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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 드립
랜덤

WSOP 2007, Jerry Yang. (길지만 가볍게 봐주세요)

샹키Lv.403로스터
11년 전인 2015년 10월에 올라온 글이에요 · 댓글은 지금도 달 수 있어요




블로그에 쓴 글인데 카유게에 어울리지 않는듯도 하지만 홀덤을 조금이라도 아시는 분은 재미있게 보실 것 같아서

용기내서 옮겨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홀덤이 좀 더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리얼 머니 게임이 아니라 플레이 스토어에

게임머니로 하는 WSOP 공식 어플이 있으니까 이걸 추천합니다. 

지금부터 하는 얘기는 World Series of Poker (이하 WSOP)라는 포커계의 올림픽과 같은 대회의 이야기입니다.  매년 ESPN에서 

생중계해주고 있고 올해도 파이널 테이블이 기다리고 있지요. 

한해마다 대회가 끝나면 한 선수의 플레이만 모아(보통 우승자) 편집한 영상이 유투브에 올라오곤 하는데 아래는 그 중 지난 2007년도에 

우승했던 Jerry Yang의 편집 영상입니다. 

전 홀덤을 좋아해서 WSOP 대회 중계보는걸 매우 즐기는데 꼭 홀덤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다큐멘타리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WSOP 영상을

추천합니다. 왜냐구요? 어떤 리얼 드라마보다 더 재미있으니까요!!  잘 찾아보시면 국내 홀덤 커뮤니티에서 자막을 입혀 올려놓은 영상도

있습니다. 

  


제리 양, WSOP 2007.  (한시간 5분짜리 제리 양만 편집된 영상입니다) 


 


WSOP 대회는 그간 블로그에서도 몇번 소개했다시피 매우 재미있게 지켜보는 대회이다. 비록 작년에는 마음에 드는 캐릭터가 없어 약간 시들한 대회가 되었지만 그 전년인 라이언 리스의 2013년 대회나, 발시거, 그랙 멀슨의 2012 두 대회는 밤을 새워 봤을 정도로 재미있게 봤다.
2013, 2012 두 대회를 좋아하는 다른 이유는 모두 내가 응원하는 선수가 우승까지 차지했기 때문이다. 장르를 불문하고 스포츠에서 내가 좋아하는 선수가(혹은 팀이) 우승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나에겐 더 각별할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두 대회 모두 내가 싫어하는 선수를 꺾고 우승을 차지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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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WSOP에서의 제이 파버. 생긴것과는 다르게(?) 굉장히 능글맞은 플레이를 한다. 4번째로 많은 칩을 가지고 파이널 테이블에 진출 라이언 리스와 헤즈업까지 가지만 막판에 리스에게 기싸움에서 밀리며 결국 2위로 만족해야했다. 



이유야 어찌됐건 바네사 셀브스트를 난 매우 싫어하는데 2012년의 제시 실비아, 2013년의 제이 파버 둘 모두 바네사 셀브스트에게 코칭을 받은 선수들이다. 이들의 한결같은 플레이 스타일은 타이트한 플레이를 유지하되 빠져나갈 땐 귀신같이 빠져나가면서 기회를 잡으면 굉장히 끈질기게 압박을 해온다. 냉정하게 말해서 확실히 세련된 플레이라고 평가할 수 있지만 그만큼 보는 재미는 없다. 예전 김성근 감독 시절의 SK 야구 같달까. 
홀덤에서 선수들이 취하는 가장 많은 자세중에 한쪽 어깨에 손을 대고 기다리는 폼이 있는데 일반적으로 이 자세를 하는 선수들은 칩셔플을 하지 않기 때문에 칩셔플을 싫어하는 나로선(방정맞아 보인다) 좋아할만도 하지만, 동시에 이 자세가 바네사 셀브스트 라인 선수들이 흔히 하는 자세이기 때문에 싫어하는 쪽이 더 커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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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 실비아의 어깨손. ....게이같다. 사실 제시나 파버는 어깨손보다 양손을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있는 폼이 더 일반적이긴 하나, 어느쪽이건 좀살맞아보이긴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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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네사 셀브스트의 어깨손. 많은 선수들이 웨이팅 폼으로 이 자세를 취하지만 특히 바네사 셀브스트는 트레이드 마크에 가깝다. 그리고 게이다... 





이외는 별개로, 그러니까 선수의 선호도를 떠나 역사적으로 한 선수의 가장 드라마틱한 대회를 꼽자면 아마 2007년 대회가 될 듯 싶다. 이 대회에서는 라오스 출신의 제리 양이 우승을 했는데 제리 양의 가족은 그가 9살 때 라오스에서 거의 무일푼으로 미국으로 건너왔다. 그는 미국에서 자라면서 어느정도 성공을 했으며(무슨 일을 하는지 아쉽게도 번역된 자료가 없다.) 그 사이 독실한 크리스찬이 된다. 한마디로 그는 아메리칸 드림의 대표적인 케이스이다. (대회 중에도 감격에 겨워 Thank you america!! 라고 외치는 장면이 심심찮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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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 양의 시그니처 폼. 보통 이 뒤로 무지막지한 배팅콜이 나온다. 


번역된 많지 않은 자료에 따르면 그는 포커 경력이 오래되어 보이지도 않는다. WSOP 참가비 10K도 그보다 몇달 전 한 리조트의 토너먼트에서 우승하며 참가자격을 얻은 결과였다.(새틀라잇이라고 해서, 상위 토너먼트의 출전권을 공짜로 얻는 것을 말한다) 온라인 포커를 통해 매일같이 모니터 9개로 수십 테이블을 동시에 돌리며 수십만, 수백만 핸드를 플레이 해온 숱한 선수들에 비교하면 그는 한마리 피라미에 가까웠다. 
제리 양이 대단했던 이유는 우승 그 자체보다 그의 플레이 스타일에 있었다. 그는 그 어느 선수보다 루즈 어그레시브한 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루즈하다는 것은 그의 핸드 레인지가 넓다는 뜻이고, 어그레시브하다는 것은 그가 매우 공격적이라는 걸 뜻한다. 많은 포커인들이 루즈 어그레시브한 플레이를 지향하지만 이건 쉬운 플레이가 아니다. 특히 돈이 걸리는 포커 특성상 보통 배짱으로 되는것이 아니며, 운영 능력도 좋아야하고, 상대방을 찍어누를 듯한 기세 또한 필요하다. 그는 이 대회에서 시종일관 무지막지한 배팅을 보여준다. 심지어 해설자들조차 "betting machine"이라고 부르며 그의 과감한 배팅에 내내 신기해한다. 
물론 필연적으로 운도 따라주어야 할 것이다. 제리 양도 몇번인가의 올인 상황을 겪었다. 하지만 그 때마다 미칠듯한 드로우로 이겨내며 결국 파이널 테이블에 오른다. 







파이널 테이블의 시작


WSOP는 매년 5월 말부터 7월까지 참가비 10K를 내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오픈 토너먼트 형식으로 진행되며 매년 수천명이 참가한다. 이 대회는 모든 포커인의 꿈이며 포커 올림픽과 같은 대회라고 할 수 있어서 참가 자체를 일생의 꿈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때문에 가족들, 친구들이 생일선물로 참가비를 십시일반 모아 출전한 동네 할아버지부터, 스폰을 받아 출전한 포커 프로까지 온갖 사람들이 다 모인다. ESPN에서는 이 대회를 매해 생중계하고 있다. (참고로 올해 대회에는 임요환도 출전했다)
긴 여정끝에 여기서 최종적으로 살아남는 9명은 석달쯤 쉬었다가(대개 이 기간동안 프로에게 코칭을 받으며 다른 8명의 참가자들을 치열하게 분석한다) 11월에 열리는 파이널 테이블에 참가한다. 이 9명을 november 9이라고 부른다. 9명을 뽑는 이유는 홀덤에서 한 테이블의 풀인원이 9명이기 때문이다.
오픈 토너먼트에서도 머니 버블이라고 해서 바이아웃 상금이 만불을 넘는 시점부터 참가비를 제하고 수익을 낼 수 있지만(보통 총 참가 인원의 1/5쯤부터가 머니버블이다) 역시 WSOP의 끝은 파이널 테이블이다. 일단 파이널 테이블에 오른다는 것 자체만으로 상금은 기하 급수적으로 올라간다. 
2007년 대회의 경우 파이널 테이블의 9등 바이아웃이 52만불이었다. 다시말해 파이널 테이블에 진출만 해도 52만불이 보장 되는 것이다. 여기서 한 등수가 올라갈 때마다 상금은 최소 수십만불이 올라가며 우승자의 상금은 보통 800만불이 넘는다. 
2007년 WSOP는 여러면에서 이상한 대회였다. 오늘 얘기하는 제리 양의 미칠듯한 굿 런으로 파이널 테이블까지 진출한 것부터 기적에 가까웠고, 파이널 테이블 9명 중에 8위의 칩을 가지고 있었던 그가 결국 우승까지 차지한 것도 보기 드문 런이었다. 그토록 냉정하던 필립 힐름이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올인 블러핑을 하며 첫 탈락자로 자초한 일도 미스테리에 가깝다. 심지어 그는 파이널 테이블 시작할 때 칩리더(!)였다. 




힐름의 침몰


힐름의 침몰한 핸드를 따로 자른 영상이 위의 영상이다. 두 핸드가 연속으로 나오는데 첫 핸드에서는 제리가 셋을 잡고 힐름이 KQ OS로 플랍을 맞추지 못해 폴드를 했다. 
결과적으로 플랍이 맞았다면 그게 더 위험할 뻔 했으나 지금까지 힐름은 제리의 왼쪽에 있었고, 칩리더였는데도 불구하고(일반적으로 홀덤에서 자신의 오른쪽에 숏스택이 있는 경우 유리하다) 제리가 굉장히 루즈 어그레시브한 플레이로 괴롭히자 속으로는 상당한 프레셔를 느끼고 있었던것 같다. 더욱이 이 핸드로 제리 양은 칩리더로 올라선다. 위기의식을 느꼈는지, 틸트된건지, 아니면 그냥 망할 운명이었는지 그 무엇이었던지간에 힐름은 페이스를 바꾼다. 그리고 4분 4초쯤 대망의 그 핸드가 나온다. 
양이 미들 포지션에서 AK OS로 1M 레이즈, 힐름은 SB에서 85 다이아몬드 수트로 그걸 콜을 한다. 이 핸드는 시작부터 이상했다. SB였기는 하지만 힐름은 85S같은 핸드로 플레이하는 선수가 아니었다. 그가 루즈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냉정한 선수였기 때문이다. 어쩌면 자신의 오른쪽에서 하이퍼 루즈하게 플레이를 해 온 제리에게 도발 당해서가 아니었을까?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플랍은 둘 모두에게 운이 좋았다. 양은 탑페어를 히트하고 힐름은 플러쉬 드로우와 바텀페어를 얻었다. 홀덤에서 둘 모두에게 플랍이 좋았다는 것은 바꿔말하면 둘 중 하나는 위기나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특히 한국인들이 좋아한다는 플랍 포플은 사실 플러시 메이드 확률이 30퍼센트가 조금 넘는 굉장히 위험한 드로우이다. 힐름은 이 핸드에서 바텀페어를 얻어 포플만 있는 것보다는 확률이 조금 올라가긴 했지만 사실상 플러시 메이드가 아니면 의미가 없다고 봐야했다. 턴카드는 아무 상관없는 하트 2가 나온다. 
제리는 턴까지 계속해서 첵을 치고 제리는 각각 2M, 4M의 뱃을 한다. 제리가 무지막지하게 치는 것 같지만 팟 사이즈를 보면 이 역시 적절한 사이즈의 뱃이었다. 문제는 힐름의 턴 액션이었는데 제리의 4M 뱃에 올인 체크 레이즈를 박는다. 이 올인이 자멸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미 자신의 핸드는 플러시 드로우, 혹은 J페어 정도로 제리 양에게 읽히고 있었던 것이다. 적어도 제리는 턴까지 자신이 이기고 있다는 걸 확신하고 있었다. 
블러핑 같지도 않았다. 4M을 뱃하는 걸 보고 힐름은 썩소를 날려준 후 올인 리레이즈를 하는데 누가봐도 저건 뻔히 보이는 틸트 올인으로 밖에 안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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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M 뱃을 바라보는 힐름의 썩소. 저 미소안에 온갖 감정이 녹아있을 것이다. 그는 거의 노타임으로 올인을 날린다. 


왜 올인을 했을까. 왜 콜만하고 리버를 보지 않았을까. 이 상황에서 제리라면 절대 올인에 쫄 선수가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 힐름이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는 결국 30%의 확률에 모든걸 걸었고, 한 순간에 모든 걸 잃었다. 칩리더가 파이널 테이블에서 최초 탈락자가 되는 순간이었다. 핼름의 이 move는 WSOP 역사상 가장 멍청한 move를 얘기할 때마다 빠짐없이 뽑히는 케이스이기도 하다. 

제리 양은 이 대회에서 기인에 가까운 플레이 스타일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을 즐겁게 해주었다. 고비 때마다 가족 사진에 키스를 하거나, 거의 부흥 집회에 온 수준으로 My Lord를 외치며 기도를 하거나(여기가 포커 테이블 앞인 것을 다시 상기해보자), 한참동안 턱을 괴고 있다가 낮은 목소리로 엄청난 액수를 말한 후 천천히 일어서서 칩을 밀어넣는 그만의 배팅 루틴, 그리고 대회 전체를 관통하던 그의 운과, 보는 사람까지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던 블러핑들. 지금까지 본 그 어떤 선수보다 캐릭터가 있는 선수였다. 뭣보다 캐릭터로 끝나지 않고 기적과, 본인의 운과, 배짱과 물론 실력이 더해져서 우승까지 차지했다는 사실은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플랍까지 뒤지고 있다가 러너러너 스트레이트로 뒤집어버리는 마지막 핸드는 마치 2007 WSOP에서의 그의 여정을 한 핸드로 압축해서 보여주는 것 같다. 프리플랍에선 이기는 핸드로 올인을 받았다가 플랍에선 졌지만 결국 리버에서, 그것도 포켓 페어와는 관계없는 러너러너로 이겨버리는 것이다. 이쯤 되면 질린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내가 본 WSOP 시리즈 중 가장 재미있는, 가장 드라마틱한 선수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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