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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2013.03.24 04:41

[2ch] 에메랄드 그린

조회 수 644 추천 수 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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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30년 전 초등학생 때.


 

다른 아이들보다 덧셈, 뺄셈 계산이나 대화 속도가 조금 느리던 A군이 있었다.


그렇지만 그림은 잘 그리는 아이였다. 그 아이는, 하늘 그림을 자주 그렸다.


시원하게 탁 트인 그 그림을 보고 나는 어린 마음에 감탄했었다.


 


담임이었던 N선생님은 수학 시간에 풀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 아이에게 문제를 내주었다.


그러면 그 아이는 식은땀을 흘리면서 손가락을 사용해서, 어떻게든 답을 구하려고 했고


그 모습을 보고, 주변에 있는 반 아이들은 항상 비웃곤 했다. 


하지만 N선생님은, 답이 나올 때까지 끈질기게 몇 번이나 그 아이에게 문제를 내주곤 했다.


나는 그런 N선생님을 아주 싫어했다.


 


그러다가 내가 초등학교 6학년이 되기 전에


N선생님은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게 되었다.


전교생이 모인 가운데, 선생님과의 이별회가 열리게 되었다.


전교생을 대표해서, 이별의 말을 전해줄 사람이 필요했다.

 

[선생님이 가장 많이 돌봐준 아이는 A군이니까, A군이 말해라!] 

 



어떤 바보가 그런 말을 꺼냈다.


사람들은 A군이 말을 더듬는 모습을 기대한 것이다.


나는 지금도 A군의 말을 잊을 수 없다.


A군은 강연대에 올라가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를, 평범한 아이들과 똑같이 가르쳐주셔서 고마웠습니다.]

 

A군의 이야기는 10분 동안 계속되었다.


그림물감 사용하는 방법을 가르쳐 준 일. 


방과 후에 늘 곁에 있으면서 주판을


사용하는 방법을 가르쳐 준 일. 


 


A군이 이야기하는 동안 수다를 떠는 아이는 한 명도 없었습니다.


단지, N선생님이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울음을 참는 소리만 체육관에 울릴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미 30년이나 지난 지금.


어제 백화점에 갔는데 백화점 포스트 카드에 아름다운 수채화와 함께 A군의 사인을 발견했습니다.


N선생님은 지금, 벽지에서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을 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은, 교원이 적고 어린이들이 집에서 2시간 정도 걸어야만 등교할 수 있는 학교를 스스로 찾아갔습니다.


 


N선생님의 댁에는, 매년 여름마다 A군이 그린 그림이 보내진다고 합니다.


A군은 그 후, 중학교를 졸업하고 평범한 아이들처럼 고등학교에 입학했고


좋은 성적으로 미대에 진학했습니다. 


 


그날 이별회에서 N선생님이 하셨던 말씀이 떠오릅니다.



[A군의 그림은 위트릴로의 그림과 비슷해요. 어쩌면 여기 있는 여러분은 본 적이 없을지도 모르겠네요.


위트릴로는 프랑스 사람으로, 거리나 풍경을 많이 그린 사람이지만, 그중에서도 하늘을 그린 그림이 가장 예뻤답니다.


A군에게는 그러한 남다른 재능이 있답니다. 비록 그림에 들어가는 물감이나 기법은 부족하지만,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된답니다.


A군은 열심히 그림을 그려서, 언젠가는 자신만의 그림을 그릴 거라고 생각해요.


남보다 재능이 부족하다고 남보다 못한 것은 아닙니다! 분명히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재능이 누구에게나 있으니까요.]


 


지금도 A군은, 하늘을 그린 그림을 선생님에게 보낸다고 합니다.


그 하늘은,


N선생님이 물감을 사용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을 때 가장 즐겨 사용했던


에메랄드 그린으로 그린다고 합니다.






괴담돌이 http://blog.naver.com/outlook_ex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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