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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2013.04.24 02:21

[2ch] 사부 이야기

조회 수 1061 추천 수 2 댓글 2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PSs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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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시골인 동네에서 살다 중소규모 도시에 있는 

대학에 합격 했을 때 이야기다.

내가 가입한 동아리에 굉장한 선배가 한명 있었다.


수험생 시절, 스트레스 때문인지 가위에 자주 눌렸다. 

그 결과 여러가지 무서운 경험을 많이 한 터라,

당시 나는 오컬트에 한창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그런 이야기를 동아리 부실에서 하고 있던 중, 

선배 한사람이 나를 불렀다.


그 선배는 대학원생으로 불교 미술을 전공하는 사람이었다.

우리는 오컬트 이야기로 의기 투합하게 되었다.

그러다 견학이라면서 그날 저녁 같이 드라이브를 하게 되었다.


저녁 식사를 하자면서 나를 데려간 곳은 교외의 패밀리 레스토랑.

어째서 여기에 왔냐는 표정을 짓고 있자니 선배가 말하길,


선배 [여기선 '그게' 나오거든. 내가 좋아하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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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밀리 레스토랑에 가는 것 자체가 처음인 나는

긴장해서 바짝 얼어붙어 있었다. 그런 나를 보고 선배는 피식 웃으며,


선배 [내가 신호를 주면 고개를 숙여. 다리라면 볼 수 있을 거야.]


그런 소릴 들은 이상 식욕이 생길리 없었다.

한동안 식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다 갑자기 귀울음이 느껴졌다.

식은땀이 절로 배어나오며 손을 꼭 쥐고 있는데 선배가 말했다.


선배 [어이, 고개 숙여.]


그 말에 당황해 고개를 숙였다.

한동안 가만히, 아니 조금도 움직이지 못한 채 고개를 숙이고 있자니,

내 오른쪽 시선 끝에 새하얀 다리가 지나가는 게 보였다.

멍하니 있던 중 어깨를 툭하고 맞고서 정신을 차렸다.


선배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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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선배 [지금 그게 웨이트리스 다리가 하나 더 많아 보인다.

         ...라는 이 가게 괴담의 출처야.

        나한테는 그냥 보이지만...얼굴은 안보는 게 나아.]


대체 이 사람은...


선배 [빨리 먹도록 해. 난 미움받는 편이니까.]


나도 나름대로 영감이 있는 편이지만, 이사람은 정말 터무니 없다.

그런 느낌을 받았다.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나와 산길에서 공항쪽으로 

거슬러가는 수수께끼의 안개 탐사나

선배가 좋아하는 신사 탐방 같은 걸 하고서야 간신히 풀려날 수 있었다.

그 후 나는 선배랑 자주 어울려 다니게 되었다.

이건 선배가 의문의 실종을 당하기 전까지 계속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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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오컬트 사부인 선배는 월세가 9000엔 정도 밖에 안하는 

엄청 후진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열쇠도 걸쇠같은 거라 잠궈도 별 의미가 없었다.


어느 날 아침 일어나니 낯선 남자가 머리맡에 앉아서


[안녕하세요.]


이렇게 인사를 하길래 선배도


[안녕하세요.]


인사를 했더니 남자가 종교 권유를 시작해서


[안녕히 가세요.]


이 말만 하고 집에서 나온 적도 있다고 했다.

방법 의식이 전혀 없는 사람이라 이후에도 열쇠는 안잡군다고 했다.

내가 처음 사부 집에 갔을 때도 그냥 열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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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선배집에 놀러 간 날, 우리는 술을 진탕마시고 뻗어버렸다.


그러다 한밤중에 귀울림을 느끼고 눈을 떴을 때, 이상한 그림자가 보였다.

왠 남자가 내옆에서 자고 있던 사부 얼굴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도둑이 들었다는 생각에 순간적으로 패닉 상태가 되었다.

머리속이 새까매지면서 몸이 움질이질 않았다.

일단 자는 척 하면서 실눈을 뜬 채 그쪽을 쳐다보았다.

한동안 가만히 있던 남자는 몸을 일으키더니 흔들거리는 발걸음으로 

현관문쪽으로 걸어갔다.


나 [빨리 가라. 이방에는 훔칠거라곤 아무 것도 없다구.]


내가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는 사이 남자는 현관문을 열었다.

남자가 한순간 이쪽을 돌아봤을 때, 희미한 달빛에 비쳐 

오른쪽 가슴에 커다란 상처가 있는 게 보였다.

남자가 돌아간 뒤, 나는 사부를 깨웠다.


나 [부탁이니까, 이제 제발 열쇠 채워.]


반쯤 울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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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부는 멍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부 [이야~ 무서웠다~ 하지만 '저건' 열쇠로는 어떻게 안돼.]


나 [어떻게 안된다니 무슨...아니! 일어나 있었어?!]


내가 화를 내며 말하니 사부는 능글거리며 웃었다.


사부 [마지막에 얼굴 봤지?]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사부는 자기 눈 근처를 건들이며 말했다.


사부 [안경]


나는 그 말에 모든 걸 이해했다.

난 안경이 없으면 거의 아무 것도 안보인다.

바로 앞에 있는 사부 얼굴조차 흐릿하게 보일 정도로.


사부 [안경 없이 본 건 처음이지?]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다는 의미도 알게 되었다.


결국 그건 스쳐지나가는 녀석이었던 듯 싶다.

사부의 방에서 몇 번 더 잔 적 있지만 이후 한번도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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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괴담이 아니지만, 일단 적어둬야 할 듯 싶다.


어느 날 부턴가 사부가 동아리 부실에 얼굴을 내밀지 않게 되었다.

사부의 친구인 선배가 말하길, 학교에도 오질 않는다고 했다.

난 걱정이 되서 선배의 집에 직접 가보기로 했다.


문열쇠가 열어 있었기에 노크를 한 뒤 들어가 보니. 

깡마른 사부가 이불을 덮은 채 자고 있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사부 [식욕이 없어서 1주일 정도 소면만 먹었어.]


충분히 야윌만 했다. 그래서 내가,


나 [뭐 다른 먹은 건 없어? 이대로는 죽는다구.]


그러면서 방 이곳 저곳을 뒤졌지만 먹을 만한 건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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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더위라도 먹었어?]


내말에 선배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질문을 해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알아서 하라는 

소리만 남기고 몰인정하게 나와 버렸다.

난사부를 무서워하기도 했지만, 

사부에겐 이상하게 아이같은 면이 있었기에

조금 깔보는 마음도 가지고 있었다.

이떄쯤해선 반말을 하기도 했고.


이틀 뒤에 다시 들렀는데, 그때 그 자세로 누워있었다.

방에서 한걸음도 나가지 않은 채 그대로 뒹굴거리고 있었다고.


나 [소면만 먹으면 큰일나.]


내가 그렇게 말하자 사부는 헛구역질을 하면서 화장실로 뛰어갔다.

사부는 변기에다 토사물을 게워냈다. 난 사부의 등을 두드려줬다. 

사부가 토해내는 걸 보면서 소면만 먹어도 토사물은 갈색이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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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더 집안을 뒤져 봤지만 먹을 만한 건 보이지 않았다.

선배가 먹었다는 소면조차 보이지 않았다.


나 [대체 뭘 먹고 있었던 거야, 사부.]


내 질문에 사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뭔가에 홀려 있는 건가, 이 사람?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나로썬 아무 것도 알 수 없었다.


우선 억지로 병원에 데리고 갔더니, 영양실조로 입원하게 되었다.

4일 뒤 퇴원했지만 집에 틀어 박혀 있는 중 뭘 먹으며 지냈는지

결국 말해주지 않았다.


이후 어째서인지 말투가 바꼈다.

예전에는 어이, 쨔샤~ 이렇게 거친 말투를 쓰던 사람이

그러네요, 그렇군요. 같이 얌전한 말투를 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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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에 대한 이야기는 몇개 더 써볼 생각이지만,

중간에 질리거나 사기치지 말라고 욕들어 먹고 그만둘지도 모르니까.

이야기 마지막 부분인 사부의 실종에 대한 걸 먼저 쓴다.


내가 3학년이었을 무렵, 사부는 대학 도서관 사서로 일하고 있었다.

당시 사부는 정신적으로 상당히 불안했다.

저기 여자가 있다면서 아무도 없는 곳을 쳐다보고 

공포에 질리는 일도 잦았다.

나는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사부는 영감이 뛰어나기 때문에

분명 사부에게만 보이는 뭔가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이상하다고 여기게 된 건 3학년 가을 무렵,

어느날 학생식당에서 같은 테이블에 앉게 됐을 때 였다.

사부가 자기 뒷자리에 몇사람이 앉아 있으냐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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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시간은 저녁 9시, 학생 식당은 한산했다.

뒷자리 테이블 역시 아무도 앉아 있지 않았다.


나 [뭐라도 봤어?]


사부 [저기...뒷자리에 몇사람이 있지요?]


그러면서 마구 떨기 시작했다.

나는 귀울림도 오한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때 어떤 생각이 머리속을 스쳤다.


나 [괜찮아. 아무 것도 없어.]


사부 [그래요? 그렇구나...그렇지.]


사부의 안심한 얼굴을 보고 난 확신했다.

유령은 여기에 없다.

사부의 머리속에 있다.


[미쳤다.]


그말이 생각나 나는 이상하게 울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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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가지 이야기도 했고, 담력 시험도 했다.

엑소시스트나 강령술 의식도 했다.

언제 홀렸다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마 사부가 미친 이유는 그런 게 아니었을 것이다.


학생 식당에서 같이 식사를 하고 3일 뒤 사부가 실종됐다.

찾지마라는 편지를 남기고 간 터라 실종 신고도 내지 못했다.

사부의 가족 관계는 대단히 복잡했던 것 같다.

학교에서 연락을 받고 숙모라는 사람이 짐을 정리하러 왔다.

인상이 엄청 안좋은 아줌마였다. 

친구라고 말했는데도 나를 매몰차게 내쫓았다.

사부의 실종에 관해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는데.

결국 물어볼 수 없었다.

하지만 나 나름대로 짐작가는 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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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동아리에 들어갔을 무렵, 동아리 사람들 사이에서 떠돌던 소문.


[저 사람은 분명 사람을 죽였다.]


선배들은 농담처럼 말하곤 했지만, 난 그게 정말이라고 생각한다.

사부는 취하면 간혹 이런 소리를 했다.


사부 [시체를 어디에 묻는가, 그게 전부다.]


이런 농담을 할 땐 태클을 넣지 않는 게 우리 사이의 암묵적 룰이었지만

이 이야기를 할 때 사부의 눈은 이상하게 무서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오싹해지는데, 사부와 함께 심령 스팟을 찾아다닐 때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사부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심야에 지나다니는 곳. 

        그리고 괴이한 소문.

        원한 관계가 아닌 이상 범인을 확정지을 수 없겠지.]






508


이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몰랐지만,

사부는 '어떤 것'을 파묻을 생각으로 심령스팟을 찾아다녔던 게 아닐까.

내가 가장 무섭다 생각하는 건, 선배 차를 타고 이곳 저곳 이동할 때

차 트렁크에 '그게' 있었다면....


지금 생각해보면 그 사람에 대한 건 모르는 것 투성이다.

아는 건 보이는 사람이라도 마음속 어둠을 피할 순 없다는 것뿐.

말투가 바뀌었던 소면 사건 이후 사부는 미쳐가고 있었다 생각한다.


사부가 해준 말 중에 잊을 수 없는 말이 있다.

내가 심령 스팟에 처음 가게 됐을 때, 

잔뜩 쫄아있는 나를 보며 사부가 말했다.


사부 [이렇게 어둡기만 한 곳이 뭐가 무섭다는 거야.

        눈을 한번 감아 봐. 

        그것이 세상에서 가장 깊은 어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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