어디 내 맘대로 되어야지 말이야..] 남자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그의 등에는 진한 슬픔이 배어있었다.






괴담돌이 http://blog.naver.com/outlook_ex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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