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2011.08.19 02:29

아베노가타리 -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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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게이2



게이2의 이야기는 전적으로 내가 가해자인 이야기다. 아는 사람은 알지만 본래 남을 괴롭히는 것을 좋아하고 또 그걸 자랑스레 여기는 나다.


그리고 녀석은 내게 먹이를 줬다.


그러니까 녀석과 친해지게 된 계기는 단순히 집 방향이 같다는 이유 하나다.


같이 집에 가고, 올 때 마주치고, 둘다 만화책을 좋아한다는 이유 만으로 우린 무척 친해졌었다.


솔직히 녀석은 너무 순해서 일이 악화된 케이스인데, 그런 순한 놈이 와갤질을 한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러니까 축제 끝나고 집에 가는 길이었다. 하루 종일 이놈 저놈 상대하느라 힘들었던 나와 그런 나에게 끌려 집에 가던 녀석은 놀이터에서 한 여중생 무리와 마주쳤다.


그 때 시간이 대충 12시 쯤이다. 그 시간에 놀이터에서 노는 년들이 그리 정상이라고도 할 수는 없겠지만 남자 고등학생 둘이 여자 중학생한테 겁먹는다는 것은 사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오히려 나는 저 것들이 나를 덮쳐서 동정을 떼게 해줬으면 하고 생각했다.


놀라운 것은, 나완 달리 녀석은 그것들을 상당히 무서워했다는 것이다.


뭐가 그리 무서운지 빨리 가자고 재촉하며 내 등을 떠미는 녀석의 모습에 왠지 게이가 겹쳐보여 소름 끼쳤다. 나보다 키도 큰 놈이 말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여중생들은 우리에게 어떤 위해도 가하지 못했다.


아무튼 녀석에게 쪽팔린다고 욕하며 집에 가고, 또 며칠 뒤 집 앞 놀이터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지자 나는 녀석을 약간 경멸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랑 야자를 땡땡이치며 집에 가던 녀석이 내게 물었다.


무슨 유명한 야동 사이트를 준다는 것이다.


당시 소개팅을 죄다 차버렸지만 성욕은 만땅이던 나는 call을 외쳤고 녀석은 http://www.meatspin.com 를 가르쳐 주었다.


"아아, 미트스핀?"


나는 처음 듣는 척 동조를 했다.


그리고 물었다.


"너 거기 꼴리냐?"


"어, 존나 꼴려. 최근 본 데 중 최고야."


"진짜?"


"응. 나 매일 들어가."


물론 이건 녹음 중이었다.



다음 날 학교에서 나는 디씨하는 놈들에게 그 것을 뿌렸다.


같은 반에 뿌리는 것으로 충분했다. 녀석은 웃음거리가 되었고 그 때부터 자동으로 어그로를 끌게 되었다.



추가로- 녀석이 중학교 때 좋아한 것이 내 여자친구였는데 그게 또 소문이 나는 바람에 녀석은 게이 주제에 여자까지 밝힌다고 욕을 먹었다.


아이들은 맨날 녀석을 놀렸다.


나도 놀렸다.


제일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꼽으라면, 나와 한 녀석이 그놈을 사이에 두고 한 짓이다.


"XX야- 너 게이야?" 하고 내가 물었다.


놈은 아니라고 소리쳤다.


"너 게이 맞잖아. 미트스핀 보고 꼴렸다며."


반대 쪽 녀석이 받았다.


"너 게인거 다 알아. 왜냐면 넌 게이니까."


이번엔 나였다.


이럴때마다 녀석은, 아마 이런 대우가 처음인지 아니라고 소리치며 발버둥을 쳤지만 그게 또 웃겼다.


그 때 반대쪽 녀석이 물은 것은 상당히 충격적인 것이었다.


"근데, 너 공이냐 수냐?"


거기서 내가 웃음이 터졌다. 당시 Y용어를 몰랐지만 대충 느낌이 왔기 때문이다.


"고, 공!"


놈이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반대쪽 녀석이 기쁜듯 웃으며,


"OO(1편의 원조 게이)가 그냥 당하고만 있을 것 같냐?"


그리고 그 때 같은 반 녀석이 슈퍼닥터K의 후속편이라며 K2를 빌려왔다.


이 날 후로 녀석은 게이2, 혹은 K2라고 불리게 된다.




K2라고 불리게 된지 1학기가 지나고 녀석은 많이도 울었다.


중간에 자신을 놀리던 전라도 놈이랑 맞짱도 떴지만 평판이 바뀔리가 있나.


그냥 그렇게 1년 2년 3년을 살고 졸업하고,


지금은 군대갔다.


사실 이 놈 이야기는 쓸려니까 불쌍해서 못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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