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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2013.03.26 02:45

지하동굴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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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BQvki




우리는 작은 소리로 [좆됐다. 사람 온다.] 라고 서로 떨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졌습니다. 발소리는 멀리서 들려왔지만, 어느 방향에서 들려오는지도 몰랐고, 지금 밖으로 나와도 시설의 구조와 위치를 모르기 때문에 그냥 있기로 했습니다. B가 [아.. 가까이 오는 거 같은데? 어떡할래] 라고 말했습니다. 저도 솔직히 심장이 쿵쾅쿵쾅 뛰면서 [이쪽으로 오지 말라고 빌어야지. 올 것 같으면 일단 숨고보자..] 그런데 발소리는 확실히 우리가 있는 쪽으로 들리고 있었습니다. 그때 B가 갑자기 다른 화장실의 문에 손을 댔습니다. 하지만 열리지 않았습니다. 옆의 화장실도 열리지 않았습니다. [아 씨발! 왜 안 열려!] 발소리는 15M 정도까지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그때 느낀 거지만, 발소리의 주인공들은 확실히 화장실 쪽으로 온다고 확신했습니다. B도 같은 생각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저와 B는 가만히 서 있었습니다. 그러자 B가 [아... 야 방법이 없다. 걍 내려가 보자.] 라고 말했습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계단을 내려가는 건 싫었지만, 도망칠만한 다른 장소도 없었고, 어둠 속에서 도망친다고 해도 금방 잡힐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심야의 종교시설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판단력도 둔해졌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발소리가 거의 화장실 근처에 이르렀을 때, 저와 B는 화장실의 문을 열고 조용히 계단으로 내려갔습니다. 계단은 콘크리트로 되어있었는데, 의외로 짧은 계단이었습니다. 캄캄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앞을 걷고 있었던 B가, 계단을 다 내려오자마자 눈앞에 보이는 문을 열었습니다.



안에는 방이 있었습니다. 방 천장에는 오렌지 색 꼬마전구가 몇 개 달려있었고, 방 전체는 연한 오렌지 색으로 싸여 있었습니다. 저와 B가 그 방에 들어가서 조용히 문을 닫았습니다. 언뜻 주위를 둘러보니, 적어도 20평 정도는 되어 보였습니다. 그런데 방 한복판에 이상한 물체가 매달려 있었습니다. 설명하기 어렵지만, 철로 된 거대한 훌라후프 같은 것이 매달려 있는 느낌입니다. 그 물체는 방을 거의 꽉 메울 정도로 거대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딴 것보다는 다른 것을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A랑 다른 아이들은...] 이라고 작은 소리로 말하니까, B는 [잘 모르겠어..] 라며 떨리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리고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습니다. 아까 우리가 들었던 그 발소리의 주인공들이 예상대로 화장실 안으로 들어온 것을 알았습니다.

 

 

바로 위에서 발소리가 콘크리트를 타고 울려 퍼졌습니다. 그 발소리는 3명에서 4명 정도. 우리는 움직일 수 없는 채로,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뭔가 이야기하는 소리도 들렸지만, 내용은 알아들을 수 없었습니다. 뭔가를 상의하는 것 같았지만, 뭔지는 몰랐습니다. B는 고개를 숙인 채, 눈을 감고 있었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화장실 안에서 떠드는 소리는 좀 더 커지고 있었습니다. 적어도 10명으로 늘어난 것 같았습니다. 위에 있는 사람들은 우리가 여기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무서워서 몸이 와들와들 떨렸습니다. 중얼대는 기분 나쁜 소리에 정신이 아찔해질 것 같았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중얼대는 목소리가 뚝 끊어지더니, 쾅! 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 쾅! 거리는 소리는 화장실 문을 여는 소리라는 것을 깨닫고는 소름이 끼쳤습니다.



[처음부터 다른 화장실 안에 사람이 있었던 게 아닐까?] 아까는 문이 닫혀 있었기 때문에, 밖에서 연 것이 아니라, 다른 화장실에서 누군가가 나온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계단을 내려오는 발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한계였습니다. 계단을 끝까지 내려올 때까지 15초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저는 B의 팔을 꽉 잡았습니다. 계단을 내려오는 발소리가 중간까지 내려왔을 때, B는 [우와~~~~] 라는 비명을 지르면서, 저의 손을 뿌리치고 방 안쪽으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때입니다. B가 둥근 고리 안으로 뛰어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순간, B는 사라졌습니다. 저는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습니다. 둥근 고리의 반대편으로 뛰어들었는데 갑자기 B가 사라진 것입니다. 저는 너무나도 무서워서 사과하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멋대로 들어왔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렇게 말하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문이 천천히 열렸습니다.

 

 

열린 문틈으로 부자연스럽고 말라 비틀어진 얼굴만 나타났습니다. 왕관 같은 것을 쓴 노인이 얼굴만 슬쩍 비추고서, 제가 있는 쪽을 보고 있었습니다. 만면의 미소를 가득히 담고서... 할아버지인지 할머니인지는 몰랐지만, 긴 백발에 왕관을 쓴 노인이 만면의 미소를 지은 채로 저를 보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본 적도 없는 악의에 찬 미소였습니다. 저는 한 번만 보고도 [이 사람은 정신이 똑바로 박힌 사람이 아니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야기가 통할 상대가 아니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 노인의 미소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에라이 시발~~!] 이라며, 한심한 비명을 지르면서 둥근 고리 안으로 뛰어들었습니다.





괴담돌이 http://blog.naver.com/outlook_ex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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