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결혼을 합니다.
어찌되었건 간에 결혼식 등의 격식을 따로 갖춘 것은 아니지만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40대초반, 이혼의 상처가 한 번 있었고 살던 터전(대전)을 떠나 홀홀단신으로 부산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정착을 하게 되었습니다.
자영업을 하고 있는 아내가 될 지금 이 사람은 완전 부산 토박이로 스마트폰의 어플(미팅포X)로 알게 되어 줄기차게 문자메시지 등으로 연락을 주고 받으며 달려왔네요.
그러다가 몇달 후 첫 만남이 있었고 서로를 대해왔습니다.
어디 늘 즐겁기만 했겠습니까?
직업 등 서로 아주 다른 환경과 지역적 특성부터 시작하여 모든 여건이나 생각, 표현방식 등이 달랐기에 마찰과 우여곡절들도 셀 수 없었지요.
이혼 이후 반쪽? 아니 거의 모든 것을 잃고 그냥 무의미한 하루하루를 보내며 이런 따분하고 반복된 일상들을 마치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살던 저였습니다.
아무런 학연, 지연도 없는 무연고지에서 생활하며 친구 하나 없는 생활을 이어가던중 이 사람은 곧 저의 친구이자 연인이 되어갔고, 이 사람은 그런 처지의 저와 대등해지고 닮아기 위하여 자신이 알던 무의미한 친구들과의 인연을 모두 끊었습니다. (스마트폰의 친구 연락처 모두 삭제)
자신의 입으로도 앞으로 살아가며 제가 유일한 친구이자 연인이자 이젠 아내가 되고 싶다고 하네요.
이제는 그렇게 한 집에서 결국 가족으로 생활하기로 하였습니다.
저의 아내가 되기로 한 것이지요.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고 그냥그냥 이름도 별로 알려진게 없는 사무실의 회사원으로 작은 월셋집에서 살아가는 제게 결혼을 하자고 하더군요.
제 스스로의 현재 처지를 헤아려 보면 어디 그런 청혼이 반갑기만 한 일이었을까요?
그런데 그런 마음 각오가 거짓이 아님을, 또한 그냥 넌지시 하는 말이 아님을, 진심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과거 제 처지가 부끄럽고 싫어 애써 외면하려했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몇 주만에 찾아와 제가 아니면 안된다고 울먹이며 문을 열어달라고 현관 문고리를 붙잡고 사정하던 그날 밤.
틈만 나면 죽어서도 X씨 집안의 귀신이 될거라고 하던 말.
그래도 앞으로는 자기가 종가집 큰 형님이라며 당당해하던 말.
사랑하는 것보다도 존경한다던 그 말.
현실은 과거의 저의 결혼과 이혼 이력 때문에도 그렇지만 저는 결혼식을 할 생각도 여유나 준비도 없습니다.
그러나 이 사람 그런거 필요없다고 그러네요.
현실이 비참하게 느껴질 정도로 전 정말 아무 것도 해줄 수 있는게 없더군요.
그러나 아내가 될 이 사람은 지금 이 시간 열심히 함께 살 집을 찾고 있습니다.
작은 월세집에서 시작하지만 같이 밥을 먹고, 함께 잠을 자고, 같이 출근하고, 같이 퇴근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전 이미 과분하게 행복합니다.
저는 사실 궁합, 사주 등을 믿지도 않고 보지도 않지만 얼마 전에는 성화에 못이겨 끌려가 궁합을 두 번이나 봤네요. 그 이유는 첫 결과가 맞는 얘긴지에 대한 그 사람이 한 확인 사살 차원...이랄까요?
그런데 두 번 모두 한치도 안비껴나가는 100%로 나왔네요.
종가종손에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타향살이의 이혼남인 저.
뒤늦은 새출발을 그렇게 하려고 합니다.
이젠 마음조차 부산에 뿌리를 내리고 부산 시민으로 살아가야겠군요.
과분하게 다가 와준 이 사람에게 1년 뒤 감사의 표시로 자그마한 '여행'이라는 선물을 할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