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쓰기

장편
2013.03.26 02:55

[훗카이도 여행 5] 호텔

조회 수 662 추천 수 0 댓글 0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y3507




20층에 있는 호화스러운 호텔방. 예쁜 인테리어로 되어있는 이 방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은 두 사람의 남자. 한 사람은 공포로 떨고 있고, 한 사람은 고민한 채 고개를 숙이고 있다. 나와 존이다. 우리는 적의 강력함에 넉다운 당한 상태였다. 나의 마음은 절망감으로 가득했다. 도망치는 것만을 필사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존, 대부업자에게 돈이라도 빌릴 테니까, 어떻게든.. 내가 돈을 빌려서 200만 엔 맞출게. 그러니까, 사장에게 제령을 부탁해줘.] 존은 담배에 불을 켜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무리입니다, 형님. 사장은 한번 말한 것을 절대로 굽히지 않습니다. 저에게 제령을 시키겠다고 말한 이상, 제가 죽어도, 형님이 죽어도 사장은 손을 대지 않습니다.] 나는 테이블에 주먹을 내리쳤다. [웃기지 마!! 내 목숨이 걸렸단 말이야!!] [형님.] [너는 그 여자를 이길 수 없다고 말했잖아!!] [형님.] [200만 엔으로 모자란다면, 300만 엔이라도 준비할게!! 그러니까 나를 좀 도와줘!!!] [형님!!!!] 존이 언성을 높이며 일어섰다. [저를... 믿어 주십시오.]

 

 

[너를... 믿으라고?] 존은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 날카로운 눈빛에 나는 망설였다. [저는 형님을 지킵니다. 저는 형님을 무슨 일이 있어도 도울 겁니다. 그러니까, 저를 믿어 주세요. 저는 형님을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걸었습니다. 제가 죽어도.... 형님만큼은 제가 돕겠습니다.] 나는 곤혹스러웠다. 왜 이렇게까지 나를 도우려고 하는 것일까? [네가 그렇게까지 나를 지키고 싶어하는 이유가 뭐지? 너도 위험하잖아?] 존은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가 제령을 할 때는, 그 대상의 수호령의 힘을 빌립니다. 즉, 형님의 아버지입니다. 형님의 아버지와 많이 이야기했습니다. 존이라는 이름... 형님의 집에서 옛날에 기르던 개와 똑같은 이름이지요? 아버지께서는 웃고 계셨습니다. 저는 아직 미숙해서, 형님의 아버지와 이야기하고 있는 동안에, 아버지에게 빠져버린 걸 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형님이... 저의 진짜 형님처럼 생각됩니다.] [너....] [형님을 지키고 싶은 마음은 진실입니다. 형님의 아버지께서는 돌아가시기 직전에 형님이나 따님. 그리고 부인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미안하다는 기분이 가득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아버지는 형님을 필사적으로 지키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그 기분에 응하고 싶습니다.] 그것을 들은 나는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존이 나의 어깨를 움켜쥔다. [저를.... 믿어 주십시오.] 나의 어깨를 움켜쥔 존의 손은 따뜻했다.

 

 

깊은 밤. 나는 잘 수 없었다. 조금이라도 방심할까 봐 무서웠다. [존, 나의 아버지는 괜찮은 거야? 그런 여자와 싸우고 있는데도?] 존은 노트북의 키보드를 치면서 대답했다. [여자는 형님뿐만 아니라, 형님의 가족에게도 침입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형님의 수호는 저에게 맡기게 하고, 아버지께서는 가족의 지키는데 전념하고 있습니다.] 나는 고민했다. [뭐라고... 그 여자, 내 가족에게까지...] [괜찮습니다. 아버지께서 지켜 줄 겁니다.] 나는 물을 마셨다. [존. 나의 수호령이 아버지라는 사실은 알겠어. 그런데 너의 수호령은 없는 거야?] [있어요. 저의 수호령은 사장입니다.] [응?? 사장은 살아 있잖아?] [수호령은 살아 있든 죽어 있든, 악령에게는 관계가 없습니다. 영이라는 것은, 죽은 사람을 상상할지도 모르겠지만, 조금 다릅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악령은 자신의 감정이나 의지에 의존해서 존재하고, 수호령은 따뜻한 기억에 의존해서 존재합니다. 저의 마음속에는 사장님에 대한 따뜻한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의 마음속에는 사장이라는 수호령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저만 그런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도 그럽니다.] 나는 컵 속의 물을 응시했다. 이 녀석을 만나고 나서 불가사의한 것만을 듣는다.

 

 

갑자기 벨 소리가 방에 울려 퍼졌다. 나는 놀라서 소파에서 굴러떨어졌다. [이런 시간에 누구지?] 존이 일어서서, 출입구를 향했다. [이봐, 괜찮은 거야!? 그 여자가 아닐까!?] 존이 미소를 지으면서 [괜찮아요.] 라고 대답했다. 현관문을 열자, 거기에는 사장이 있었다. 사장이 방으로 들어와서 소파에 앉더니, 담배에 불을 켰다. [상태는 어때? 청년노숙자 씨.] 존이 잔에 와인을 붇고, 사장에게 내민다. [이런 깊은 밤에, 무슨 용건입니까, 사장님?] [아, 네가 메일로 보내온 계획서... 읽었어. 줄거리는 나쁘지 않아.] [고맙습니다.] [그런데 결정적인 착각을 하고 있구먼.] [착각...?] 존의 표정이 흐려진다. [뭐, 어쩔 수 없어. 나도 그걸 알아차린 건, 조금 전이니까. 네가 알아차리지 못해도 무리는 없어.] [어떤 겁니까, 사장님?] 사장이 재떨이에 담뱃재를 떨어뜨린다. 긴박한 분위기가 방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사장이 와인이 들어간 잔에 입을 댄다. 빨간 와인이 들어간 잔을 유연하게 다루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조금 전, 이 청년부랑자 군의 도플갱어가 나타났어.] [네, 저도 강제적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저도 침입당했습니다.] 존은 분한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나는 너의 현장실습 시작 당초에, 일종의 안전장치로 청년부랑자 군에게 미리 방벽을 쳤었지. 만일을 고려해서.. 그런데 그것을 깨부수더군, 게다가 놈은 도플갱어를 만들어 냈어. 내가 보기에는, 저 구중중한 여자에게는 그 정도의 힘은 없어 보여. 뭔가 이상한 걸 눈치채지 못했나 존?] [확실히 놀랬습니다. 사장님의 방화벽이 깨질줄이야.. 그런데 이상한 건 딱히 느끼지 못했습니다. 뭔가 있습니까?] 사장은 담배를 깊게 빨아들이며 내쉬었다.

 

 

[저 구중중한 여자가 중심이기는 하지만, 본체는 아니라는 거지. 나조차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본체는 깊은 곳에 숨겨져 있어. 아마도 그 놈은 죽은 사람이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아. 게다가, 상당한 실력이 있는 놈이야. 이 녀석은 예상이상으로 골치 아픈 상대라서 문제야.] 나는 조용히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이야기가 터무니없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본체 쪽은 나에게 맡겨. 이 녀석은 청년부랑자 군이 의뢰한 범위를 넘어섰어. 무료로 활동하는 건 싫지만, 어쩔 수 없군. 그대로 내버려두기에는 너무 위험하군. 하지만 그 구중중한 년이랑 남자 3명은 존, 네 녀석이 책임지고 처리해라. 확실히 제령 시켜라! 정령까지도 필요 없고, 제령에만 전념해라. 알겠어, 존?] 사장은 잔 속의 와인을 유연한 손짓으로 다 마셔버렸다.

 

 

사장이 방에서 나가고, 다시 나와 존 두 사람만 남게 되었다. 떠나기 직전에 사장이 이런 말을 했다. [이번 일이 끝나면 아버지의 묘지로 성묘하러 가봐. 외로워하고 있어. 지금은 자도록 해. 눈 밑이 너무 새까맣군.] 그러고 보니, 최근에 여러 가지 일이 많이 일어나는 바람에, 아버지의 묘지에 성묘도 갈 수 없었다. 이 일에서 무사히 살아서 돌아갈 수 있다면, 아버지의 묘지에 성묘하러 가자고 생각했다. 나는 소파에 앉아서, 멍하니 있었다. 정말 지쳤다. 자는 것은 무서웠지만, 수마에는 이길 수 없었다. 나는 어느새 잠에 빠져들고 있었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딘지도 모르는 빌딩의 옥상에 서 있었다. [여기는....?] 심야의 빌딩 옥상에는 찬 바람이 불고 있었다. [존!? 이봐, 존!?] 큰 소리로 존을 불러봤지만, 대답이 없었다. 나는 주변을 바라보다가, 시야의 가장자리에 뭔가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 순간, 머리를 맞은 것 같은 강한 충격이 찾아왔다. 나는 힘 없이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땅바닥에 쓰러진 나를, 본 적이 없는 거구의 남자가 내려다보고 있었다. [뭐야... 너는?] 남자가 주저앉으면서, 나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발버둥치지 마. 왜 순순히 죽지 않는 거야?] 남자의 뒤에는 그 미치광이 여자와 의사, 경찰관, 간호사의 모습이 보인다. 온몸의 피가 거꾸로 흐르는 것 같았다.

 

 

[나조차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본체는 깊은 곳에 숨겨져 있어.] 나는 사장의 말을 떠올렸다. 이 녀석이다. 나는 직관적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네놈인가!!! 네놈이 나를!!!] 남자가 내 머리를 땅바닥에 내동댕이쳤다. 머리에서 미지근한 것이 느껴졌다. 그럼에도 남자는 나를 계속 노려보고 있었다. 용서할 수 없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나를 이 일에 말려들게 한, 이 남자를 용서할 수 없었다. [네놈만은... 네놈만은... 절대로 용서못해!!] 남자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네 녀석이 나를 용서하고 않하고가 아니지. 내가 너를 죽일지 아닐지가 맞는 표현이란다. 귀찮은 오카마(여기서는 여사장을 오카마로 표현. 행동이 남성스러워서 그렇게 부른 것 같네요.)를 끌여들였더군. 나도 화가 많이 났어. 이제 너의 가족까지 죽이지 않으면, 내 여동생이 만족하지 못한다고 하더군. 그냥 순순히 죽으면 좋을 것을, 곤란하게 하는구나.] 남자는 이를 갈면서, 그렇게 말했다. 나는 남자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내 가족에게 손을 대는 것만은 절대로 용서 못해!!] 남자는 나의 팔을 뿌리쳤다. [너의 아버지와 똑같은 말을 하는구나. 부자지간에 정도껏 고집을 부려야지. 뭐, 이제 괜찮아. 나도 너를 진지한 마음으로 죽이고 싶으니까.] 나의 뒤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보니, 거기에는 내가 있었다. 도플갱어다. [형님, 저놈하고는 절대로 접촉되면 안 됩니다. 접촉되면 저도, 사장도 형님의 목숨을 살릴 수 없습니다!!] 나는 전력으로 달렸다.






괴담돌이 http://blog.naver.com/outlook_exp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1115 장편 [신부 2] 부모님에게 저주받고 있다 달달써니 2013.03.26 623 0
1114 장편 [신부 1] 처음으로 달달써니 2013.03.26 563 0
1113 장편 [훗카이도 여행 終] 처음과 끝 달달써니 2013.03.26 580 0
1112 장편 [훗카이도 여행 8] 전말 달달써니 2013.03.26 639 0
1111 장편 [훗카이도 여행 7] 빛 달달써니 2013.03.26 619 0
1110 장편 [훗카이도 여행 6] 전력질주 달달써니 2013.03.26 738 0
» 장편 [훗카이도 여행 5] 호텔 달달써니 2013.03.26 662 0
1108 장편 [훗카이도 여행 4] 밤 달달써니 2013.03.26 671 0
1107 장편 [훗카이도 여행 3] 허공 달달써니 2013.03.26 648 0
1106 장편 [훗카이도 여행 2] 3개월 달달써니 2013.03.26 625 0
1105 장편 [훗카이도 여행 1] 항상 따라다니는 여자 달달써니 2013.03.26 654 0
1104 장편 지하동굴 (下) 1 달달써니 2013.03.26 631 0
1103 장편 지하동굴 (中) 달달써니 2013.03.26 569 0
1102 장편 지하동굴 (上) 달달써니 2013.03.26 664 0
1101 장편 사악한 시선 (下) 1 달달써니 2013.03.25 613 1
1100 장편 사악한 시선 (上) 1 달달써니 2013.03.25 683 1
1099 단편 [2ch] 에메랄드 그린 2 달달써니 2013.03.24 644 1
1098 단편 [2ch] 반창고 달달써니 2013.03.24 646 1
1097 단편 [2ch] 계속 지켜볼게요 달달써니 2013.03.24 599 1
1096 단편 [2ch] 웃어라 1 달달써니 2013.03.24 700 1
1095 단편 [2ch] 어머니의 도시락 2 달달써니 2013.03.24 917 2
1094 단편 [2ch] 살아야 할 이유 달달써니 2013.03.24 563 0
1093 단편 [2ch] 오므라이스 달달써니 2013.03.24 799 0
1092 장편 [해파리] 입속의 바다 달달써니 2013.03.24 879 1
1091 장편 [해파리] 시체를 낚는 남자 달달써니 2013.03.24 953 1
Board Pagination Prev 1 ...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 67 Next
/ 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